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14. 3. 27. 선고 2013노210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배상신청을 각하한다.

이유

1.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 및 주식회사 G을 실제 운영하는 사람이다.

H 주식회사(이하 'H'이라 한다)는 2011. 8. 22.경 경남 함양군으로부터 총 공사금액이 7억 9,500만 원 상당인 I 조성사업(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도급받았으나, 피고인의 직원인 J의 신청에 의하여 2011. 9. 23.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이루어진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하 '이 사건 전부명령'이라 한다)으로 인하여 H은 함양군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을 수 없으므로 H 명의로 위 조성사업과 관련된 하도급 공사계약이 체결되어도 H은 그 하도급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2012. 1. 25. 진주시 K에 있는 F 사무실에서 H 대표이사 L(2012. 4.경 개명 전 N)로부터 하도급 공사계약 체결에 대하여 위임받은 것을 기화로 위와 같이 이 사건 전부명령이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묵비한 채 피해자 D에게 '함양군에서 발주한 이 사건 공사 중 목공사를 해주면 공사금 1억 6,200만 원을 지급하겠다, 원청인 H와 계약을 하여야 나중에 공사금 부분에 대하여 문제가 생기면 소송을 할 수 있다'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와 H 명의로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후 피해자로 하여금 2012. 1. 25.경부터 같은 해 8. 20.경까지 목공사를 하게 하였음에도 그 공사금 중 6,7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H은 위와 같은 경위로 함양군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을 수 없으므로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자금사정도 악화되어 있어 피고인 또한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6,700만 원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이 사건 전부명령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피해자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전부명령의 존재를 알릴 의무가 있고, 이 사건 전부명령으로 인하여 H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피해자에게 그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전부명령의 존재를 고지하지 않아 이에 속은 피해자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그에 따른 공사를 진행하게 하여 6,700만 원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한편,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다만 위 무죄부분과 위 나의 1)항의 유죄부분이 일죄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유죄만을 선고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원심은 아래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1)

피고인이 H을 대리하여 피해자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전부명령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것을 두고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기망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2)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전부명령을 묵비한 것을 기망행위라고 보면서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는 공사대금 지급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고 보아 이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했는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3)

이 사건 계약으로 인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은 H이나 대표자인 L이고, 피고인은 오히려 이 사건 전부명령에 따라 지급받은 돈보다 피해자를 비롯한 하수급인들에게 지급한 돈이 더 많아 손해를 봤을 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적이 없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E 근로자의 2011. 4.분 임금 등 합계 35,422,820원의 임금과 F 근로자의 2011. 11.분 임금 등 합계 2,666,660원의 임금을 각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여 각 근로기준법위반죄로 2012. 3. 6.자 및 2012. 7. 3.자로 각 약식명령을 받은 점, 피고인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던 진주시 AB 부동산이 2011. 9. 30. 임의경매절차에서 매각되어 이 사건 계약 당시 피고인 명의의 재산은 전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 D과 공사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어 편취 범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가 없다면서 이 부분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의 고지의무 존부에 대한 판단

1)

관련법리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므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인하여 재물을 수취하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4531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H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석공사와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받기로 하고, 나머지 공사 계약에 관한 대리권 및 그에 따른 하도급 공사대금을 지급할 권한을 부여받은 점, 그런데 피고인은 H의 다른 채권자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2011. 9. 9. 'H은 J(F의 직원)에게 2011. 9. 15.까지 6억원을 변제하고, 미지급시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는 허위의 채무변제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고, 2011. 9. 23. 채권자를 J으로 하여 H에 대한 위 공정증서상 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해 H의 함양군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 중 601,647,188원에 대해 압류 및 전부명령(이 사건 전부명령)을 받았으며, 이 사건 전부명령은 2011. 10. 15. 확정된 점, 그 후 J이 F을 퇴사하자 E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으나 사실은 피고인의 직원에 불과한 O이 2012. 8. 10. 양수했고 같은 날 함양군에게 그 양도사실을 통지한 점, 이 사건 전부명령에 기해 수령한 전부금들은 모두 피고인이 집행하는 등 이 사건 전부명령의 채권자는 실질적으로 피고인이었던 점 등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비롯한 하수급인들의 공사대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전부명령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의 상대방은 H이고 피해자로서는 H의 함양군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H의 책임재산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 점, 이 사건 전부명령의 채권자가 실질적으로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만일 피고인이 이 사건 전부금을 모두 수령한 후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이나 F 등을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도 없어서 이 사건 전부명령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피해자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전부명령의 존재를 미리 알았더라면 계약 상대방을 H로 하는 이 사건 계약에 나아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의 편취 범의 존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행위 이후의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며(대법원 2009. 9. 25. 선고 2008도5618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E 근로자의 2011. 4.분 임금 등과, F 근로자의 2011. 11.분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점, 이 사건 계약 당시 피고인 명의의 재산은 전혀 없었던 점,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당시 피해자에게 이 사건 전부명령의 존재를 고지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못한 점 등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위 제3의 가. 2)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① 피고인은 H의 다른 채권자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이 사건 전부명령을 받은 점, ② 이 사건 전부명령의 채권자는 실질적으로 피고인이었던 점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③ H과 함양군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공사의 대금이 당초 820,594,500원에서 2012. 8. 7.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815,184,700원으로 감액됐고, 2012. 9. 18. 보험료 미납부로 인한 공제로 다시 779,699,330원으로 변경됐으며, H에서 이 사건 전부명령이 있기 이전인 2011. 9. 7. 이미 2억 3,000여 만원을 지급받아 갔고, 2012. 9. 24. 하자보증 현금예치 등으로 인하여 23,391,000원이 공제되는 등 피고인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 사건 전부명령으로 인하여 2012. 5. 17. 91,608,000원(J 명의로), 2012. 9. 24. 426,700,330원(O 명의로) 등 합계 518,308,330원을 지급받는 데 그쳤던 점, ④ 공사기간 연장 등을 원인으로 공사비용이 증가되어 총 공사비용이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전부받은 금액을 초과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 전부금을 지급받기 전인 2012. 2. 14. 1,000만 원, 2012. 3. 26. 2,000만 원, 2012. 4. 16. 2,000만 원, 2012. 4. 25. 1,000만 원 등 합계 6,000만 원을 지급했고, 이후에도 2012. 5. 25.500만 원, 2012. 6. 11. 2,500만 원, 2012. 6. 15. 500만원을 각 H 명의로 지급했는데,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 당시부터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면, 위와 같이 이 사건 전부금을 지급받기 이전에 자신의 자금을 출연하면서까지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의 일부를 지급한 사정이 설명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거나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이 사건 전부명령을 고지하지 않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결국 피해자가 이 사건 계약 체결에 따른 공사를 하더라도 H과 피고인은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H의 경남 함안군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에 관하여 제3자 명의의 이 사건 전부명령이 마쳐져 있음에도 피고인은 이를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H과 피해자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게 한 다음 피해자가 공사를 다 마쳤는데도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것인바, 이는 피고인의 의사, 행위 태양 및 피해자 나아가 결과까지 동일한 단순일죄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전부명령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고, 이를 고지의무 위반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위 나항과 같이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바,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부당하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법리오해 주장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항소기각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제1의 가항의 기재와 같고, 이는 앞서 본 제3항과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이 사건 배상신청을 각하하기로 한다.

판사 문보경(재판장) 이승호 강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