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판결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4. 7. 16. 선고 2022가합10807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 A에게 301,054,294원, 원고 B에게 3,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0. 8. 11.부터 2024. 7. 1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사천시 D에서 ‘E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의사이다.

2)

망 F(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사망하였는데, 원고 A는 망인의 아버지이고, 원고 B은 망인의 누나이다.

나.

망인의 피고 병원에서의 진료경과

1)

망인의 피고 병원 내원 망인은 2012. 3. 22. 다리가 붓는 증상을 호소하며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고, 피고는 망인에 대하여 ‘상피병(코끼리피부병, Elephantiasis), 잠복고환 수술 후유증, 발/발목 작아짐’ 등의 증상을 확인하였다.

2)

망인에 대한 처치내역 피고는 2012. 3. 22.부터 2020. 8. 10.까지 망인에 대하여 ‘요근 힘줄염(우측), 기타 윤활막염 및 힘줄윤활막염, 아래다리(좌측)’, ‘좌골신경통을 동반한 요통, 요추부, 연조직염’ 등을 진단하였고, 아래 [표] ‘망인에 대한 처치 내역’ 기재와 같은 처치를 시행하였다(이하 아래 [표] ‘망인에 대한 처치내역’의 ‘시술내역’란 기재 척수신경총, 신경근 및 신경절차단을 ‘이 사건 시술’이라 하고, 망인에게 투여된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을 ‘이 사건 항생제’라 한다).

다.

망인의 사망경위

1)

피고 병원의 간호사는 2020. 8. 10. 10:16경 망인에게 위 나.항 기재 표의 순번 15와 같이 국소마취제, 단백아미노산제제, 해열진통제, 비타민제 및 이 사건 항생제 1g을 생리식염수에 희석한 주사를 주입하였는데, 같은 날 10:21경 갑자기 망인에게 호흡곤란 및 혈압저하, 심정지가 발생하자, 피고는 망인에 대한 심폐소생술과 구강인공호흡을 실시하여 망인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회복시켰다.

2)

그러나 망인은 여전히 의식이 없고 호흡과 심장 박동이 불안정한 상태였고, 이에 같은 날 10:27경 피고 병원에 도착한 119 구급대가 피고 병원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는 G병원으로 망인을 이송하고자 하였으나, G병원의 수용 거부로 같은 날 10:32경 경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출발하여 같은 날 10:58경 망인을 이송 완료하였다. 119 구급대는 망인을 이송하는 도중에 망인의 맥박과 호흡이 관찰되지 않자 망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고, 망인에게 AED를 부착하여 심전도 리듬을 확인한 결과 무맥성전기 활동(PEA, 맥박이 만져지지 않는 상태에서 전기적인 활동만 있는 상태로 심장에서 전기 신호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심장이 수축하지 않는 상태)으로 판독되어 기도확보 후 비제호흡 마스크로 산소 12L를 투여하였다.

3)

망인은 2020. 8. 13. 14:49경 경상대학교병원에서 사망하였고, 원고 A는 망인을 단독상속하였다(이하 이와 같은 망인의 사망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라.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망인의 사망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망인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졌다. 부검의는 ‘망인에 대한 부검과정에서는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내ᆞ외부 검사결과를 도출하지 못하였으므로 해부학적으로는 사인 불명이나, 의무기록ᆞ수사기록에 따르면, 망인은 수액이 투여된 직후 호흡곤란, 혈압저하가 발생하여 상급의료기관에 전원되었다가 수일간의 연명치료 후 사망하였는데, 1 제시된 의무기록에서 수액 투여 전 심각한 이상 소견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고 여러 약물이 혼합된 수액이 투여된 직후 호흡곤란, 혈압 저하 등이 발생한 점, 2 사후 혈액에서 아나필락시스 쇼크일 때 증가하는 비만세포 트립신분해효소가 유의미하게 증가되어 있지는 않지만 혈중 비만세포 트립신분해효소는 증상이 발생하고 2~3시간 후 최대농도로 증가한 후 감소하여 약 12~14시간 후에는 정상범위로 돌아오는데, 망인의 경우 증상발생 후 수일간의 연명치료과정이 있었던 점에서 약물투여로 인한 과민반응(아나필락시스 쇼크)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

관련 형사사건 결과 원고 A는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피고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고소하였으나,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2021. 10. 25. 피고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고, 원고 A가 이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창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하였으나, 위 재정신청은 2022. 5. 3. 기각되었다[부산고등법원(창원) 2022초재32호, 이하 일괄하여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바.

관련 의학 지식

1)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가)

‘아나필락시스’란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노출된 후 갑자기 전신적으로 발생하는 과민반응으로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을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의 원인물질로는 음식물(땅콩, 게, 새우 등), 약물(소염진통제, 항생제, 국소마취제 등)을 들 수 있고, 임상증상으로는 피부증상(가려움증, 발진, 전신 두드러기 등), 호흡기 증상(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 심혈관계 증상(가슴통증, 빈맥 또는 서맥 등), 소화기증상(복통, 오심, 구토 등), 전신증상(불안감, 의식소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나)

아나필락시스는 주로 IgE 항체 매개 면역반응에 의하여 발생하지만, 非 IgE 항체 매개면역반응, 비만세포를 직접 자극하여 발생하는 비면역학적 기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다)

아나필락시스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검사에 있어서는 약물 문진이 중요하고, 약물알레르기 병력이 있으면 피부반응검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모두 시행하여도 아나필락시스를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

아나필락시스는 내과적 응급상황이고, 즉각적으로 평가하여 치료를 시작하여야 한다. 기본적인 초기 치료방법은 중단 가능한 원인물질이 있다면 이를 제거함과 동시에, 환자의 혈액순환, 기도, 호흡, 의식상태, 피부 등을 신속하게 평가한 다음, 에피네프린을 근육주사로 투여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산소 공급을 시작하며, 정맥 카테터(catheter) 삽입 후 수액을 투여하는 것이다. 아나필락시스 처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에피네프린 투여이고, 보조적으로 기관지 확장제,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2)

피부반응검사

가)

피부반응검사(after skin test, AST)는 높은 예민도로 다른 검사들로 대체될 수 없는 약물 알레르기의 진단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검사이고, 피부반응검사가 알레르기 진단에 유용하다고 보고된 약물로는 세팔로스포린, 국소마취제, 헤파린 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에 대한 피부반응검사는 소량의 알레르겐을 피부로 주입하고 나타나는 반응을 확인하여 원인 알레르겐을 찾는 검사법으로서, 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타난다면 피검사자 몸속에 해당 알레르겐에 대한 특이 IgE 항체가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 있어 원인 알레르겐에 노출된 후 단기간에 발생하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나)

그러나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의 경우에는 피부반응검사 결과가 음성 반응이라고 하더라도 약물 알레르기가 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피부반응검사 결과만으로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 투여에 대하여 쇼크, 과민반응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이 사건 항생제(세프트리악손)

가)

이 사건 항생제는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에 해당한다.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에 대한 피부반응검사는 기본적으로 권장되지 않고 과거에 문제가 있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에 대하여 알레르기 병력이 없을 경우 피부반응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나, 그 부작용이나 과민반응에 대비하기 위한 응급약물을 비치할 필요는 있다.

나)

이 사건 항생제의 사용상 주의사항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 갑 제9 내지 11호증, 갑 제15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 을 제8호증, 을 제9호증, 을 제10호증, 을 제12 내지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이 법원의 경상남도, 경상국립대학교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망인의 사망원인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인은 2020. 8. 10. 이 사건 항생제 투여 직후 호흡곤란을 호소하면서 의식을 상실하였고, 응급처치 중 사망하였는데, 망인의 사망원인이 이 사건 항생제 투여로 인한 아나필락시스에 있는지에 관하여 우선 살펴본다.

1)

피고가 위 나.2)항의 [표] ‘망인에 대한 처치내역’ 기재와 같이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하여 왔음에도, 그동안 이로 인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2호증, 을 제7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에 대한 사망진단을 실시한 경상대학교병원 의사 H는 2020. 8. 13. 사망진단서에 ‘직접사인 : 미상’이라고 기재한 사실, 망인이 사망하기 전 망인을 진단한 경상대학교병원 의사 I은 2020. 8. 13. 망인을 ‘임상적 추정 병명 :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이라고 진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호증, 갑 제9호증, 을 제7호증, 을 제9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J, K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의 사망은 ‘망인에 대한 이 사건 항생제 투여 → 이 사건 항생제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발생 → 망인의 사망’의 순으로 진행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일반적으로 알레르겐에 노출된 지 수분 내지 수시간 내에 피부점막 이상(전신 두드러기, 가려움증, 발적, 입술/혀/목젖 부종), 호흡기계 이상(호흡곤란, 기관지 수축으로 인한 거림, 천음, 폐기능 감소, 저산소증), 혈압이 떨어지거나 이와 연관된 기관의 이상과 관련된 증상들(저긴장증, 실신, 요실금), 지속적인 위장관 증상(복통, 구토)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발생하였을 때 아나필락시스로 진단된다. 그런데 망인에게는 이 사건 항생제 투여 직후 곧바로 호흡곤란 및 혈압저하 증상이 발생하였다. 2 망인이 이송된 경상대학교병원의 의료진은 망인이 아나필락시스 상태라고 판단하여 이에 대응하는 치료 및 처치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즉, 2020. 8. 10. 11:30경 의사 I은 ‘cardiac arrest d/t anaphylactic shock(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 pulmonary embolism(폐색전증)?’이라는 소견을, 같은 날 18:45경 의사 K은 ‘triaxone 1g 투약 후 anaphylactic shock으로 전원됨’이라는 소견을, 2020. 8. 11. 20:25경 의사 J은 ‘환자분 event 발생 당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없어 감별이 어려우나, anaphylactic shock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라는 소견을 각 진료기록에 기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상대학교병원의 의료진은 망인 이송 직후인 2020. 8. 10. 11:02경 망인에게 아나필락시스 증상시 사용되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기도 하였다. 3 망인이 사망하기에 앞서 피고가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망인에게 특별한 문제 없이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하여 오기는 하였으나,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의는 ‘2020. 7. 6. 이 사건 항생제 투약시 이상반응이 없었지만 이전 노출 이후 기간 동안 항생제에 특이 IgE가 생성되는 감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소견만으로 이 사건 항생제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매우 드물게 이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또한 이 사건 항생제 투여와 관련된 폐쇄성 망막혈관염에 관한 L학회 증례보고(L학회지 2013년 제54권 제3호)에 의하면, 이 사건 항생제 투여 전에 피부반응검사를 실시하여 음성반응이 확인된 환자라고 하더라도, 7차례의 이 사건 항생제 투여시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8번째, 9번째 투여시 전신 피부 발진, 발열 등의 증상이 발현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4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의 사망을 아나필락시스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관련 형사사건에서 이루어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과정에서 망인의 사망원인으로 급성패혈증을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망인을 부검한 후 사망원인으로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제시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역시 ‘환자의 기저질환을 고려하면 패혈증성 쇼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투약 직전 환자 상태 및 활력징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는데 투약 직후 매우 갑작스럽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임상적으로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패혈증(Sepsis)은 인체가 세균 기타 미생물에 감염되어 이들이 생산한 독소에 의하여 전신에 염증 반응과 합병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서, 접촉, 호흡기, 소화기관 등을 통하여 침투한 혈액 내 세균이 사람의 면역체계를 뚫고 번식하여 숙주(환자)를 이겨버린 상태를 말하는 병증이고, 급성패혈증의 원인균 중 포도알균(S. aureus) 및 연쇄알균(Streptococcus)은 피부상재균으로 주로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하여, 폐렴간균(Klebsiella) 및 대장균(E coli)은 주로 내부장기, 소화기계, 비뇨기계를 통하여 각 침입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이 사건 항생제 투여 도중 호흡곤란 및 혈압저하의 증세를 보이다가 심정지가 발생하였을 뿐, 망인의 피부, 소화기계, 비뇨기계 등 급성패혈증의 침입경로로 그 원인균이 침입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나.

응급처치 관련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의사가 진찰ᆞ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ᆞ신체ᆞ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나)

의사의 의료행위가 그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불법행위가 된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일반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환자 측에서 부담하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2020. 8. 10. 10:16경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한 사실, 망인은 같은 날 10:21경부터 호흡곤란 등 이상증상을 보이며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10:27경까지 망인에게 심폐소생술과 구강인공호흡 등의 응급처치를 시행하여 망인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불안정하게나마 회복시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상태였다고 할 것인데,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항생제 투여 후 망인에게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심정지가 1차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 구강인공호흡까지 실시된 바 있다면, 이미 호흡과 심장 박동이 회복된 망인에게 에피네프린,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등과 같은 응급약물을 추가로 투여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피고로서는 망인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G병원 등으로 이송되어 응급처치를 받으면 자발 호흡이나 정상 심장 박동 등이 회복될 것으로 만연히 기대하면서 망인을 119 구급대에 인계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망인의 이송이 지연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경우 그 이송과정에서 망인에게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심정지가 재발할 위험성이나 가능성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여 119 구급차에 자신이 직접 동승하거나 피고 병원의 의료진을 동승하게 함으로써 망인의 심정지 재발시 응급약물을 즉시 투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의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피고에게는 이 사건 항생제 투여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과민반응에 대하여 의학적으로 기대되는 응급처치를 충분히 다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이 있고, 이와 같은 피고의 응급처치 관련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망인은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2차 심정지에 대한 적절하고도 신속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여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호흡곤란 등이 급성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므로, 기도를 유지하고 심장 및 호흡기능 상태를 재빨리 평가하여 만약 심폐정지가 오면 심폐소생술을 즉시 시작하여야 하며 에피네프린, 산소, 항히스타민제, 수액, 기관지확장제, 혈관수축제, 부신피질 호르몬 등을 구비하여 이를 제때에 투여하여야 한다. 그 중 에피네프린은 아나필락시스 등 응급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응급처치방법 중 하나인데, 에피네프린은 일종의 호르몬, 신경전달물질로서 아미노산 페닐알라닌과 티로신에서 가져온 ‘교감신경 흥분 모노아민’인 카테콜아민이고, 에피네프린을 투여할 경우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기관확장, 혈압상승 등의 효과가 있다. 2 이 사건 항생제 주사 설명서에는 ‘쇼크 발생에 대비하여 구급처리(아나팔락시스 쇼크 발생시 우선 에피네프린을 정맥주사한 후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주사한다) 준비를 갖추고 투여 후에도 환자를 안정한 상태에서 충분히 관찰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피부증상(가려움, 두드러기, 발진, 부종), 호흡곤란, 저혈압, 위장관 증상(구토 등) 중 2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날 때 아나팔락시스로 진단할 수 있는데, 망인의 경우 이 사건 항생제 투여 직후 곧바로 호흡곤란 증세를 나타냈고, 119 구급대가 피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혈압도 100/60mmHg으로 낮은 상태였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항생제의 부작용으로 아나팔락시스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고, 이 사건 항생제 투여 직후 망인에게 아나팔락시스 판정기준이 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망인은 2020. 8. 10. 10:58경 경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는데, 경상대학교병원의 의료진은 그 직후인 같은 날 11:00경 망인에게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날 11:02경 이를 투여하였다. 4 응급환자의 이송과 관련하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의료인은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환자를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한다’(제11조 제1항), ‘의료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라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에는 응급환자의 안전한 이송에 필요한 의료기구와 인력을 제공하여야 하며, 응급환자를 이송받는 의료기관에 진료에 필요한 의무기록을 제공하여야 한다’(제11조 제2항)고 정하고 있는바, 이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이송 중 적절한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2013. 12. 발행한 안전한 병원간 전원을 위한 응급환자 이송지침에 의하면, 환자를 보내는 의료기관의 의료인은 이송이 종료되기 전까지 동승자와 통신채널을 유지하고 필요시 의료지도를 실시하고, 의료지도 중 동승자의 자격과 경험으로는 적절한 처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송병원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의료인으로서 에피네프린 등 응급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있는 피고 자신을 비롯한 피고 병원의 의료진을 119 구급차에 탑승시키지 않았고, 그 결과 경상대학교병원 응급실로의 이송과정에서 망인에게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심정지가 재발하였음에도 경상대학교 병원의 의료진이 위와 같이 망인에게 에피네프린을 투여할 때까지 아무런 응급약물 투여도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처럼 피고가 망인에 대한 응급약물 투여 준비를 소홀히 함으로써 망인에 대한 응급약물 투여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한 이상, 망인을 이송할 병원을 정함에 있어서 피고의 지시나 개입이 없었다고 하여 피고가 망인에 대한 응급처치상의 주의의무를 면한다고는 할 수 없다. 5 한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피고의 진료행위 및 사후조치 중 사망에 대한 과실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관련하여, ‘환자가 갑작스런 호흡정지가 발생한 상황에서 호흡이 이루어지도록 응급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부분은 적절하였다고 판단됨. 환자의 맥박과 호흡이 바로 회복되었고 바로 인근 상급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 계획이었지만 산소 투여 없이 산소포화도 유지가 되지 않았고 의식도 정상적이지 않았으므로, 당시 상황상 이 사건 항생제로 인한 아나필락시스가 의심되었다면 에피네프린 근육주사 등의 투약 조치나 생리식염수 등 수액요법, 필요시 기도확보 등의 조치도 필요하였을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피고의 응급처치 관련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다.

기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1)

피부반응검사 관련 주의의무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는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처방하고 투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항생제에 대한 피부반응검사 등을 실시하여 이 사건 항생제로 인한 쇼크, 알레르기성 과민반응의 가능성을 진단 또는 의심하고 신중히 그 투여 여부를 결정하였어야 함에도, 별도의 사전검사 없이 만연히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함으로써 이로 인한 이상 반응의 예견 및 회피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나)

관련 법리

(1)

의사가 진찰ᆞ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ᆞ신체ᆞ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참조).

(2)

의사로서는 약제를 처방하거나 주사하기 전에 환자에게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를 부작용에 관하여 미리 대비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해당 약제를 주사하거나 복용하도록 한 후에는 사후 관찰을 하고 의학적으로 기대되는 적절한 사후치료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며, 해당 약제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상적인 약제라거나 환자의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매우 드물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은 주의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0. 1. 23. 선고 87다카2305 판결, 대법원 1976. 12. 28. 선고 74도816 판결 등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피고가 2020. 8. 10.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하기 전에 피부반응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이 사건 항생제는 세팔로스 포린 계열의 항생제로서, 피부반응검사를 통하여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사실, 이 사건 항생제의 일반적 주의사항으로도 ‘쇼크 등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하여 충분히 문진하고 사전에 피부반응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하기 전에 피부반응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가 그 투여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피부반응검사가 유용한 약물로 보고된 사례로는 세팔로스포린, 국소마취제, 헤파린 등이 있으나, 이 사건 항생제를 포함한 세팔로스포린 항생제에 관하여는 피부반응검사 결과가 음성반응이라 하더라도 약물 알레르기가 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피부반응검사 결과만으로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 투여에 대하여 쇼크, 과민반응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에 대한 피부반응검사는 기본적으로 권장되지 않고 과거에 문제가 있었던 환자를 대상으로만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2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의는 ‘이 사건 항생제와 같은 계열의 항생제에 알레르기 병력이 없는 환자에게서는 피부반응검사의 유용성이 의학적으로 입증되어 있지 않고, 과거력이 없다면 대부분의 외국 의료기관이나 국내 일부기관에서는 피부반응검사 없이 투약을 진행하는 약물이다’, ‘피부반응검사를 꼭 실시하여야 한다는 의학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피부반응검사의 실시 여부와 이 사건 항생제 투여과정에서의 과실 유무의 관계를 판단하는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3 피고는 2012. 4. 30.부터 2020. 7. 6.까지 9차례에 걸쳐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하였으나 별다른 이상반응이 관찰되지 않았고, 2020. 7. 6.에는 이 사건 항생제에 관한 피부반응검사도 실시하였으나 음성반응이 나왔다. 4 이와 같이 이 사건 항생제를 포함한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에 있어서는 아나필락시스 발생의 위험에 대한 사전적인 검사방법으로서 피부반응검사가 유일하거나 필수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위와 같이 망인에 대한 선행 투여 사례와 앞선 피부반응검사를 통하여 이 사건 항생제에 대한 이상반응 유무를 확인한 다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한 이상,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가 망인에게 피부반응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항생제 투여에 앞서 망인의 특이체질이나 건강상태를 파악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경과관찰 관련 주의의무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가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한 후 망인에 대한 활력징후 이상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망인의 경과관찰과 관련하여 어떠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호증, 갑 제8호증, 을 제6호증,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2020. 8. 10. 10:16경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한 후, 같은 날 10:18경까지 망인 곁에서 경과를 관찰하였고, 다시 같은 날 10:19경부터 10:20분경까지 망인 곁에서 경과를 관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직후인 같은 날 10:21경 망인이 호흡곤란 등 이상증상을 보여 119 구급대가 피고 병원에 도착한 같은 날 10:27경까지 피고가 망인에게 심폐소생술과 구강인공호흡 등의 응급처치를 실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한 후 망인의 상태를 계속 관찰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응급환자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시술 전 환자의 상태 및 시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의 정도와 예방가능성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

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응급환자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시술 전 환자의 상태 및 시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의 정도와 예방가능성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8다217974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ᆞ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환자가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투약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은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다2744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망인에게 이 사건 항생제의 부작용으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항생제 투여로 인하여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아나필락시스 발생 이후 적절한 응급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있으므로, 망인이 아나필락시스 발생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시술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응급조치가 가능한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었을 것이어서, 피고 병원의 의료진으로서는 망인에게 이 사건 시술의 필요성 및 그 시술방법 등에 더하여 이 사건 항생제 투여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발생 가능성을 비롯한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 이 사건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 다른 항생제의 투여 가능성,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을 경우의 예후 등은 물론,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였을 경우 적절한 응급조치가 가능한지에 관한 사정도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시술에 앞서 피고를 비롯한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망인에게 위와 같은 설명, 특히 이 사건 항생제 투여로 인하여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사망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시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다만, 원고들은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이외에 재산상 손해배상까지 구하고 있으나,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인하여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점만 입증하면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 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이 사건 시술과정에서 투여되는 이 사건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을 설명받았다면 이 사건 시술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의 정도가 이 사건 항생제 투여로 인하여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망인에 대한 응급처치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여서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리고,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은 것은 배척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재산상 손해 1) 일실수입 가) 인적사항 및 평가내용 (1) 생년월일 및 성별 : M생, 남자 (2) 이 사건 사고일 : 2020. 8. 10. (3) 사망일 : 2020. 8. 13. (4) 기대여명 및 여명종료일 : 47.29년, 여명종료일 2067. 11. 12. (5) 직업 및 소득 : 도시보통인부의 일용노임 (6) 가동연한, 가동종료일 및 가동일수 : 만 65세, 2051. 3. 4.까지, 매월 가동일수 20일[원고들은 망인의 매월 가동일수가 22일이라고 주장하나, 근로조건이 산업환경에 따라 해마다 변동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일실수입을 그 1일 노임에 관한 통계사실에 기초하여 평가하는 경우에는, 그 가동일수에 관하여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포함한 각종 통계자료 등에 나타난 월평균 근로일수와 직종별 근로조건 등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고 그 밖의 적절한 자료들을 보태어 합리적인 사실인정을 하여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2003. 9. 15. 법률 제6974호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1주간 근로시간의 상한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면서 그 시행일을 사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한 결과 2011. 7. 1.부터는 원칙적으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이나 사업장에 적용되는 등 근로현장에서 근로시간의 감소가 이루어졌고, 이와 아울러 근로자들의 월 가동일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개정 등으로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의 지정도 가능하게 되어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는 점,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진 점, 고용노동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통계법에 의해 지정통계로 지정된 법정통계조사인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의 고용형태별.직종별.산업별 최근 10년간 월 평균 근로일수 등에 의하면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되었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된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고 당시 도시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하여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0다271650 판결 등 참조), 망인의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한다] (7) 노동능력상실률 및 생계비 공제 : 이 사건 사고일부터 사망일 전날까지는 100%로 계산하고, 사망일 이후에는 일실수입의 1/3을 생계비로 공제한다.

나)

계산 :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하여 계산한 일실수입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총 483,108,588원<1>이 된다.

2)

장례비 : 원고 A 5,000,000원

나.

책임의 제한

1)

의사 등이 진료상 과실 또는 설명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환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의사 측 과실의 내용과 정도, 진료의 경위와 난이도, 의료행위의 결과, 해당 질환의 특성, 환자의 체질과 행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 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18332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1 망인에 대한 이 사건 항생제 투여 후 호흡곤란 등 급성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발생하였음에도 피고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망인의 사망이라는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한 점, 2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이 사건 항생제를 투여하여 잠재적인 아나필락시스 발생원인을 제공하였고, 아나필락시스가 특별히 희귀한 질환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이상, 망인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발생이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환자의 사망 등 치명적인 결과를 방지하여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점, 3 다만, 망인의 경우 이 사건 사고에 앞서 2012. 3. 22.부터 이 사건 사고 약 1달 전인 2020. 7. 6.까지 약 8년 4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이 사건 항생제 투여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피고 병원의 의료진으로서도 이러한 돌발적인 상황을 미리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4 피고 병원은 소규모 병원으로서 대형병원에 비하여 아나필락시스 등 약물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임상적인 경험이나 대처역량 등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시술의 목적 및 내용, 이 사건 시술의 난이도 및 위험성,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의 내용 및 정도, 망인의 사망원인 및 경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모든 손해를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고,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 그 배상책임의 범위를 50%로 제한하기로 한다.

다.

책임제한 후 재산상 손해액

1)

망인 : 241,554,294원(= 일실수입 483,108,588원 × 50%, 원 미만 버림) 2) 원고 A : 2,500,000원(= 장례비 5,000,000원 × 50%) 라. 위자료 1) 참작사유 :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결과,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의 내용 및 정도, 망인의 나이, 망인과 원고들 사이의 관계, 설명의무 위반의 내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 2) 인정금액 : 망인 50,000,000원, 원고 A 7,000,000원, 원고 B 3,000,000원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이자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A에게 301,054,294원[= 상속대상금액 291,554,294원(= 책임제한 후 망인의 재산상 손해 241,554,294원 + 망인의 위자료 50,000,000원) + 책임제한 후 원고 A의 재산상 손해 2,500,000원 + 원고 A의 위자료 7,000,000원], 망인의 누나인 원고 B에게 위자료로 3,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2020. 8. 1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7. 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치훈(재판장) 엄현재 양희정 각주1) 피해자의 장래수입상실액을 인정하는 데 이용되는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와 한국직업사전의 각 존재 및 그 기재 내용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서 그를 기초로 피해자의 일실수입을 산정할 수 있고(대법원 1996. 7. 18. 선고 94다200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법원이 청구의 기초가 되는 손해액을 원고가 피고에게 청구한 금원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과실비율에 의한 감액을 한 잔액만을 인용한 관계로 원고의 위 청구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하지 아니한 이상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 처분권주의에 위배되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다1771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여기서 망인의 일실수입으로 인정하는 금액이 원고들이 청구하는 금액인 482,641,000원보다 많기는 하지만,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책임제한 후 인정하는 최종 일실수입은 원고들이 청구하는 금액보다 적으므로, 변론주의나 처분권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