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미장, 방수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로부터 세종 D 공사 중 타일공사(이하 'C 공사'라 한다)를, E 주식회사로부터 세종 F 공사 중 타일공사(이하 'E 공사'라 한다)를 각 하도급받았다(이하 위 각 공사를 합하여 부를 때에는 '이 사건 각 공사'라 한다).
원고는 2021. 7. 7.부터 같은 해 8. 31.까지는 C 공사현장에서, 2021. 9. 1.부터 같은 달 17.까지는 E 공사현장에서 각 일하였고, 현재 원고의 미지급 임금은 합계 780만 원<1>이다.
2021. 12. 3. C 공사현장과 관련한 원고의 노무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이 사건 합의서에서 피고가 C 공사와 관련한 원고의 노무비 50%를 지급하되, 차후 C과 정산이 이루어지면 G가 남은 50%를 처리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다. 위와 같은 약정은 부제소합의에 해당하므로 이를 위반하여 제기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판단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2317, 52324 판결,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0다17803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피고의 부제소합의 주장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합의서의 주된 내용은 원고에게 피고가 먼저 임금의 50%를 지급하고, C부터 공사대금을 정산 받은 이후에는 G가 나머지 50%를 처리하기로 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합의서의 주된 당사자는 피고와 G로 보이는데 위 합의서에는 피고의 대표자와 G의 각 서명 또는 날인이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합의서에서 합의의 대상이 된 임금채권의 권리자인바, 원고가 그의 임금액이 기재된 표에 그의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를 기재하고 서명을 하였다는 사정은 임금액과 지급방법을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령 이 사건 합의서의 당사자에 원고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서의 "피고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한다"는 취지의 기재는 그 부제소합의의 대상과 의무이행의 당사자가 불분명하여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부제소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 전 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주장의 요지
주위적으로,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78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으로, 원고가 G의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공사에 관하여 피고는 수급인이고 G는 하수급인이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G와 연대하여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78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주장의 요지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원고는 G에게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이고, 피고는 G와 노무공급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원고를 직접 고용한 적이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노무금액의 50%를 지급하는 경우 피고에게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서 피고의 채무를 면제하여 주었다.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G는 이른바 건설현장의 십장<2>으로서 피고로부터 건설공사의 일부를 도급받은 사람이 아니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서 정한 원고의 직상 수급인이 아니다.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어떤 근로자에게 누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지급의무 등을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할 때에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9다253175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와 을 제4, 7, 8호증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원고의 사용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C과 E으로부터 각 타일공사를 하도급받았고, 원고는 이 사건 각 공사현장에서 타일공사를 하였다. 한편 G는 피고 소속 임직원으로 기재된 명함을 소지하고 이 사건 각 공사현장과 관련된 일을 하였다.
원고는 G를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고 H의 소개로 이 사건 각 공사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당시 현장에서 피고의 공무과장임을 밝히는 I으로부터 급여액을 확정받았고, G가 아닌 현장소장 J, K 등으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았다.
G가 피고와 사이에 노무공급기간을 2020. 7. 29.부터 2021. 10. 31.까지로 정한 노무공급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G와 피고 사이의 노무공급 용역계약은 그들 사이의 법률 관계를 해석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뿐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이 사건 각 공사현장의 현장 근로자가 모두 G에게 소속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합의서에 피고의 대표자와 G의 각 서명 또는 날인이 확인되지 않는 점은 앞서 본바와 같다.
설령 G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여 그 의무이행의 당사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피고와 그 원청인 C 사이에 공사대금 지급 및 하자보수 여부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있었던 점, ⓑ 아래 ⑤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 노무비 지급에 필요한 절차를 G가 담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서는 C로부터 공사대금 지급이 이루어지면 G가 임금 지급 절차를 진행한다는 취지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서만으로 원고가 G에게 고용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각 공사현장의 노무비 지급방식에 대하여, 노무비닷컴을 통하여 노무비를 집행하는 점을 고려하여 G가 근로자의 이름과 근로일수, 계좌번호, 예금주 등을 정리한 노임대장을 피고에게 보내주면 피고가 그에 따라 각 근로자에게 G를 대신해 노무비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용역대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피고의 주장은 피고가 이 사건 각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실제 수행한 사람에게 직접 노무비를 입금하였다는 것으로, 피고가 임금액을 확정하고 그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실제로는 G가 그 절차를 주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경우 G의 노임대장에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이에 대하여는 피고도 다투지 않는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 이후 원고의 임금 중 절반을 직접 지급하기도 하였다.
피고의 채무 면제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으로 피고의 임금 지급 의무를 면제하여 주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합의서의 직접 당사자에 원고가 포함되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합의서의 주된 당사자인 피고의 대표자와 G의 각 서명 또는 날인 역시 확인되지 않으며, 면제의 대상과 당사자가 불분명한 사정은 앞서 2.항에서 살펴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의 위 채무 면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78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 날인 2021. 10. 2.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주미(재판장) 박애경 김은엽
각주1) = 7월분 240만 원(= 20만 원 × 24일 × 1/2), 8월분 240만 원(= 20만 원 × 24일 × 1/2), 9월분 300만 원(= 20만 원 × 15일)
각주2) 건설현장에서 현장소장 아래에서 여러 일용근로자를 관리하면서 개별적인 작업을 담당하는 팀장 또는 작업반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