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25. 9. 17. 선고 2024가합105072 판결

주문

1.

원고의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인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협력업체'라 한다)에 고용된 후 피고의 창원공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부품 엔진조립과 차체검사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피고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 제1호<1>에 따라 원고를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이하 '직접고용의무'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현재까지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함과 아울러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고, 나아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원고의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및 그에 관한 원고의 반박

1)

피고의 본안전 항변

원고는 2019. 12. 16.경 피고와 사이에 '종래 이 사건 협력업체에서의 근무와 관련된 고용관계 등 법률관계에 관하여 향후 피고에게 어떠한 민사소송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원고의 반박

피고가 주장하는 부제소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 및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법률행위(민법 제103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등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이라거나 진의 아닌 의사표시(민법 제107조 제1항)로서 무효이거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민법 제109조)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리

1)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에 위반하여 제기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21760 판결 등 참조). 부제소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 내에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1다81053 판결 등 참조), 부제소합의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2)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의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지는 아니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5다228799 판결 등 참조).

다.

구체적인 판단

1)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을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9. 12. 16.경 피고에게 아래와 같이 '원고는 피고로부터 30,000,000원의 위로금을 수령함으로써 피고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직접고용청구권, 근로자지위확인청구권, 임금지급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포기하고, 이에 관하여 향후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확약서에 따른 위로금 명목으로 3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

2)

위 인정사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확약서 작성 이전의 고용관계 또는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유효한 부제소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의 무효 내지 취소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가)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원고가 피고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이 사건 확약서 작성 이전에 피고 창원공장에서 근무한 것이 피고에 대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고용의 의사표시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확약서는 이 사건 확약서 작성이전의 피고와의 고용관계 또는 근로자파견관계 및 그에 기초한 임금 내지 손해배상청구를 부제소합의의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나)

2013년경부터 피고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의 존부 등을 둘러싸고 수년에 걸쳐 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더욱이 이 사건 확약서 작성 무렵에는 원고가 당시 소속되어 있던 이 사건 협력업체인 D 소속 근로자들 또한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지위확인 내지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이 계속 중이었고, 이 사건 확약서에는 '원고는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근로자파견관계를 둘러싼 피고와의 분쟁 내용 및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확약서 작성 당시 파견법에 따른 고용의무 발생의 법률효과, 나아가 이 사건 확약서의 작성으로 인한 법률효과 등에 관하여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

이 사건 확약서 작성 무렵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었고, 피고는 위와 같은 분쟁을 원만하게 종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원고를 비롯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사이에 이 사건 확약서의 작성을 진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또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함으로써 피고와의 장기간의 소송 진행으로 인한 비용과 시간의 부담을 덜고 불확실한 소송결과를 감수할 필요 없이 상당한 액수의 위로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되는 손실의 위험 등을 충분히 고려한 상황에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고위로금을 지급받은 후 다른 회사에 취업하여 현재까지 근무하여 오고 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확약서의 작성 경위와 내용에다가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위로금의 액수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이 원고에게 부당히 불공정하다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가 원고에게 경제적으로 부당한 압박을 가하였다거나 원고가 궁박·경솔 또는 무경험, 착오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나 사정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이 불공정한 법률행위,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내지 진의 아닌 표시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 기 어렵다.

라)

앞서 본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 및 작성 경위, 그 이후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확약서의 작성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손실의 위험 등을 모두 고려한 후에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원고에게 부당히 불리한 선택이라거나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몰각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윤정(재판장) 남승우 김나영

각주1) 제6조의2(고용의무)

①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각주2) 1. 제5조 제1항의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제5조 제2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경우는 제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