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B, C, D, E
피고인들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피고인 F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판결 확정 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다음의 점은 각 무죄
피고인 A에 대한 의창터미널 업무방해의 점
피고인 A, B, C, D, F에 대한 공동퇴거불응의 점
이유
아래에서는 ① 이 사건 공소사실 ② 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③ 유죄 부분 ④ 무죄 부분의 순서로 이유를 기재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 A의 J 의창터미널 업무방해
피고인 A은 J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들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이자 K노동조합 의창지회장이다.
피고인은 동료 택배기사이자 조합원인 L, M, N, O, P, Q, R, S, T, U, V, W, X, Y, Z, AA와 공동하여 2018. 11. 23. 12:53경부터 같은 날 14:44경까지 창원시 의창구 AB에 있는 피해자 J 주식회사(이하 'J'이라 한다)의 창원지점 의창터미널 진입로에서 피고인들이 참가한 K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하여 배송업무가 중단되자 대체택배배송업무차 지원된 피해자 소속 직영택배기사 AC 등 22명이 대기 중인 AD 배송트럭 앞에 서로 팔짱을 끼고 몸을 밀착하여 서 있거나 바닥에 주저앉는 등의 방법으로 위 배송트럭들의 터미널 진입을 봉쇄하거나 곤란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창원시 성산구 및 의창구 일원 약 7,000여 건의 택배물량 배송업무에 차질을 빚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K노동조합 소속 택배기사 16명과 공동하여 위력으로 피해자의 택배화물 배송업무를 방해하였다.
피고인 C, 피고인 D, 피고인 E, 피고인 F, 피고인 B의 J 성산터미널 업무방해
피고인 C은 K노동조합 성산지회장이고, 피고인 D은 위 지회 조직부장이고, 피고인 E은 위 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이고, 피고인 F은 위 노동조합 경남지부 사무국장이고, 피고인 B는 위 지회 소속 조합원이고, 위 피고인들은 모두 J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들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들이다.
피고인들은 동료 택배기사이자 조합원인 C(39세) 및 성명불상의 조합원 12명과 공동하여 2018. 11. 23. 14:20경부터 17:00경까지 창원시 진해구 AE에 있는 피해자의 창원지점 성산터미널 입구 부근에서 택배화물이 적재된 대형 간선차량 밑에 들어가거나 AF 간선차량 앞에 여러 명이 드러누워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택배화물 배송업무에 차질을 빚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K노동조합 소속 택배기사 13명과 공동하여 위력으로 피해자의 택배화물 배송업무를 방해하였다.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D, 피고인 F, 피고인 A의 성산터미널 사무실 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D, 피고인 F, 피고인 A은 AG(K노동조합 거제지회장), AH(같은 노동조합 김해지회장), AI(같은 노동조합 마산회원지회장)와 함께 2018. 11. 26. 08:26경부터 같은 날 18:00경까지 창원시 진해구 AE에 있는 피해자 J 창원성산터미널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창원성산지점장 AJ에게 집하금지해제 요청서를 전달하고자 하였으나 위 AJ이 수령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위 사무실 내 탁자 주변에 둘러앉은 채 AJ으로부터 퇴거를 요구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AG, AH, AI와 공동하여 약 10시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위 AJ의 퇴거요구에 불응하였다.
[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이 사건의 개요
J을 비롯한 대형 택배회사들은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각 지역 대리점들(또는 집배점, 본사와 위수탁계약 관계이다)이 택배기사들과 재차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여 택배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택배기사의 근무환경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위 계약구조가 적법 내지 합당한 것인지, 택배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인지 등의 논란이 있어 왔다.<1>
이후 2017년경부터 택배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있자<2> 피고인들을 비롯한 택배기사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J에 교섭을 요구하였는데, J에서는 직접 고용관계가 아니어서 교섭상대가 아니라며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자(파업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다) J은 직영차량을 투입하여 대체 배송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출차방해(업무방해) 및 사무실 점거(퇴거불응)를 했다는 것이 이 사건 공소사실이다.
쌍방의 주장 내용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J은 노조와 교섭의무가 있는 당사자에 해당하는데 불법으로 대체인력을 파견하였고, 피고인들은 이를 확인하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출차방해를 하거나 사무실점거를 한 것이므로, 쟁의행위의 법리에 따라 정당행위 등에 해당하거나 각 범죄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택배기사인 피고인들은 집배점주와 계약되어 있으므로 이와 관련 없는 피해자 J에 대해서는 쟁의행위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고, J이 대리점에 위탁주었던 택배물량을 회수하여 직접 배송하는 것 역시 위법한 '대체근로'가 아니라 적법한 '직접배송'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이상 유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3>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에 있어서 적법한 파업에 수반되는 피케팅 및 연좌·농성하는 직장점거는 어느 정도 허용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나,<4>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까지 이러한 수인의무를 널리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안에서 J은 노조원들과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대리점을 통하여 택배기사들을 지시하여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J을 쟁의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로 보기는 어렵고, 이른바 '간접고용'에서 쟁의행위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5>
이와 관련하여, 대전지방법원 2015. 1. 15. 선고 2014노390 판결(이른바 '수자원공사' 사건)은 하청업체인 청소용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업체인 수자원공사의 사업장 내에서 한 쟁의행위는 원청업체의 재산권 또는 시설관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아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사용자의 위법한 대체근로 행위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실력행사를 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판단한바 있다(대법원 2015도1927호 상고심 진행 중). 또한 전주지방법원 2012. 11. 14. 선고 2012노762 판결 역시 쟁의행위 중 사용자의 위법한 대체근로행위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의 실력행사는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는데('AK' 사건, 대법원 2012도15099호로 검사상고 기각됨), 두 사건 모두 대체근로 행위는 원청이 아니라 하청업체 또는 직접 사용자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로서 이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관계에 있는 대리점은 사실상 독자적인 결정권이 없이 J이 실질적인 업무지시 및 대체 배송을 실시한 것이어서, 이는 노조법의 규정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존재한다.
결국 이 사건에서 쟁의행위의 허용범위를 판단할 때는 근로자 노동 3권의 실질적인 보장과 제3자의 권리보호, 그리고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판단
개요
이 사건 파업이 발생하자 J은 택배연대노조의 배송구역만을 선별하여 집회를 금지시켰고, 직영기사를 대체하여 투입하였다. 피고인들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의창터미널 및 성산터미널에 각각 모여서 J의 조치에 대해 항의하며 해당 관청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등<6> 감시를 하며 집회를 개최하였는데, 각 터미널은 피고인들이 평소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던 곳이었으며 각 공소사실에서 문제된 특정 직영기사 차량의 출입이 일부 지체된 외에는 모든 직영기사 차량의 출입을 막거나 통제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는 않았으며, 달리 폭력이나 파괴 행위<7> 등의 사태는 없었다. 또한 이후 조합원들은 J 성산터미널 내의 사무실에서 성산지점장에게 '집하금지해제요청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사무실 내 타자 주변에 둘러앉아 있으면서 퇴거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의창터미널의 업무방해의 점(피고인1 A) : 무죄
AM의 증언 내용와 영상<8>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의창터미널 입구는 배송차량 2대가 동시에 진입할 수 있는 정도의 너비이고(변호인 제출 증7호, 이하 '증O호'로 약칭함), 조합원들은 입구 주위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는데 차량 출입은 가능한 상태였다. 그런데 J 직원과 노조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생겼고, 그 와중에 직영기사 차량 1대가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밀어붙이자 몸싸움을 하던 조합원들이 항의하며 제지하는 정도였으며 이후 위 차량은 결국 터미널 안으로 진입하여 정상적으로 택배물품을 싣고 출차하였는데, 그 시간은 오후 2:30을 전후한 약 20분 정도였다.
결국 의창터미널의 집회는 아침 8시경 시작되어 오후 6시경 종료되었는데 당시 직영기사 차량 22대가 의창터미널에 출입했고 문제가 된 것은 단 한 대의 차량이었던 점(해당 직영기사 AC의 진술도 같다), 그 경위도 쌍방 몸싸움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인 점, 피고인들은 J과 직접 고용관계에는 있지 않으나, 근무장소에서의 조합원들의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특히 이 사건에서 조합원들은 J의 직영차량 투입행위가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 쟁의행위 당시에는 모든 직영차량의 터미널출입을 저지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위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하거나 그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쟁의행위에 수반되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기도 한다.
성산터미널의 업무방해의 점(피고인 2 내지 6) : 유죄
성산터미널의 입구는 차량 4대가 동시에 들어갈 정도의 너비이고(증8호), 조합원들은 터미널에 모여 오전 8시경부터 오후 6시경까지 집회 및 감시를 하였는데, 해당 시간 내내 입구를 점거하거나 출입하는 모든 직영기사 차량을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은 점(증16, 17호)은 앞서 의창터미널과 유사하다.
다만 해당 영상에 의하면, 당시 직영기사 차량이 약 60대 터미널에 들어왔으나, 이후 오후 5시경 대형트럭이 출차할 당시는 조합원들이 일률적으로 팔짱을 끼고 자리에 앉아 그 진행을 막았고 한 조합원은 트럭 밑에 들어가기까지 했는바, J 법적 지위가 분명하지 않고 대체 배송의 위법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선제적인 위 행위까지 모두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9>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되나, 위 대형차량의 방해행위는 짧은 시간 종료되었고, 그 사이에 나머지 직영차량은 모두 출차하여 피해가 크지 않은 점(고소인은, 54대의 대체배송차량은 무사히 출차했는데 대형트럭 5대만 출차가 일부 방해되었다고 함), 피해자 J이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한 것이 이 사건의 한 원인이 된 점 등을 고려하여, 각 벌금의 선고 또는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
공동퇴거불응의 점(피고인 1, 2, 3, 4, 6) : 무죄
조합원들은 J 측에 노조원들에 대한 집화제한조치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것이고, 위 사무실은 노조원들이 업무를 보는 성산터미널 내에 있는 공간으로 평소에 출입이 금지된 곳도 아니다. 또한 오전 10시경에는 창원시의원이 방문하여 중재를 시도하는 등 계속해서 협의 내지 면담시도가 있었던 점, 조합원들은 회사측의 요구에 따라 회의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자리를 피해주기도 했던 점, 결국 J 측이 조합원들의 요구서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퇴근시간이 되자 모두 사무실에서 나온 점을 고려하면, 회사측과의 교섭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위 행위가 위법한 퇴거불응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유죄 부분] : 피고인 2, 3, 4, 5, 6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