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5, 6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피고는 장애인복지관 운영 등을 목적으로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하여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서 창원시에 소재한 'C복지관'(이하 '이 사건 복지관'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복지관에서 2010. 2. 1.부터 2017. 10. 31.까지 음악치료사로 근무한 사람이다.
원고는, 2016. 10. 4. 및 2017. 7. 17. 병원에서 각 계류유산으로 진단을 받았고, 2017. 9. 22. D병원 소속 의사 E으로부터 '난임 및 습관성 유산으로 체외수정 예정이며, 체외수정 시술과정 중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해 8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2017. 9. 25.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한 2개월의 병가를 신청하였으나 피고의 인사 담당자는 이를 불허하였고, 이에 원고는 같은 날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한 2개월의 휴직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7. 9. 25. 원고의 휴직 문제에 관하여 논의하기 위하여 원고의 참석하에 인사위원회(이하 '이 사건 인사위원회'라 한다)를 열어 논의 후 인사위원들은 병가와 휴직 불허가 방침을 정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의 장애 아동의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대체인력 채용이 가능하도록 1년 휴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서는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였고, 결국 피고 측 인사위원들은 2017. 10. 10.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원고의 거취에 관하여 논의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2017. 9. 27. 피고에게 '원고는 개인사유(저도 근무를 하고 싶었지만 임신준비를 이유로 사직권유 받아 어쩔 수 없이 사직함)로 인하여 2017. 10. 31.부로 사직하고자 하오니 선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고 한다.
갑 제6호증 사직서에 기재된 작성일은 2017. 10. 11.이나 위 사직서가 2017. 9. 27. 제출되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피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함에 따라 원고는 2017. 10. 31.자로 이 사건 복지관에서 퇴직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퇴직'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퇴직 이후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이후 원고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임신을 하였고 입원 치료 등을 거쳐 2018. 8. 16. 출산을 하였다.
국가인원위원회는 2018. 12. 28. '원고가 습관성 유산 치료 등을 위해 신청한 병가와 휴직을 불허하거나 사직을 요구한 피고 측의 행위는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되며, 이것이 원고의 사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복지관의 관장에 대하여는 향후 유사사례 재발방지대책의 마련을, 경상남도지사에 대하여는 관내 관리감독 기관에 대한 실태파악 및 유사사례 재발방지조치 이행을 각 권고하였다.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습관성 유산의 치료를 위한 원고의 병가 및 휴직 신청을 불허하면서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원고에 대한 폄하와 모욕을 하고, 임신과 직장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는 등 원고를 사직시키려는 압력을 가하였는바, 이로 인한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피고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하여 이루어진 비진의 표시이거나 기망 또는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이에 따른 근로관계의 종료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고, 위 해고는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근로관계의 종료가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처럼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 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다108290 판결 등 참조).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사직의 의사가 없음에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의 강요, 기망, 협박 등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는 하루 빨리 임신을 위한 치료를 받고자하는 개인적인 바람, 치료에 성공할 경우 안정적인 임신의 유지 필요성, 원고가 장기간 휴직을 계속할 경우 피고 측에서 느끼게 될 부담감, 이 사건 복지관에서 퇴직 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여 피고 측의 퇴직 권유가 내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근로자가 신청한 병가 또는 휴직에 대한 불승인 처분은 경우에 따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관련 법령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이를 위법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바, i) 피고의 복무규정 및 업무규정에는 '업무 외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연 60일의 범위 안에서 유급병가를 허가할 수 있다', '직원이 업무상 부상 또는 상병으로 요양을 요할 때, 신체·정신상의 이상으로 장기요양을 요할 때 1년 이내에서 휴직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 하여 병가 및 휴직의 승인 여부에 관하여 피고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 점, ii) 원고가 담당하는 직무의 성질과 내용, 진단서 상에 기재된 원고의 질병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인사담당자들로서는 원고가 습관성 유산을 앓고 있다고 하여 그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iii) 이 사건 복지관의 직원 중 '음악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던 사람은 원고가 유일하였던바, 원고가 장기간 휴직하는 경우 다른 직원이 원고의 업무를 대체하기 어려운 점, iv) 원고는 이 사건 인사위원회 과정에서 원고가 1년간 휴직을 하는 동안 대체인력을 채용하여 원고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음악치료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원고 업무의 특성상 피고가 원고의 휴직기간에 맞추어 원고의 대체인력을 원활하게 구할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는 점, v) 피고는 2014년경부터 이 사건 퇴직 무렵까지 이 사건 복지관 소속 근로자들에게 총 6건의 장기 병가(1개월 이상) 및 휴직을 승인하였으나, 이는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난치의 질병(암) 또는 법률상 사업주에게 휴직을 허용할 의무가 인정되는 육아휴직(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참조)을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병가 또는 휴직 신청과는 그 사유를 달리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병가 또는 휴직 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처분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정당하다.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서 원고의 퇴직을 권유하는 취지의 발언이 있기는 하였으나, 퇴직의 권유는 근로계약이 합의해지에 이르기 위한 청약의 유인으로서 해고와는 구별되며, 피고 측이 원고에 대하여 단순한 퇴직 권유의 수준을 넘어 퇴직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거나 퇴직 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원고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발언은 없었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서 직장에 민폐를 끼칠 수 없으니 사직서를 원하면 제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발적으로 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서 원고의 거취에 관하여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여 2017. 10. 10. 다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2017. 9. 27.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근무를 하고 싶었지만 임신준비를 이유로 사직권유 받아 어쩔 수 없이 사직함'이라는 사직서의 기재는 원고가 사직을 결심하게 된 동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바, 위 사직서의 문언 자체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유보한 것이라거나 사직서에 기한 효과의사가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퇴직 과정에서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수령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8. 12. 28.자 권고결정은 습관성 유산의 치료와 안정적인 임신을 위하여 일정기간 요양이 필요한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병가나 휴직 등을 허용하지 아니한 피고 측의 조치와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서 있었던 일부 인사위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하는 것이 주된 취지일 뿐, 피고 측이 원고에게 퇴직을 강요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다.
임금지급청구에 대한 판단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가 퇴직한 날로부터 피고가 원고를 복직시키는 날까지 월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이 사건 퇴직은 합의해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임금지급청구 역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재혁(재판장) 김현숙 양철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