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11. 5. 원고에 대하여 한 제명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굴삭기 운영의 합리화 및 굴삭기 대여업의 건전한 풍토조성 및 굴삭기대여업자 등의 권익 보호 및 복리 증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법인사단이고, 원고는 피고 소속 회원이었던 사람이다.
원고는 2024. 4. 20. C지회(이하 'C지회'라고 한다)에 가입하였다.
피고의 정관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은데, 피고는 2024. 7. 10. 임시총회를 소집하여 아래와 같이 제9조 제3항(이하 '이 사건 제명규정'이라 한다)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하였다.
피고는 2024. 11. 5.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제명규정 위반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제명결의(이하 '이 사건 제명결의'라고 한다)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호증, 을 제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제명결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절차적 하자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실체적 하자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5조 제1항에 위반된다.
원고가 C지회에 가입할 당시에는 이 사건 제명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그 이후에 신설된 이 사건 제명규정에 근거하여 원고를 제명한 것은 소급입법금지의 원칙과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고, '타 단체'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제명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G을 비롯한 여러 피고의 회원들도 H지부에 가입하였으나, 피고는 이들에 대하여는 제명결의를 하지 않았으므로 형평성에 어긋난다.
판단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피고의 정관에는 제명결의와 관련하여 특별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② 원고 스스로 이 사건 제명결의가 있었던 피고의 2024. 11. 5.자 이사회에 출석한 것은 인정하고 있는 점, ③ 위 이사회 회의록(을 제6호증)에는 '원고 - 탈퇴할 의사 없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가 부여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제명결의에 절차상하자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실체적 하자 주장에 대한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제명결의는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와 C지회와의 관계 측면
피고는 개별사업자인 소속 회원들 간의 상호부조 등을 위하여 결성된 단체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2호 소정의 '사업자단체'에 해당하고, 그 스스로 영리를 추구하기 위한 단체는 아니다. C지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피고와 C지회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 아니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피고 소속 회원이 C지회에도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의 존립 자체에 위협이 된다거나, 그로 인해 피고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법률적 장애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와 C지회 등의 중복가입을 허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피고 정관의 법적성격과 그 해석의 측면
피고의 정관은 자치법규로서 그 해석에 있어서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규범적 의미 내용을 확정하는 법규해석의 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99다12437 판결 등 참조). 한편 신설된 법규는 그 시행 이후의 사실관계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적인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는 이 사건 제명규정을 신설하면서 따로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는바, 이 사건 제명규정은 그 시행 이후에 타 단체에 가입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이 "타 단체 가입 시 제명 처리한다."라고 한 이 사건 제명규정의 문언해석에도 부합한다.
만약 이 사건 제명규정의 시행 이전에 타 단체에 가입한 경우까지도 제명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타 단체에의 가입이라는 이미 종결된 행위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으로 원고와 같이 이미 타 단체에 가입한 회원들로 하여금 타 단체의 탈퇴를 강요함으로써 이들의 신뢰를 중대하게 침해하여 헌법상의 불소급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실정법 위반의 가능성 측면
공정거래법 제51조 제1항 제3호는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피고의 존립에 위협이 된다거나 피고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영향이 없는 타 단체에의 중복가입을 금지하고 이를 이유로 영구적으로 재가입이 제한되는 제명을 한다는 이 사건 제명규정은 소속 회원들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함으로써 그들의 헌법상 보장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단체가입의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공정거래법 제51조 제1항 제3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기타 고려할 사항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구성원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완전히 박탈시키는 것이므로 단체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제명이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 사건 제명규정은 타 단체에 가입한 경위나 목적, 그 가입기간 등을 전혀 고려치 아니한바 규정 자체로 최소 침해원칙에 반한다고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원(재판장) 김혜민 박성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