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15. 11. 19. 선고 2015가합342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촉탁계약 체결의 의사표시를 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자동차, 농업용 기계, 건설용 장비, 하역장비의 완성품 및 구성품과 동부품의 제조와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하다가 2014. 12. 31. 정년퇴직한 근로자들이다.

나.

단체협약 및 촉탁계약 관련 규정

원고들이 속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피고 지회(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는 2012. 12. 5.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정년에 관한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들의 촉탁계약 신청 및 피고의 거부

원고들은 2014. 12. 22.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에 촉탁계약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청구취지는 촉탁계약의 중요한 내용인 업무 내용과 보수 등이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살피건대, 원고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의 촉탁계약 규정(이하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이라 한다)에 의하여 피고에게 촉탁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원고들에 대한 각 촉탁계약 체결의 의사표시를 할 것을 청구하고 있음이 명확하고, 촉탁계약의 업무 내용 및 보수 등은 피고가 정할 사항에 해당하므로, 본안 이전에 소의 적법 요건으로 판단될 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청구취지가 특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3.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정년퇴직자의 요청이 있고, 정년퇴직자에게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시 1년간 촉탁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촉탁계약 체결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에는 '회사의 경영 여건상 촉탁채용이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촉탁 계약한다'는 내재적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피고는 현재 유휴인력 조정을 위하여 재직 중인 근로자들에게 회사 방침에 따른 휴업휴가 및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촉탁 인원을 채용할 여력이 없는 상태이므로, 피고에게 촉탁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다.

2)

설령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에 위와 같은 조건이 부가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은 1996년 일회적으로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근로자들로부터 촉탁계약의 요청이 있거나 실제로 시행된 바 없었으므로,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은 근로자들의 권리 불행사로 실효되었다.

3)

원고들 중 A,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 U, V, W, X, Y, Z, AA, AB, AC, AD, AE, AF, AG, AH은 이 사건 촉탁규정상의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도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원고들에 대하여는 촉탁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촉탁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피고는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에 따라 정년퇴직자인 원고들의 요청이 있고, 원고들에게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다면 원고들을 1년간 촉탁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바,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의 해석이 문제 된다.

1)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의 의미

가)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상 '일반건강진단'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일반건강진단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상이 없을 것'의 의미에 관하여 원고들은 일반건강진단 결과상 업무수행에 적합한 근로자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일반건강진단 결과상 건강관리구분{근로자건강진단 실시기준(2013. 10. 18.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49호, 이하 '근로자건강진단 실시기준'이라 한다) [별표 4]} A에 해당하는 근로자, 즉 건강관리 상 사후관리가 필요 없는 근로자(건강한 근로자)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일반건강진단에 따른 결과로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상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을 판단할 수 있는지 살피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 제1항에,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유지를 위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기관 또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진단을 실시하는 기관에서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위 법 제72조 제5항 제2호, 제43조 제7항에, 사업주는 위 법 제4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건강진단결과를 근로자의 건강 보호·유지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규정에 의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 제7항은 일반건강진단 결과를 근로자의 건강 보호·유지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피고가 실시하는 일반건강진단 결과를 촉탁계약 체결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 규정에 직접적으로 위배된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퇴직한 근로자에 대하여 새로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일반건강진단 결과를 사용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 제7항에 위배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상에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에 따른 근로자 건강진단 실시에 필요한 사항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근로자건강진단 실시기준 제13조에 의하면, 건강진단기관은 일반건강진단 등의 결과는 [별표 4]에서 정한 바에 따라 건강관리 구분·사후관리내용 및 업무수행 적합여부로 각각 구분하여 판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 근로자건강진단 실시기준 [별표 4]에 의하면, 건강관리구분 판정에 있어서 건강관리 상 사후관리가 필요 없는 자(건강한 근로자)를 A로, 직업성 질병으로 진전될 우려가 있어 추적검사 등 관찰이 필요한 자(직업병 요관찰자)를 C1으로, 일반질병으로 진전될 우려가 있어 추적관찰이 필요한 자(일반질병 요관찰자)를 C2로, 직업성 질병의 소견을 보여 사후관리가 필요한 자(직업병 유소견자)를 D1으로, 일반 질병의 소견을 보여 사후관리가 필요한 자(일반질병 유소견자)을 D2로 판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일반 건강진단 결과상 건강관리구분(A, C1, C2, D1, D2)은 사후관리가 필요한지에 따라 구분되고 있어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상의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을 해석하기 위한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일반건강진단 결과를 촉탁계약 체결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일반건강검진 결과를 사용하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 제7항에 위반된다면,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시'라는 조건뿐만 아니라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 전체가 민법 제151조 제1항에 따라 무효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의 의미의 해석에 관한 합의가 결렬되어 있을 뿐 위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의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불법조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2)

보충적 해석

결국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의 의미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기준이 아닌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살피건대, 갑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은 회사의 재량이나 권한이 아닌 의무로 규정되어 있어 회사에서 일반질병의 소견을 보이는 근로자에 대한 촉탁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 규정의 취지와 배치되는 점, ② 다만,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을 신설할 당시 '일반건강상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을 부과한 당사자의 의사는 근로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업무수행에 곤란한 건강상 이상이 있거나 근로자의 건강상태가 다른 근로자의 건강상태 또는 안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회사 측에서 촉탁계약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상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의 의미'는 '근로자의 건강에 업무수행에 부적합한 사유가 없을 것'의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3)

판단

살피건대, 을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원고들은 근로자의 건강에 업무수행에 부적합한 사유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촉탁계약(원고들은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나 여기에서의 고용은 '촉탁계약'을 의미하므로, 같은 의미로 본다)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

가)

원고들이 피고에 근무할 당시에 시행한 건강검진결과 및 촉탁신청 시 제출한 개별검진 결과에 원고들 중 일부에 간기능 이상이나 고지혈증, 비활동성 폐결핵, 소음성 난청주의, 고혈압, 당뇨, 비만주의, 요잠혈 및 요단백, 빈혈, 늑막유착, 신장질환주의 등의 소견이 기재되어 있으나 이러한 소견들은 업무수행이 곤란한 건강상 이상이라거나 다른 근로자의 건강상태 또는 안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나)

회사는 촉탁계약 체결을 원하는 정년퇴직자인 근로자의 요청이 있으면 촉탁계약 체결 절차에 근로자의 건강에 업무수행에 부적합한 사유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건강진단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상당한데, 피고는 이를 위한 절차를 갖추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로 인한 불이익은 피고가 감수하여야 한다.

다)

일반질병의 소견을 보이는 근로자도 단체협약상 정년까지 계속하여 근무하였고, 피고로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어떠한 조치를 받은 사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나.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에 내재적 조건이 부가되어 있는지 여부

1)

관련법리

단체협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재 내용에 의하여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할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체결하는 것이므로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86287 판결).

2)

판단

살피건대, 갑 제3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조합원의 정년에 관하여 1995년 단체협약 제27조에는 "조합원의 정년은 만 56세로 하며 정년퇴직일은 당해년도 12월 말로 한다. 단 96년 퇴직자부터 적용한다. 회사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되었는데, 1996년 단체협약 제27조에는 "조합원의 정년은 만 56세로 하며 정년퇴직일은 당해년도 12월 말로 한다. 단 96년 퇴직자부터 적용한다. 회사는 정년퇴직자 본인의 요청이 있고,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시 1년간 촉탁 계약한다"고 규정하면서 촉탁계약 규정을 신설한 사실, 2012년 단체협약에도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위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단체협약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재 내용에 의하여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는 점, ② 1995년 및 1996년 단체협약서 상 정년 및 촉탁계약 규정에 비추어보면, "회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정년퇴직자의 요청이 있고,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을시 1년간 촉탁 계약한다"는 규정으로 변경하여 회사의 재량의 여지를 축소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는 촉탁계약을 신청하는 정년퇴직자에게 일반건강진단 상 이상이 없는 이상 1년간 촉탁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위와 같은 명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주장과 같이 회사의 경영 여건상 촉탁채용이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촉탁 계약한다는 내재적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이 실효되었는지 여부

1)

관련법리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쫓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다3670 판결).

2)

판단

살피건대, 피고가 주장하는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1996년 이후 현재까지 촉탁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다거나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2012. 12. 5. 피고가 정년퇴직자들에게 취업알선 1년 또는 퇴직위로금 500만 원의 지원을 하기로 하는 약정이 체결되었고, 2012년 정년퇴직자들이 위 약정에 따라 퇴직위로금 등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권리행사에 관한 실효기간이 진행되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피고가 원고들이 이 사건 촉탁계약 규정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어떠한 정당한 사유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선의종(재판장) 박민규 박선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