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 B 주식회사]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창원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고단4159
판결선고
2021. 5. 27.
창원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 A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실제 대표자로 사업주인 주식회사 B이 2017. 10. 26.경 김해시 C에 있는 폐업공장의 지붕에 있는 노후화된 공장의 석면슬레이트 해체작업 현장에 대한 안전보건업무에 종사하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같은 날 14:30경 위 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인 피해자 D(남, 55세)에게 위 현장 지붕에 설치된 석면슬레이트 해체를 지시하였다. 당시 위 작업장은 노후화된 석면 슬레이트로 인해 작업자의 발이 빠져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사업주 및 사업주를 대신하여 안전보건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거나,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하여 근로자가 안전대를 체결하여 작업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슬레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때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폭 30cm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안전방호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추락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위와 같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위 피해자로 하여금 약 5.6m 높이의 슬레이트 상부 위에서 해체작업을 하던 중 노후화된 슬레이트가 무너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하여 공장 바닥에 머리 부분을 부딪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위 피해자로 하여금 치료 중 2020. 4. 28. 06:12경 부산 서구 E에 있는 F병원에서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결과 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B 주식회사
피고인은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 석면해체·제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의 대표자인 A이 위 제1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 A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 A에 대한 경찰 참고인진술조서(2회)
피고인 A에 대한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
G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H에 대한 경찰 참고인 진술조서
중대재해발생보고(건설업), 재해조사 의견서, 전화등사실확인내용, 작업현장 사진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A: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3항 제1호(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피고인 B 주식회사: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3항 제1호
상상적 경합(피고인 A)
형법 제40조, 제50조
형의 선택(피고인 A)
징역형 선택
집행유예(피고인 A)
형법 제62조 제1항
사회봉사명령(피고인 A)
형법 제62조의2
가납명령(피고인 B 주식회사)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판시 범죄사실 기재 석면슬레이트 해체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지시한 장소는 고소작업대 차량<1> 탑승칸 안이므로 이를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 A은 근로자들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키고 고소작업대 차량에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하는 등 이 사건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으며, 피해자가 고소작업대 차량을 이탈하여 지붕 위로 올라갈 것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고, 위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판단
산업안전보건법은 제38조 제3항 제1호에서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항에서 “사업주가 제3항의 규정에 따라 하여야 하는 조치(이하 ‘안전조치’라 한다)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은 작업의 종류 등에 따라 사업주가 취하여야 할 안전조치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위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①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하고(제42조 제1항), ② 작업발판 설치가 곤란한 경우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하며, 다만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42조 제2항). 또한 ③ 추락할 위험이 있는 높이 2m 이상의 장소에서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킨 경우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하여야 하고(제44조 제1항), ④ 슬레이트, 선라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때에 발이 빠지는 등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폭 30센티미터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추락방호망을 치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45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안전보건규칙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게 될 경우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취해야 할 안전조치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의 전체 체계 및 내용에다,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을 유지·증진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안전보건규칙이 정한 위 각 조치들을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에게 추락사고가 발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업주는 근로자를 보호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추락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❶ 피해자가 이 사건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한 장소는 지상 5.6m 높이의 폐공장 슬레이트 지붕 위였고, 위 지붕은 석면 슬레이트의 노후화로 작업 시 발이 빠지거나 슬레이트가 무너져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상태였다.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고소작업대 차량 이용을 지시하여 이 사건 작업이 주로 위 차량을 이용해 실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식은 작업 시 공장 벽면이나 지붕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피고인 A이 비계발판의 설치 대신 임의로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 이 사건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 H는 “지붕이 높거나 위험한 작업(지붕지지대가 약해져 있을 때 등)의 경우에는 대부분 스카이를 투입하여 작업하도록 한다. 스카이를 타고 작업하는 자들은 스카이 안에서 작업 하도록 하고, 스카이 밖으로 나와서 작업하게 될 경우에는 안전대를 스카이에 걸어 추락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 피고인 A도 경찰에서 “작업 상황에 따라 작업자들이 부득이 스카이 밖으로 나와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 사건 작업이 전적으로 고소작업대 차량 내에서 시행될 수 있었다거나 실제로 모든 작업이 고소작업대 차량 내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작업에 주로 고소작업대 차량이 이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작업 장소가 고소작업대 차량 탑승칸으로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작업 장소는 여전히 추락위험이 있는 공장 지붕 등이라고 보아야 한다.
❷ 이 사건 작업 현장에는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설치한 작업발판이 존재하지 않았고, 안전대 부착설비도 고소작업대 차량에만 설치되어 있을 뿐 작업구간 자체에는 설치되지 않았으며(고소작업대 차량을 이동시키면 작업구간에는 안전대를 부착할 설비가 없게 된다), 슬레이트 지붕에서 작업할 때의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30㎝ 이상 발판이나 추락방호망도 설치되지 않았다.
❸ 산업안전보건법 및 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발판’을 설치하거나 그 설치가 곤란하면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하고, 이마저도 곤란한 경우에는 ‘안전대를 착용하게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고소작업대 차량이 있으므로 작업발판이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작업발판 등을 현장에 설치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안전보건규칙의 규정들을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고소작업대 차량을 이용하게 한 것만으로 사업주의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등 설치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고, 고소작업대 차량은 언제든 이동이 가능하므로(피고인 A은 검찰에서 “모든 작업 현장에 그런 식으로 비계를 설치하게 되면 타산이 전혀 맞지 않아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단순히 시간 또는 비용이 더 소요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작업 현장에 작업발판 등의 설치가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설령 작업발판,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업주는 그 설치에 준하는 정도의 추락위험 방지조치를 취해야 하는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A이 피해자의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❹ 피해자가 지붕에서 추락할 당시 피고인 A 등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피고인 A은 현장을 이탈하면서 직원 I에게 안전관리업무를 인계하였다고 하나, 피고인 A이 I에게 맡긴 업무는 근로자들이 작업을 충실하게 하는지 등의 현장관리에 관한 것이지 안전관리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I도 피해자의 행동을 인식하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 A은 경찰에서 “피해자의 동료작업자 J에 의하면 피해자가 ‘대여섯 장의 슬레이트만 제거하면 되니까 작업에 5분도 걸리지 않는다, 혼자 스카이에서 내려 작업하겠으니 스카이를 빼라.’고 하여 스카이 운전자가 현장에서 스카이를 내리고 J은 지상으로 내려가 옷을 갈아입는 곳으로 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피해자의 위와 같은 요청에 동료들 역시 현장관리자에게 문의하는 등 별다른 제지나 의심 없이 피해자를 지붕 위에 내리게 하고 고소작업대차량을 이동시킨 것을 보면, 당시 근로자들이 작업을 더 빨리 또는 쉽게 끝내기 위해 고소작업대 차량을 이탈하는 경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작업구간에 안전대 부착설비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비록 피해자가 고소작업대 차량을 이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설비에 안전대를 걸어 작업함으로써 이 사건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❺ 피고인들은 고소작업대 차량을 이용한 방식의 작업계획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았으므로 이것이 추락방지 안전조치에 관한 안전보건규칙 규정에 우선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언급하는 ‘작업계획’은 안전보건규칙이 석면해체·제거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한 것으로서 그 중 근로자 보호조치의 내용 또한 고성능 필터가 장착된 마스크 및 보안경 지급 등 석면 자체의 유해성 방지에 관한 것이지, 추락위험과 그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다.
양형의 이유
아래와 같은 정상 및 피고인 A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불리한 정상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점,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2회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유리한 정상
피고인 B 주식회사가 피해자의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이 사건 추락사고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도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A이 근로자들에게 고소작업대 차량을 지급하거나, 안전모와 안전대를 부착하게 하는 등 안전을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 점
판사 박지연
각주1) 일명 ’스카이‘ 차량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