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청년근로장려금과 실업급여 등의 신청을 위하여 M으로부터 근로내역 등을 받을 필요가 있어 피해회사가 관리하는 B(이하 ‘이 사건 건조물’이라 한다) 내로 들어가려던 중 보안요원이 강하게 제지하자 당황하여 우연히 습득한 타인의 사원증을 제시하였을 뿐, 피고인에게 건조물침입의 고의가 없었다.
실업급여 청구는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이고 이를 위해 근로내역 제출이 필수적인데, M의 잘못으로 근로사실을 입증받기 매우 어려워 피고인은 부득이 낮 시간에 이 사건 건조물 내로 들어가려고 하였던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보안요원에게 제시한 사원증은 이미 퇴직한 D의 것이어서 위 사원증으로는 이 사건 건조물의 게이트가 열리지 않아 피고인의 출입은 객관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불능범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건조물침입의 고의 유무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침입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거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 상태, 출입의 경위와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할 때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경우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등 참조). 이는 건조물침입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타인의 사원증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건조물에 들어가려고 한 피고인의 행위는 건조물침입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건조물침입의 고의도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건조물 부지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 사건 건조물 출입문 쪽에 부지와 도로를 구분하는 경계선(노란색 및 흰색)이 있으며, 보안요원이 경계선 뒤편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등 이 사건 건조물에 대한 출입이 통제되고 있고, 그 출입구 앞에는 ‘무단출입/촬영금지, 본 사업장은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으로 무단 출입 / 촬영을 엄격히 통제 합니다’는 문구와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된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이 사건 건조물이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고 직원의 사원증 등과 같은 별도의 출입증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며, 자신이 근무했던 피해회사의 협력업체인 M 출입증을 반납하여 이 사건 건조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입간판을 지나 이 사건 건조물의 출입문(정문)에서부터 약 10m 정도 더 들어와 출입구 앞에서 보안요원에게 D의 사원증을 제시하고 이 사건 건조물에 들어가려고 하였다.
D의 사원증은 피고인이 이 사건 건조물 주변 길에 떨어져 있던 것을 주운 것이다. 피고인은 자신이 D의 사원증을 이용하여 이 사건 건조물에 들어가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피해회사 직원들 사이에 끼어 이 사건 건조물에 들어가려고 하였고, 사원증 확인을 요구하는 보안요원에게 D의 사원증 뒷면만 보여주고 바로 넣는 등 하여 신분증 확인 과정에서도 타인의 사원증을 도용하여 이 사건 건조물에 들어가려던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보안요원과 실랑이하였다.
정당행위 해당 여부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853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 즉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건조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출입증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회사 측으로부터 출입을 허락받고자 노력한 바 없고, 먼저 출입해야하는 사정을 밝히고 양해를 구한 적도 없는 점, 피고인이 실업급여 청구를 위해 관련 서류가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건조물에 침입하는 방법 외에 다른 적법한 수단을 통하여 구제받을 여지가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불능범 여부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건조물 내로 들어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 위험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피고인이 이 사건 건조물에 침입하고자 한 시간은 오후 12:10경인 점심시간대로 직원들을 포함한 사람들의 이동량이 많아 이 사건 건조물 출입이 상대적으로 더 쉬운 시간이었다.
이 사건 당일에는 보안팀에 ‘이 사건 건조물 식당에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식당 출입을 한다’는 것과 그 사람의 인상착의가 알려졌고, 보안요안 F이 고지 받은 거동수상자의 인상착의와 피고인의 인상착의가 같아 피고인에 대한 사원증 확인을 하여 피고인을 적발하게 되었다.
피고인이 보안요원에 의하여 제지당하지 않고 이 사건 건조물 출입 게이트에 이르렀을 경우, 이미 보안요원의 일차적인 동일인 식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전제되므로, D의 사원증으로 게이트가 열리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다른 직원을 따라 게이트에 들어갈 수도 있는 등 다른 방법에 의해 이 사건 건조물에 들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거나 매우 희박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몇 차례 D의 사원증을 이용하여 이 사건 건조물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심은 이미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이 포함된 제반 정상을 충분히 참작하여 그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양형조건의 변경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바, 피고인에 대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유진(재판장) 신종환 이상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