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19. 8. 29. 선고 2018가합55411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3,616,585원과 이에 대하여 2017. 8. 29.부터 2019. 8. 29.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3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청구의 변경 불허

원고는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지만 이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않는 한도 안에서 허용되어야 하고(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법원은 청구취지 또는 원인의 변경이 옳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63조).

이 사건에서 원래의 청구는 피고의 대기발령 처분이 무효임을 이유로 한 미지급 임금 청구인데, 원고가 이 사건 변론종결 직전인 2019. 5. 13.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서 추가한 손해배상청구는 피고가 원고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목적 외 활용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였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위자료 15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원래의 임금 청구와 법률적 구성과 그 법률관계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청구변경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따라서 손해배상청구를 추가하는 내용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은 허가하지 아니한다.

2.

기초 사실

가.

원고는 2016. 7. 18. 피고(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C)와 계약기간을 2016. 7. 18.부터 2017. 1. 17.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음 피고의 D에 소속되어 배송업무를 담당하였다. 이후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 갱신되어 계약기간은 2017. 7. 31.까지로 연장되었다.

나.

피고는 2017. 4. 26. 원고에게 대기발령의 통지를 하였는데, 그 사유는 원고가 '직장동료들에 대한 회사 업무수행 방해 유도 등'의 행위를 하였고 이는 배송직원 취업규칙 제93조 제4·6·10·19·20·21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7. 4. 27.부터 배송업무에서 배제되었다.

다.

피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 후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지는 않았고, 2017. 7. 17.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2017. 7. 31. 종료되었다.

라.

피고의 배송직원 취업규칙 중 이 사건에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실인정의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2호증, 을 제3·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대기발령은 징계절차 회부를 위한 임시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았고 임금까지 삭감되어 사실상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과 같으므로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원고가 업무수행을 게을리 한 사실이 없음에도 근로자로서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쟁의행위를 하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은 한 것은 위법하여 무효이다. 원고는 무효인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7. 5. 1.부터 근로계약 종료일인 2017. 7. 31.까지 원고가 정상적으로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돈의 차액인 3,884,485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가 다른 직원들에게 태업을 유도한 행위는 피고에게 부당한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적법한 쟁의행위라고 할 수 없고, 피고는 배송직원 취업규칙에 따라 적법하게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하고 이에 따른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4.

판단

가.

이 사건 대기발령의 효력

대기발령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라도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 등에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인사명령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처분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단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근로자에 대한 전직·전보처분,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배송직원 취업규칙 제10조 제5항은 직원의 보직을 해제하고 대기시키는 인사발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이는 배송직원 취업규칙 제93조에서 정한 징계의 종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대기발령은 원고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 조치에 해당하고 대기발령 중에는 기본급이 지급되므로, 직무의 수행에서 배제하는 기간 중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정직 처분과는 구별된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인사명령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떤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앞에서 인정한 사실, 갑 제7호증, 을 제1·4·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판단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대기발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①

피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 통지서에서 명시한 대기발령 사유는 '원고가 직장동료들에 대한 회사 업무수행 방해 유도 등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고, 그 근거로 삼은 D 직원들의 진술서도 '원고는 피고의 정책에 대한 불만과 고용 불안을 토로하며 배송지연 등 태업을 하겠다고 주변 직원들에게 말하고 태업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원고가 실제로 고의적인 배송지연을 하는 등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원고가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거나 징계사유가 발생하여 징계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라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원고를 직무에서 배제하여야 할 업무상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없다. 반면, 원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근로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약 3개월간 직무에서 배제되어 근로자 지위가 불안정하게 되고 기본급 외의 연장근로수당, 성과인센티브, SR(Safety Reward)을 지급받지 못하는 생활상·경제상의 불이익을 입었다.

②

사용자가 대기발령을 함에 있어서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더라도 신의칙상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최소한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타당한데, 피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에 앞서 원고와 협의를 하거나 원고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절차를 취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

③

피고는 2017. 4. 1.부터 시행한 'E 평가와 보상체계 제도'를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있었고 그 무렵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당시 피고의 배송직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이 없었기 때문에 원고가 피고의 정책에 관한 불만을 제기하거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태업을 하겠다고 말하는 행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하는 쟁의행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적어도 노동조합 조직 또는 쟁의행위를 위한 준비단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 후인 2017. 5. 11. 피고가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없이 평가와 보상체계 제도를 변경한 것이 근로기준법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창원고용노동지청에 피고를 고소하였고, 2017. 5. 30. 배송직원 76명의 대표로서 국민인수위원회에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며, F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2017. 6. 27.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진정 및 근로감독청원서를 제출하였다. 그 후 F위원회는 G노동조합과 함께 피고에 대한 고발, 집회·시위 등의 활동을 하였고, 2017. 9. B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하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사유와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원고가 근로자로서의 단결권 실현을 위하여 노동조합 조직 또는 쟁의행위를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하였다고 판단된다.

④

대기발령은 잠정적인 조치이므로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원고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제공을 할 수 없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님에도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3개월간 직무를 부여하지 않고 징계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채 잠정적 지위의 상태를 유지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

이 사건 대기발령이 무효인 이상 원고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갑 제1·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2017. 5. 1.부터 2017. 7. 31.까지의 기간에 대한 임금으로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다음과 같다(다만, 아래의 금액은 소득세, 고용보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등으로 공제되는 금액을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고, 이하에서도 같다).

①

기본급: 매월 1,452,243원

②

식대: 매월 10만 원

③

고정 연장근로수당: 매월 727,846원

④

성과인센티브: 7월 397,400원 [2분기(4월 ~ 6월) 성과에 대한 최저 평가등급 기준 금액. 피고가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적어도 최저 평가등급 기준의 성과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봄]

⑤

SR: 40만 원 (교통범칙금, 불법주차, 교통사고 등의 사유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매월 4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액이 지급된다고 봄)

앞에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2017. 5. 1.부터 2017. 7. 31.까지의 기간에 대한 임금으로 원고에게 이미 지급한 금액은 다음과 같다.

①

기본급: 매월 1,452,243원

②

식대: 매월 10만 원

③

고정 연장근로수당: 7월 164,353원 (피고는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하는 근로자에게 1주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있어, 원고가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고정 연장근로수당을 일할 지급하였다.)

④

성과인센티브: 미지급 [피고는 2017. 7. 원고에게 40만 원의 성과인센티브를 지급했으나, 이는 3분기(7월 ~ 9월) 성과에 대한 중간 평가등급 기준 금액 120만 원 중 1개월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서, 평가기간 중 계약기간 종료로 인하여 퇴직하는 경우 성과인센티브 지급기준에 따라 지급한 것임]

⑤

SR: 미지급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한 임금 차액 즉, 고정 연장근로수당 2,019,185원(= 727,846원 × 3 - 164,353원), SR 120만 원(= 40만 원 × 3), 2분기에 대한 성과인센티브 397,4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3,616,585원(= 2,019,185원 + 120만 원 + 397,4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7. 8. 2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8. 29.까지는 민법에 따른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사 최웅영(재판장) 박신영 김재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