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24. 8. 29. 선고 2023노241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를 벌금 1,000만 원에, 피고인 B 주식회사를 벌금 300만 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A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일 10만 원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 A를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게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 A가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고, 폐기물 수거용 화물자동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추락 방지 설비를 하는 것은 위법한 개조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사고 예방교육을 충분히 실시하였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3월 및 집행유예 1년, 피고인 B 주식회사: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사건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판시 기재와 같이 상세한 이유를 설시하며 피고인 A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피고인 A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밝힌 유죄의 이유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면밀히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당심이 덧붙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의 재활용품 수거업무는 3인 1조로 이루어지고, 피고인 회사가 정한 수거장소(도로변, 집하장 등)로 운전원이 차량을 이동시키면, 승무원 2명이 그 곳에 있는 재활용품을 차량 적재함으로 던져 넣는 방식으로 수거하고, 그날 정해진 수거장소 방문이 끝나면 재활용품 선별장으로 이동함으로써 업무가 마무리된다. 재활용품을 수거하다가 적재함에 재활용품이 어느 정도 쌓이면, 더 많은 양을 싣기 위해 승무원 1명이 적재함에 올라서서 재활용품 위치를 조정하거나 이를 밟아서 부피를 작게 만든다. 이 때 적재함이 가득 차면 그 덮개를 닫고 이동하는 것이 원칙인데, 통상 수거작업 도중에 선별장으로 이동하게 되면 선별장을 오가는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므로, 피고인 회사의 작업자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적재함 덮개를 세우고 재활용품을 더 많이 실어왔고, 때로는 승무원이 적재함에 탑승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해왔다.

피해자가 속한 작업조도 이 사건 사고 당일 수거할 재활용품이 너무 많아 이 사건 차량의 덮개를 세우고 피해자가 적재함에 올라가 정리 작업을 하게 되었고, 피해자가 적재함에 탑승한 상태로 다음 수거장소로 이동하다가 차량에서 추락하게 된 것이다.

②

사업주는 기계·기구·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하역, 운송, 조작, 운반,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구 산업안전보건법(2021. 5. 18. 법률 제181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3항 제1호].

또한,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 작업자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전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해당 작업에 따른 추락·낙하·전도·협착 및 붕괴 등의 위험 예방대책,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의 운행경로 및 작업방법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사업주는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작업계획서의 내용을 해당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21. 11. 19. 고용노동부령 제3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8조 제1항 제2호, 별표 4, 제2항].

③

피고인 A는 그 무렵 작업자들이 선별장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고 한 번에 재활용품을 더 많이 수거하고자 ①항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는 점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는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건 차량을 사용하는 재활용품 수거작업에 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해당 작업에 따른 추락·낙하 등의 위험 예방대책, 이 사건 차량의 운행경로 및 작업방법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알려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게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④

피고인 A가 재활용품 수거작업에 대한 사전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였다면, 작업자들이 적재함 덮개를 세우고 수거를 하는 불량한 작업방법을 취할 수 없도록, 선별장 입차 시 재활용품 과적 여부를 확인한다거나 1일 수거량이나 차량의 운행경로를 다시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 예방대책을 수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사정이 고려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작업자들로 하여금 그 계획에 따라 작업하게 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⑤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6조 제8항은 “사업주는 화물자동차 적재함에 근로자를 탑승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화물자동차에 울 등을 설치하여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 차량과 같은 화물자동차 적재함에 근로자를 탑승시키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차량에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한 바 없고, 피고인 A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작업자들이 ①항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는 점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인 회사는 2021. 2.경부터 같은 해 9월경까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안전예방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 교육은 매월 다른 내용으로, 교육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 및 절차,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관리 등과 같이 작업현장 일반에 관한 것이었다.

한편, 피고인 A는 이 사건 사고 발생 1주일 전인 2021. 11. 3.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운행 작업 시 안전교육’을 특별교육 형태로 실시하였다. 그 내용은 ‘승무원이 적재함에 탑승하여 작업 중일 때 운전자는 차량 운전석에 절대 탑승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는 작업자들이 적재함 덮개를 세우고 적재함 내에서 정리작업을 하고 있는 사정은 묵인한 채, 탑승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지 말 것’만을 강조한 것으로, 위 교육만으로는 피고인 A가 사고 방지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지만,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항소심은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 A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인 회사 역시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지 않았는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무제공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하고자 하는 산업안전관리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 A가 ‘차량 운행 작업 시 안전교육’을 별도로 실시하였음에도, 운전자가 만연히 피해자를 적재함에 탑승시킨 채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던 점, 피해자의 유족이 피고인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 피고인 A에게 이전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었던 점, 그 밖에 피고인 A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