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33,603,567원과 이에 대하여 2020. 8. 1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피고는 ‘C’이라는 상호로 장례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이고, 원고는 2014. 2. 4.부터 2020. 7. 27.까지 위 사업장에서 배송담당으로 근무를 하다 퇴직한 사람인 사실, 피고는 원고와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은 채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원고의 퇴직금 30,335,887원,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 3,267,68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으로부터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 피고는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정식재판을 담당한 법원은 2021. 9. 30. 위 퇴직금 및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 미지급에 대한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를 벌금 3,000,000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0고정375)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33,603,567원(= 30,335,887원 + 3,267,680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20. 8. 11.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는 2019. 6.경 이전까지는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받았고, 2019. 6.경 이후에는 퇴직금중간정산의 방법으로 퇴직금을 지급받았는바, 그 합계액이 28,472,934원에 이른다. 위와 같이 원고는 피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28,472,934원을 지급받아 이를 부당이득하였다. 이에 피고는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 원고의 퇴직금청구권에 대하여 상계권을 행사한다.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을 3, 4, 5, 6호증, 을 8호증의 2, 을 10호증의 1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16. 5. 3.자로 ‘2014. 4. 5.부터 2016. 4. 30.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퇴직금 9,175,175원에 대한 중간정산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작성하고, 2016. 5. 10.자로 위와 같이 요청한 퇴직금 중간정산금 9,175,175원을 지급받았다는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 원고는 2019. 4. 30. ‘2019. 4. 30.자로 퇴직함에 있어 퇴직금 14,032,303원을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퇴직금 지급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 원고는 2019. 8. 23. 1,149,944원에 대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의 어려움에 피고가 근로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고자 대여금으로 대체하니 원고는 이를 이해하고 퇴직시 퇴직금으로 변제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갑 5호증, 갑 9호증, 을 1호증, 을 7호증, 을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피고가 원고에게 임금과 구별하여 지급하기로 한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어 있었다거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그러한 금액을 정함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피고가 분할 지급하는 퇴직금을 월 급여와 구분하여 지급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피고는 자신의 계산으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명목의 돈을 적립하여 관리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급여에서 이 부분을 공제하여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2016. 5. 10. 또는 2019. 4. 30. 원고가 작성한 확인서 기재와 같은 액수의 퇴직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원고가 2019. 4. 30.자로 실제 퇴직한 것도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작성한 퇴직금 중간정산 요청서, 퇴직금 지급 확인서 등은 피고가 퇴직금 지급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원고로부터 작성받은 문서로 보일 뿐이어서 앞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일정한 금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분하여 퇴직금을 분할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상계 항변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은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