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통영시 B에 있는 'C회사 D대리점'(이하 '이 사건 대리점'이라 한다)의 대표자로서 상시 8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자동차 판매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고, E, F, G, H은 2002.경부터 2008.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에게 각각 고용된 근로자로서 2019. 11. 15.경 I노동조합 J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고 한다)에 가입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쟁의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7. 30.경 이 사건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E, F, G, H(이하 이들을 통틀어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후 그 지침에 따라 '식대 지급, 경영성과지원금 분배'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위 근로자들과의 자동차판매 용역계약(이하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해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였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용역계약서 작성 및 신원보증서 제출을 거부하여 용역계약을 갱신하지 못한 것일 뿐,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의 경위
당사자의 지위
피고인은 2002. 2. 15.경 이 사건 대리점을 설립하여 2024. 1. 31.경까지 운영하였다.
E는 2002. 3. 15.경부터, G는 2004. 10. 18.경부터, F는 2005. 5. 25.경부터, H은 2008. 2. 26.경부터 각 2022. 7. 30.경까지 이 사건 대리점에서 자동차 판매원(이하 '카 마스터'라고 한다)으로 근무하였다.
용역계약의 내용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일정 기간마다 용역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들이 2015. 4.경 및 2018. 7.경에 체결한 용역계약의 내용은 대부분 동일하며, 그 중 피고인과 E 사이에 체결된 2018. 7. 30.자 용역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근로자들의 용역계약서 작성 및 신원보증서 제출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과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용역계약 제6조에 따라 피고인에게 신원보증서와 신원보증보험증권(이하 '보험증권'이라 한다)을 제출하였다.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들이 피고인과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신원보증서를 제출한 시기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근로자들의 이 사건 지회 가입 및 투쟁지침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9. 11. 15.경 이 사건 지회에 가입하였다. 이 사건 지회는 2020. 6. 1.경 조합원 등에게 "용역계약서 거부(근로계약서 요구), 신원보증 인보증 거부(보증보험으로 대체)" 등을 내용으로 하는 투쟁지침을 공지하였다.
피고인의 신원보증서 제출 요구
피고인은 2020. 9. 10. E, G, H에게 '용역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으니 재계약에 관한 신원보증서를 제출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카 마스터들의 신원보증서 제출
이 사건 근로자들 이외의 카 마스터들은 2018년경 이후에도 피고인과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원보증서를 제출하였다(K 2018. 7. 15.경, L 2020. 9. 1.경, M 2021. 7. 9.경, N 2022. 5. 25.경).
이 사건 근로자들의 피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20. 7. 16.경부터 2020. 7. 30.경까지 이 사건 대리점 앞에서 "하루 종일 쫄쫄 굶겨가며 노예처럼 부려먹는 악덕사업주!! A 대표" 등이 기재된 현수막을 설치한 행위 등으로, 2021. 9. 8. 명예훼손죄로 각 벌금형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1고정215). 이 사건 근로자들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2. 7. 7. 위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창원지방법원 2021노2488), 위 항소심 판결은 2022. 7. 15.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인의 계약해지 통지
피고인은 2022. 6. 24.경 E에게 '판매 부진 및 용역계약 체결 거부를 이유로 2022. 7. 30.자로 용역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G, F, H에게는 '2022. 6. 30.까지 신원보증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2022. 7. 30.자로 용역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관련 법리
사용자의 행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였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그것을 주장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징계나 해고 등 기타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지만 그에 관하여 심리한 결과 그 처분을 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사용자의 그와 같은 불이익한 처분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참조).
부당노동행위의 내용이 근로계약 또는 노무제공계약의 갱신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것인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가 근로한 기간, 갱신의 횟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사업장 내 다른 근로자들의 갱신 실태 등과 아울러 사용자가 들고 있는 갱신 거절 사유가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 거절 사유가 존재할 경우 그 사유가 확인된 경위, 동종 또는 유사한 사유에 해당한 다른 근로자에게 한 조치 내용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그 갱신 거절이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한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22. 5. 19. 선고 2021누53216 판결 참조).
부당노동행위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살펴본 사정들과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공판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용역계약갱신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을 상대로 용역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1>.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대리점에서 약 14년 내지 20년 동안 근무하였고, 피고인과 이미 수차례 용역계약을 갱신하는 등 이 사건 대리점에서 카 마스터로 근무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용역계약 제6조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들은 용역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요구하는 내용의 담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에게 2013년, 2015년 및 2018년에 신원보증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으며, 위 신원보증서 이외에도 보험증권을 추가로 제출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 이외의 카 마스터들도 2018년경부터 2022년경까지 피고인에게 신원보증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러한 카 마스터의 담보제공 의무는 용역계약에 따라 카 마스터가 자동차 판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제되는 카 마스터의 의무로 이해될 뿐, 피고인의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용역계약 갱신을 거부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부당한 조건의 결부라고 보기는 어렵다(대구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노76 판결 참조).
F가 제출한 2020. 8. 24.자 보험증권을 포함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이 피고인에게 제출한 각 보험증권(O 주식회사 발행)을 살펴보면, 그 보증내용은 "신원보증"이고, 특별약관에 가입한 사항은 없거나 "신용카드이용보험료납입특별약관"에만 가입되어 있다. O 주식회사의 "신원보증보험 보통약관" 제1장 제1조(보상하는 손해)에는, '보험회사는 피보증인이 고용 기타 일정한 관계에 있는 피보험자를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또는 자기의 직무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보험기간 중에 절도, 강도, 사기, 횡령 또는 배임행위를 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직접 손해를 보상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고,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I" 제1조(보상하는 손해)에는, '회사는 보통약관 제1조(보상하는 손해)에 의한 손해를 보상하는 외에 피보증인이 피보험자를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직접 손해를 보상한다. 그러나 자동차 등의 조작 과실로 입은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
위 약관에 의하면, 피고인의 경우 이 사건 근로자들이 절도 등 고의에 의한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만 그 손해가 보상되고, 카 마스터인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자동차 조작과실이나 그 밖의 과실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가 보상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근로자들이 제출한 보험증권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충분한 피해 담보가 제공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점에서 피고인의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신원보증서 제출 요구가 부당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과 E 사이에 체결된 2018. 7. 30.자 용역계약 제9조에는, '본 판매위탁 계약은 2018. 7. 30.부터 2020. 7. 29.까지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은 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2020년에는 용역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나, 만일 동일한 계약이 이어졌다고 보면 2022. 7. 30.경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해석할 수는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용역계약의 규정 및 이 사건 근로자들의 위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8년에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기간을 2020. 7. 29.까지로 하였고, 위 계약기간이 도과한 이후에는 별도로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이 사건 근로자들이 2022. 7. 30.경까지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2022. 7. 30.경 이후의 계약관계를 명확히 규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을 상대로 용역계약 체결 및 그에 따른 의무로서 신원보증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 부당한 처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9. 11. 15.경 이 사건 지회에 가입하였고, 이 사건 지회는 2020. 6. 1.경 조합원 등에게 "용역계약서 거부(근로계약서 요구), 신원보증 인보증 거부(보증보험으로 대체)" 등을 내용으로 하는 투쟁지침을 공지하였다.
피고인은 위 4)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용역계약 기간인 2020. 7. 29.이 도과하자 2020. 9. 10. E, G, H에게 '용역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으니 재계약에 관한 신원보증서를 제출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F는 이 법정에서, '위 투쟁지침에 따라 신원보증서 제출을 거부하였다', '위 내용증명을 받았으나, 보험증권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신원보증서 제출을 거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위 투쟁지침에 따라 2020. 9.경 신원보증서 제출을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용역계약 갱신을 거부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2022. 7. 30.경까지 2년 가까이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이러한 점에서도 피고인의 용역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근로자들이 위 투쟁지침에 따라 피고인에게 신원보증서 제출을 거부하고 용역계약서가 아닌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피고인과의 용역계약 갱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한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참조). 그러나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의 용역계약은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별도로 피고인의 재계약 또는 계약갱신 의무를 정하고 있지 않으며(서울고등법원 2022. 2. 16. 선고 2020나2038707, 2020나2008713 판결 참조), 오히려 용역계약 제9조에는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쌍방의 합의 하에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등 피고인이 용역계약기간 만료 시 재계약을 하거나 계약을 갱신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용역계약 제8조에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피고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20. 7. 16.경부터 2020. 7. 30.경까지의 피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로 2021. 9. 8.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2022. 7. 15. 확정되었다. 피고인이 2022. 6. 24.경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계약갱신 거절을 통지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들의 용역계약기간 만료가 2022. 7. 30.경인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 계약갱신 거절통지 시 그 사유로 이 사건 근로자들의 명예훼손 행위를 명시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2022. 7. 30.경 계약갱신 거절 시에는 위 명예훼손 행위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진오
각주1)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용역계약을 해지'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후술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의 용역계약은 2022. 7. 30.경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고 이후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용역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