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과기출연기관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에 따라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피고의 직원 중 연구직의 직급은 원급, 선임급, 책임급으로 분류되는데, 원고들은 2007년 이후 피고의 선임급 연구원으로 입사한 사람들이다.
2007년 이전 피고의 임금체계
피고는 2007년 이전에는 직원들의 직급에 따라 각각 25단계의 등급을 두고, 경력평점을 산정하여 이에 따른 등급을 부여한 뒤 그 등급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직급별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2005. 12. 9.자 잠정합의 체결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비롯하여 과학기술계통의 정부출연기관 및 공공ㆍ공익기관의 종사자들로 구성된 산업별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현재는 ‘C노동조합’으로 통합 및 명칭 변경되었다. 이하 ‘B노조’라 한다)은 2005년경 피고를 비롯한 사용자 측에 대하여 단일등급제 도입, 성과급 지급방식 및 평가제도 개선, 비정규직 채용제한 및 정규직 채용확대 등을 포함한 10가지 사항(이하 ‘B노조 10대 요구사항’이라 한다)을 요구하였다.
피고를 비롯한 사용자 측과 B노조는 2005. 12. 9. B노조 10대 요구사항에 관한 잠정합의(이하 ‘이 사건 잠정합의’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그중 단일등급제 도입에 관한 합의내용은 아래와 같다.
2007. 1. 26.자 보충협약 체결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B노조 지부(이하 ‘이 사건 지부’라 한다)와 피고는 2007. 1. 26. B노조 10대 요구사항에 관한 보충협약(이하 ‘이 사건 보충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중 단일등급제 도입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별지 2 ‘보충협약서’ 기재와 같다.
피고의 단일등급제 시행 및 등급 부여
이 사건 보충협약에 따라 피고는 직원들의 직급과 관계없이 등급을 총 45등급으로 나누어 경력평점을 기초로 산정한 등급을 부여한 뒤 그 등급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는 ‘단일등급제’를 시행하였다.
피고는 기존에 근무하던 선임급 직원들에게 단일등급제에 의한 등급을 부여하면서 이 사건 보충협약상 단일등급제 적용기준에 따라 직급별 등급제에 의한 등급 금액의 차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등급을 부여하였다. 이는 피고의 ‘경력사정요령’(을 제3호증)에 따라 산정된 경력평점에 피고의 ‘선임급 이상 직원 경력산정 및 평점부여기준’(을 제4호증) IV.의 제2항에 따른 선임공제 10점을 하여 부여된 최종 등급에 8등급을 부가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에 따르면 해당 선임급 직원의 경력사정요령에 따른 경력평점에 2점을 공제한 점수에 해당하는 등급을 부여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피고는 단일등급제 시행 이후 선임급으로 입사한 원고들에 대한 등급을 부여하면서 기존 선임급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위 2)항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등급을 부여하였다.
관련 규정의 내용
피고의 인사관련 규정 중 직원의 경력산정, 등급부여 등에 관한 규정은 별지 3 ‘관련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호증, 을 제1 내지 4, 6, 9, 10, 13,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보충협약에는 ① B노조가 단체협약의 체결권자임에도 B노조의 위임 없이 이 사건 지부의 지부장이 이를 체결한 점, ② B노조 규약에서 정한 교섭위원 구성이나 위 교섭위원들이 연명한 서명 등과 같은 절차를 흠결한 점, ③ D연구회의 이사회 의결을 흠결한 점 등과 같은 절차적인 하자가 있고, ④ 임금의 저하를 금지한 피고 단체협약 제50조 제2항에 반하여 선임급 직원들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킨 내용적인 하자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충협약은 단체협약으로서 효력이 없다.
이 사건 보충협약이 위와 같이 무효임에도 피고는 2007년 이후 원고들을 선임급으로 신규채용하면서 아무런 근거 없이 2등급(경력평점 2점)에 해당하는 경력을 불인정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2등급을 가산한 등급을 적용하여 정당하게 산정한 임금에서 기존에 지급한 임금을 뺀 차액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바, 주위적으로 그 임금의 일부청구로써 원고별로 각 3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2등급을 가산한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그 미지급 임금 상당의 이익을 얻고, 원고들은 이로 인하여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예비적으로 그 부당이득반환금의 일부청구로써 위 나.항 기재 돈의 지급을 구한다. 3. 주위적 청구(임급 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호증, 을 제7, 11, 12,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 및 이에 기초한 판단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부여받은 등급에서 2등급을 가산하여 산정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들이 주위적으로 구하는 임금 지급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들은 이 사건 보충협약에 절차적 또는 내용적으로 하자가 있어 단체협약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못함을 전제로, 원고들을 채용하면서 경력평점 2점을 인정하지 아니한 피고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다툰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이 사건 보충협약이 원고들 주장과 같은 절차적 또는 내용적 하자로 인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i)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제29조 제3항은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을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잠정합의 제1조 제2항은 “사용자는 단일등급제 도입에 따른 승진(승격)제도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지부별로 합의하여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단일등급제는 B노조 측의 요구사항에 의하여 도입된 것인데, 이 사건 잠정합의 이후 이 사건 보충협약이 체결된 외에는 B노조가 피고에게 별도의 추가합의를 요청하지 아니한 점, 단일등급제 임금체계 도입과 이에 따른 근로자들의 승격 제도의 정비는 따로 떼어 놓고 논의하기 어려운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점, 이 사건 지부의 지부장도 이 사건 잠정합의 당시 B노조 측 교섭위원으로 참여하였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지부는 B노조로부터 단일등급제 적용기준 등을 포함하여 이 사건 보충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법원의 B노조에 대한 사실조회결과는 이러한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나아가 B노조의 하부단체인 이 사건 지부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된 조직체로서 활동한다면{실제로 이 사건 지부는 2021년 임금협약을 이 사건 지부 명의로 체결하였다(을 제19호증)}, 이 사건 지부는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인 단일등급제 적용기준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299 판결). 이에 대하여 피고는 B노조와 피고가 체결한 단체협약 제1조의 유일교섭단체조항을 근거로 이 사건 지부에 단체교섭체결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나, 이와 같은 조항은 정당한 단체교섭권자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체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2두15821 판결 등 참조)]
ii) 노조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규정에 기한 “교섭할 권한”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 외에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포함한다 할 것인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조법상의 교섭권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그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에 한정된다(대법원 1995. 3. 10.자 94마605 결정 등 참조). 한편,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협정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규약상 대표권의 제한은 조합장이 조합을 대표하여 체결한 위 단체협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B노조 규약 제70조, 제71조에서 단체협약 체결 시에 3인 이상의 교섭위원을 구성하여 교섭위원들이 단체협약서에 연명으로 서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같이 단체협약의 체결 권한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그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에게 있는 것이고, 교섭위원들은 이를 사실상 보좌하는 자에 지나지 않으며, 설령 이 사건 보충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B노조의 규약에서 정한 절차적인 제한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체협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을 제19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2021년 임금협약 역시 이 사건 지부 지부장이 단독으로 서명하여 체결되었고, 위 임금협약이 피고 사업장 내에서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
iii) 구 과기출연기관법(2014. 5. 28. 법률 제12674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제19조는 산업기술분야 연구기관을 지원ㆍ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D연구회(현재는 ‘E연구회’로 통합되었다, 이하 ‘연구회’라 한다)를 설립하여 소관 연구기관을 지도ㆍ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13조 제6, 7항은 국가예산이 성립된 때에 연구기관이 해당 사업연도의 예산 및 사업계획을 연구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중요한 내용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도 연구회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24조 제1항, 동조 제2항 제1호, 제8호는 연구회에 이사회를 두고 ‘연구회 및 소관연구기관의 예산ㆍ결산 및 사업계획의 승인에 관한 사항’과 ‘그 밖에 정관이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이사회에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사회의 의결은 소관연구기관의 예산이나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등과 같은 지도ㆍ감독기관으로서 연구회의 업무집행을 위한 의결절차이고, 그 소관기관인 피고가 개별적인 업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연구회 이사회의 의결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2>
나아가 피고 정관 제18조 제3항에 의하면 피고 소속 직원의 승진, 보수, 복무기준 등은 원장이 따로 규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설령 단일등급제의 도입으로 인해 피고 소속 직원들의 급여산정방법이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당초 연구회로부터 승인받았던 인건비 예산 총액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이를 연구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업계획이나 예산의 중요한 내용 변경’이라고 볼 수도 없는데, 단일등급제 도입과 관련하여 이와 같이 연구회의 승인이 필요했다는 사정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ㆍ증명도 없다.
iv) 이 사건 보충협약의 체결로 단일등급제가 도입됨에 따라 피고 소속 선임급 직원들의 일부 근무기간 동안 임금의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다185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당초 사용자 측은 연공서열의 강화 및 임금인상률 상승 등으로 인해 단일등급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B노조 10대 요구사항으로 근로자 측이 요구하여 단일등급제가 도입된 점, 피고의 선임급 직원들이 장기간 근속하는 경우 일부 근무기간에서 감소된 임금을 회복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보충협약 제1조 제2항에서 단일등급제 도입에 따른 승격제도의 개선도 함께 규정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단일등급제의 도입으로 선임급 직원들의 일부 근무기간에서 임금의 감소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보충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v) 피고의 단체협약 제50조 제2항은 “사용자는 임금을 어떠한 명목과 이유로도 종전보다 저하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약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저하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를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한 임금체계의 개편에 따라 임금이 일부 감소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규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vi)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단일등급제를 도입한 것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이다(원고들은 단일등급제의 도입 자체는 유효함을 전제로 자신들에 대한 등급부여 과정에서 2등급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다투고 있다).
이 사건 보충협약에서 정한 단일등급제 적용기준에서는 선임급 직원에 대한 단일등급제상 등급 부여 방법과 관련하여 ‘현 등급 금액의 차상위 등급 금액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 문언상 피고의 모든 선임급 직원들에 대한 등급 부여 방법을 통일적으로 정한 것이고, 단일등급제 시행 이후 입사한 선임급 직원에 대하여만 이와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바, 위 등급 부여 기준은 이 사건 보충 협약 체결 이후에 입사한 선임급 직원인 원고들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단일등급제 도입 이전에는 ‘선임급 이상 직원 경력산정 및 평점부여 기준’(을 제4호증)에 따라 선임급 직원을 신규채용함에 있어 10점을 공제하여 경력평점을 산정하였으나, 단일등급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선임급 직원을 신규채용하면서 ‘현 등급금액(직급별 등급제에 따라 산정한 해당 등급의 급여액)의 차상위 등급’을 부여하였다. 위 차상위 등급이 원고들의 경력사정요령에 따른 경력평점에서 2점을 공제한 점수에 해당하는 등급이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보충협약에서 정한 단일등급제 적용기준에 따라 등급을 환산한 결과이며, 피고가 임의로 원고들의 등급을 삭감하거나 불인정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선임급인 원고들의 2등급 가산에 따른 임금 지급 주장은 피고의 ‘경력사정요령’(을 제3호증)에 따른 경력평점이 그대로 유효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위 경력사정요령 외에 원고들 주장을 뒷받침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상 근거 규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을 제4 내지 8,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들이 속한 선임급의 경우에는 단일등급제 적용 직전에도 위 경력사정요령에 따라 산정된 경력평점에 ‘선임급 이상 직원 경력산정 및 평점부여 기준’ IV.의 제2항에 따른 선임공제 10점을 하여 부여된 최종 평점을 기준으로 최종 등급이 부여되었을 뿐, 위 경력사정요령에 따른 경력평점이 그대로 부여되어 등급이 결정된 바 없음을 알 수 있다(한편 피고의 취업규칙인 ‘선임급 이상 직원 경력산정 및 평점부여 기준’이 무효라고 볼 사정도 없고, 이에 대한 주장ㆍ증명도 없다). 앞선 인정사실 및 위 각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보충협약을 통해 단일등급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도 선임급 직원들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산정된 최종 평점에 따른 최종 등급을 기준으로 임금액 저하를 막기 위하여 8등급을 부가하였던 것이고, 이후 입사한 선임급 직원들에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앞서 본 이 사건 보충협약의 유무효 논의와 무관하게(이 사건 보충협약이 무효가 된다고 하여 선임급인 원고들에 대해 위 경력사정요령에 따라 최종 평점과 등급이 결정되지도 않는다)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은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를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한편 선임급 직원들과는 달리 원급 직원들에 대하여는 단일등급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경력평점에 의한 등급이 그대로 인정되었고, 이로 인해 원고들에 비해 경력이 짧은 원급 직원들이 원고들보다 더 높은 등급을 부여받게 되는 불균형한 경우도 일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시행한 단일등급제가 불완전하게 설계됨에 따라 해당 원급 직원들이 의도치 않게 반사적인 이익을 얻은 것에 불과하며, 이를 이유로 원고들에 대한 등급부여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예비적 청구(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부당이득이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얻은 이익으로서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가 그 반환의무를 지는 것을 의미한다(민법 제741조 참조). 한편 어떠한 계약상의 채무를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여전히 해당 계약에서 정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채무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다4577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피고를 상대로 임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있고,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피고가 정당한 임금 지급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아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것인바, 위 법리에 비추어 이와 같은 원고들의 청구는 그 주장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이 예비적으로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희수(재판장) 양철순 이진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