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는 오랜 기간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으므로 아무런 보호구 없이 반바지를 착용한 상태에서 전복된 레미콘 차량 안으로 들어가 삽으로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하는 경우의 레미콘의 유해성이나 작업의 위험성 등을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의 운전 과실로 레미콘 차량이 전복되자 책임을 경감시킬 목적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이와 같이 보호구 없이 레미콘을 삽으로 퍼내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알지 못하였고 예상할 수도 없었다.
피해자는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일 뿐이고 레미콘 타설 등을 하는 작업자가 아닌데다 피고인들이 당시 피해자가 이와 같은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견하지 못하였으므로 피해자에게 보호구 등을 지급할 의무도 없었다.
피고인들은 현장에 도착한 직후 피해자에게 레미콘 퍼내는 작업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고 작업을 강행하였고 이에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작업을 중단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부득이 피해자에게 부직포 형태의 작업복을 지급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보호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벌금 150만 원, 피고인 B: 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같은 레미콘 트럭 운전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레미콘의 위험성과 교통사고 발생 시 주의사항에 관한 안전교육을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레미콘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보호구없이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고지하고 현장에서 이를 적극 만류할 의무도 있으며, 피고인들의 이러한 의무 불이행과 피해자가 입은 상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레미콘(레디믹스트 콘크리트)은 '콘크리트제조 공장에서 아직 굳지 않은 상태로 차에 실어 그 속에서 뒤섞으며 현장으로 배달하는 콘크리트'를 말하는 것으로, 강한알칼리성이어서 피부 또는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고, 이를 다룰 때에는 보호구, 방진마스크, 고무장갑 등을 착용하여야 한다.② 피해자는 레미콘 트럭 운전자로서 직접 레미콘 타설 작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 등 레미콘에 직접 접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레미콘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D의 노조위원장 H은 '레미콘 차량이 전복되면 시멘트가 굳기 전에 퍼내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에 기사가 퍼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전복사고가 나는 경우의 적절한 조치와 레미콘을 다를 때의 주의사항에 대해서 레미콘 트럭 운전자를 상대로 사전에 교육을 할 필요성이 크다. 피고인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안전교육을 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에는 레미콘의 위험성에 대한 부분이 포함된다.
피해자는 경찰에서 '레미콘이 위험한 화학물질이라는 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레미콘이 다리 등에 붙을 경우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전혀 몰랐다. 납품서 뒤에 있는 주의사항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피고인들이 제출한 일반 근로자 안전교육일지에 레미콘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은 없는 점, 피해자가 이를 알았다면 아무런 보호구 착용 없이 드럼통 안으로 들어가 2시간 동안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피해자는 전복사고 직후 피고인 A에게 전화를 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레미콘이 굳기 전에 이를 삽으로 퍼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을 하였는데, 여기에 대하여 피고인 A는 '일단 알았습니다. 일단 뭐 삽하고 챙겨야. 일단 가서 보고 얘기합시다'라고 답변하였는바, 작업을 지시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나, 적어도 피해자에게 보호구 착용 없이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하면 안 된다는 주의를 주지는 않았다.
피고인들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 피해자에게 단순 부직포 형태의 방진복을 건네주었을 뿐, 레미콘의 유해성과 화상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면서 작업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는 않았고,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들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상당 시간 동안 작업을 계속하여, 결국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게 되었다.
당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하게 살펴보고, 아울러 위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업주인 피고인 B 및 산업안전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인 A는 레미콘 차량 전복사고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레미콘 차량이 전복되어 피해자가 차량 안에 들어가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는 사정을 어느 정도 인식하였다고 보이는바, 피고인들에게는 피해자가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수행할 경우 필요한 보호조치 등에 관하여 숙지하여 이를 알리고 보호구를 지급할 주의의무가 있고, 당시 그러한 보호조치 등에 관하여 충분한 숙지가 되지 못하였다면 적어도 피해자에게 보호조치 등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레미콘을 퍼내는 등의 작업을 보류할 것을 고지하였어야 한다고 보인다.
피해자는 당심 증인신문에서 '레미콘 차량이 전복된 후 피고인 A에게 전화를 하여 전복 사고가 발생했음을 알리고 레미콘을 삽으로 퍼내야 된다고 얘기하자 피고인 A가 '일단 뭐 삽하고 챙겨야. 가서 보고 얘기합시다"라고 말하였고, 보호구 착용 등 안전수칙에 대하여는 말 한 것이 없었다. 자신이 (피고인들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경과되면 레미콘이 차량 안에서 굳으니까 나중에는 레미곤을 퍼내기 더 힘들고 차량 견인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어 조금이라도 퍼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차량 안에 들어가서 레미콘을 퍼내게 되었다. 레미콘이 신체 일부에 붙을 경우 심각한 화상 위험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 피고인들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피해자는 상당 시간 레콘 퍼내는 작업을 계속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작업을 중단하라는 지를 받은 적이 없다. 고인이 레미콘을 상당량 퍼낸 후 중간에 힘들어서 차량 밖으로 나왔는데 그때 방진복을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다시 차량 안으로 들어가서 작업을 마무리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이와 같은 진술은 구체적이고 별다른 모순점이 없으며 당시 피해자와 피고인 A 사이의 전화통화 녹취록 내용 등에도 부합하여 신빙성이 인정된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할 때, 피고인들은 당시 피해자가 삽으로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보호조치 등을 강구하거나 보호조치 없이 작업을 하지 말 것을 고지하지 않았고, 피고인들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피해자는 차량 안에서 레미콘 퍼내는 작업을 수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이를 중단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으며 부직포 재질로 된 방진복만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피해자는 오랜 기간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로 근무하면서 레미콘의 특성이나 일반적인 유해성에 대하여는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이나, 레미콘 차량이 전복됨에 따라 차량 안으로 들어가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장시간 수행하는 경우 레미콘이 신체에 접촉되어 심각한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구체적인 유해성이나 위험성에 대하여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자신이 운전하던 레미콘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느껴 무리하게 그와 같은 작업을 장시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나이, 경력, 피고인이 그로 인해 입은 상해(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신체 표면의 30~39%를 침범한 화상)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그와 같은 유해성 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보호구 없이 반바지 차림으로 그와 같은 작업을 감행한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피해자의 사상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만이 아니라,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피해자의 과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바(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206 판결),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장시간 레미콘 차량 안에서 레미콘을 퍼내는 작업을 하다가 화상을 입게 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고, 설령 피해자의 과실이 일부 개재되었다고 보더라도 이와 같은 상해는 예견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주의의무위반과 피해자가 입은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미 여러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그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양형조건의 변경도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와 피해 정도, 이 사건 경위,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포함하여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희경(재판장) 김재현 최선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