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15. 7. 16. 선고 2014노242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F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F, G, H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 없음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이 F, G, H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전제로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위 F 등 3명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경남 김해시 D 소재 E 대표로 상시근로자 4명을 고용하여 철도차량부품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3. 7. 22.부터 2013. 9. 6.까지 소장으로 근무한 F의 2013. 8월분 임금 3,732,400원, 9월분 임금 315,000원 합계 4,047,400원, 2013. 7. 29.부터 2013. 9. 9.까지 취부공으로 근무한 G의 2013. 8월분 임금 2,313,300원, 9월분 임금 700,000원 합계 3,013,300원, 2013. 7. 23.부터 2013. 9. 9.까지 용접공으로 근무한 H의 2013. 8월분 임금 2,749,500원, 9월분 임금 971,000원 합계 3,720,500원 등 3명의 임금도합 10,781,20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사실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도3163 판결 등 참조).

2)

판단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G, F, 피고인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 부분 및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였으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피고인은 (주)L로부터 철도차량 32대의 언더프레임(UNDER FRAME) 제작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아 이를 F에게 다시 하도급하였는데, F은 하도급대금 산정을 위한 샘플 차량 제작 과정에서 업무능력 미숙으로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하였던 것이고 G과 H도 F이 샘플 차량 제작을 위해 고용한 근로자들이므로, 피고인은 F, G, H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 없어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F, G, H의 각 원심 법정진술, F, G, H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근태기록부가 있다.

그런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F, G, H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와 달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①

피고인은 F과 사이에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경위에 관하여 '이 사건 공사는 먼저 샘플 차량 1대를 제작하면서 그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계산한 후 이를 기준으로 전체 공사금액을 정하여야 하는 특수한 성격의 공사에 해당하는데, F은 샘플 차량 1대의 제작을 완료하지 못한 채 공사를 중단하여 공사금액을 확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있다.

②

F이 2013. 9. 6.경 샘플 차량 1대의 제작을 중단한 채 공사현장에 나타나지 않자 피고인은 그 무렵 이 사건 공사를 M에게 재차 하도급하였고, M은 2013. 9. 9.경부터 중단된 샘플 차량 1대의 제작을 비롯한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는데, 피고인과 M은 그로부터 약 1달 이상이 경과한 2013. 10. 24.경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의 위 ①항의 주장에 부합한다. 또한 F은 샘플 차량 제작 공사 중 '예상공수'라는 제목으로 철도 차량 1대당 공사금액이 246만 원이 든다는 일종의 견적서(공판기록 37쪽)를 피고인에게 제시하였는바, 이는 샘플 차량의 제작이 전체 도급금액을 정하기 위한 절차였다는 피고인의 위 ①항 주장에 부합한다. 만약 F이 일용근로자로 근무하였다면 위와 같은 견적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제시할 이유가 없다.

③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ㄱ) 우선 피고인은 F, G, H와 샘플 차량 제작 공사와 관련한 근로계약을 명시적으로 체결한 바 없을 뿐 아니라 G, H와는 작업능력이나 일당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면담하는 등의 최소한의 절차도 거친 바가 없다. G과 H도 원심 법정에서 '일당을 얼마로 할지에 관하여 F과 상의하였을 뿐 피고인과 상의한 바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ㄴ) 또한 피고인이 작업현장에 일주일에 2~3번 정도 방문하여 작업 현황 등을 둘러보았다는 점만으로는 F 등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G, H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작업 지시를 한 적은 없고, F으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고, E의 공장장인 N도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작업현장을 방문하여 F과 작업 방식 등에 관하여 논의하려 하였으나, F이 이에 반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④

F이 F, G, H의 출근일수 및 근로시간을 기록한 한달치 근태기록부(수사기록 40쪽)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었고 피고인은 이를 받고도 특별히 문제삼지 않았던 사정은 인정되나, (ㄱ) 일용근로자의 경우 출근일수 및 근로시간이 임금을 산정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이를 사용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고 일용근로자에게 맡긴다면 자칫 출근일수 및 근로시간을 부풀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용근로자 중의 한 사람에 불과한 F이 피고인으로부터 근태기록부 작성을 위임받았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고, (ㄴ) 피고인이 대표로 있는 E측 직원이 작업현장에서 F, G, H의 출근 여부 등을 확인한 바도 없으므로 앞서 인정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F, H, G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피고인은 F 등이 제작 중단한 샘플 차량의 기성이 5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M과 체결한 도급계약의 열차 1대당 도급금액도 365만 원 정도에 불과한 반면, 샘플 차량 1대를 완성하지 못한 F, G, H의 7월경부터 9월경까지 임금 합계는 약 1,280만 원에 이른다).

⑤

피고인은 2014. 8.경 F, G, H가 근무한 일수에 일당을 곱하여 계산한 7월분 임금을 F, G, H의 계좌로 각 입금한 경위에 관하여 'F의 요청으로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고, F이 아들 명의의 계좌로 입금받기를 원하여 F의 아들 명의 계좌로 전액 입금하려 하였으나 역시 F이 각 계좌로 입금해 줄 것을 요구하여 그에 따라 입금하였다'는 취지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과 F 사이에 제작 중단된 샘플 차량에 대한 정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하여 명확한 약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과 F이 이 사건 공사의 도급금액을 정하기 위한 샘플 차량 제작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으로 보인다.

⑥

F이 2014. 9. 6.경 샘플 차량 제작을 중단하고 현장을 떠난 후에도 G, H는 피고인의 요구로 2014. 9. 9.경까지 작업을 계속한 사정은 인정되나, 근무한 일수가 F이 작업을 그만둔 후 불과 3일 정도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구한 다른 팀이 작업 현장에 들어온 후에는 남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F 등을 고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제2의 다항 기재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보경(재판장) 송종선 김선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