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판결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2022. 4. 20. 선고 2021가합1076 판결

주문

1.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수도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수도사업을 경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이다.

나.

2011. 12. 20. 전부 개정된「옥천군 수도 급수 조례」제44조는 “① 군수는 경비절감 및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계량기 검침, 고지서 송달 등 과징업무의 일부를 민간위탁 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민간위탁 할 경우에는 필요한 경비지원과 지도·감독을 하여야 하며, 수탁업무의 불성실한 수행에 대한 위탁금 및 손해배상의 이행을 위하여 공탁금 예치 또는 담보설정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위탁업무의 범위, 위탁수수료 산정, 업무처리방법 등 필요한 사항은 군수가 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피고는 위와 같이 개정된 조례에 따라 수도계량기 검침 및 요금고지서 송달 등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위탁검침원 제도를 도입하였고, 원고 A, B는 2014. 3. 28., 원고 C는 2018. 7. 26., 원고 D은 2011. 9. 9. 각각 피고와 사이에 ‘상수도 검침 도급 계약’이라는 명칭의 계약(이하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각 계약을 통칭하여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이래 계속적으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상수도 및 지하수 계량기 검침원(이하 ‘검침원’이라 한다)으로 근무하고 있다.

라.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본 계약은 옥천군 상수도 및 지하수 계량기 검침업무 중 주부검침원 검침업무 도급에 관한

①

매월 10일 ~ 23일(14일) 검침업무를 수행하며, 별도의 출·퇴근 지정 없이 검침원의 여

⑤

본 계약은 검침 전당 단가에 의한 검침업무 위탁계약이므로 고용보험, 소득세, 국민연금,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후 검침업무와 관련하여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등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상호 대등한 지위에서 검침업무의 완성을 목적으로 체결된 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은 도급계약을 체결한 수급인에 해당할 뿐이고, 피고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1)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 수행과정에 지휘·감독을 한 바 없고, 원고들의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지정하지도 아니하였다. 검침원들의 실질적인 업무는 검침 및 고지서 배부와 그 결과보고서 작성·제출에 해당하고, 이 사건 계약 제4조에서 검침원의 임무로 열거한 업무 대부분은 이 사건 계약의 수행에 따른 부수적 업무로서 수급인이 수행할 업무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원고들은 검침원 사이의 합의를 통해 스스로 검침구역을 정한 뒤 자신이 원하는 일자 및 시간대에 검침업무를 수행하였는바, 그 과정에 피고가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2)

원고들은 독립사업자이기 때문에 이 사건 계약에서 원고들에 대하여 세금이나 각종 보험 및 연금 등에 관한 별도의 신고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또한 피고가 원고들에게 일부 작업도구 등을 제공하기는 하였지만, 검침업무에 가장 중요한 도구인 차량이 원고들 소유라는 점은 원고들의 독립사업자성을 뒷받침한다.

3)

원고들 중 일부는 검침원 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를 겸업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계약이 수차례 갱신된 것은 원고들의 업무 숙련도가 높아 재계약을 선호한 결과일 뿐이므로, 이를 근거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다7780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갑 제3, 7, 8, 10 내지 14, 16 내지 23, 28, 29, 31, 32, 36 내지 41, 43 내지 5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형상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서의 명칭이 ‘도급계약서’이고 이 사건 계약 제8조 제5항에서 ‘위탁계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여 온 근로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는지 여부

가)

이 사건 계약에서는 구체적으로, ① 원고들의 업무가 상수도 계량기 검침 및 사용료 고지서 배부 등이고(제4조), ② 업무수행기간이 ‘검침 및 고지서 배부’의 경우 매월 10일부터 20일까지, ‘검침자료 전산입력’의 경우 매월 21일부터 23일까지이며(제5조, 제6조), ③ 원고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이를 피고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고(제4조 제5호, 제7호, 제9호, 제8조 제6항), ④ 원고들이 항시 연락이 가능하도록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할 의무가 있는데(제4조 제10호), ⑤ 만일 원고들이 이러한 임무를 해태하여 3회 이상 관리자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는 경우 계약 해지 또는 재계약 제외사유가 되는 것으로(제9조) 규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계약 내용은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검침원들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매월 1회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였는데, 회의 과정에서 검침원들에게 개별 수용가에 전달할 고지서를 전달하면서 업무수행을 위한 공통된 지시사항과 각 검침원들에 대한 개별 지시사항을 함께 전달하였다. 피고 소속 공무원은 그 밖에 필요한 경우 유선 혹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검침원들에게 통일적 또는 개별적 업무지시를 하였다.

다)

그런데 피고는 아래 2)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방적으로 검침구역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계약기간을 1년의 단기로 정하되 기간 만료일 무렵에 갱신하는 방식을 취하여 왔고, 검침원이 임무를 해태하여 3회 이상 경고처분을 받은 경우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하지 않을 수 있었던 사정까지 고려하면, 피고의 업무 지시는 원고들에 대하여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2)

지정된 근무시간·장소에 의한 구속 여부

가)

원고들은 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특히 검침업무 및 고지서 송달업무 등의 경우 엄격하게 지정된 시기 및 기간에 이를 수행하여야 했다. 나아가 원고들은 회의 및 고지서 수령 등을 위하여 일정한 시기에 옥천군 상하수도사업소 사무실로 출근하여야 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검침원들은 근무 시간 및 장소에 있어 상당한 구속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피고가 원고들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날의 원고들의 출퇴근시간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정하지는 아니하였고, 원고들이 일자, 시간을 정하여 검침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원고들의 업무인 상수도 계량기 검침 및 요금고지서 송달이 피고의 사업장 외부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계량기가 설치된 구역의 특성에 따라 검침이 가능한 시간대가 달라 일률적으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에 기인하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원고들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정해진 담당구역에서 검침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 제3조에서 검침원이 수행할 검침업무 대행 담당구역은 관리자가 지정하는 수용가 소재 지역으로 한다고 명확하게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담당구역을 변경·조정할 수 있는 종국적인 권한은 피고에게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피고가 새로운 검침원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 새로운 검침원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검침원 간의 협의에 의해 담당구역을 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피고가 자신의 권한을 필요 여부에 따라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3)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

가)

원고들을 포함한 검침원들의 검침과 송달 등의 예상 업무량은 그들의 담당구역이 지정되어 있는 이상 그 담당구역에 거주하는 수용가구의 수에 따라 정해지는 것인데, 검침원들은 피고로부터 직접 검침이나 송달을 할 고객을 배정받았으므로, 스스로의 노력으로 새롭게 고객을 유치하여 검침이나 송달 업무의 양을 늘림으로써 그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

피고는 검침원들에게 그 업무에 사용되는 주요 장비인 PDA 단말기 및 수도검침장비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복비로 연 25만 원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검침업무에 가장 중요한 차량을 원고들에게 제공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검침업무에 필요한 핵심 장비 자체를 원고들에게 제공한 이상 원고들이 검침업무 시 이동수단으로 그 소유 차량을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보수의 성격

원고들을 포함한 검침원의 수수료는 검침단가에 검침전수를 곱한 금액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외견상 일의 성과에 따라 보수가 지급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위와 같은 수수료 산정 방식이 세부적 · 산술적으로 정해져 있고, 원고들의 담당구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매월 지급되는 수수료가 실제로는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매월 지급된 보수가 일정 부분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원고들이 피고를 위하여 제공하는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피고는 원고들에게 일의 완성과 무관한 복리후생적 급여로 매월 정액의 교통비 및 급식비도 지급하였다.

5)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 및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

원고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동안 이 사건 계약을 갱신하면서 검침원으로 근무하였는바,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된다.

한편, 원고 D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계약기간 동안 별도의 소득이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겸직 여부는 근로자성 판단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소라기보다는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파악할 때 고려할 여러 사정 중 하나에 불과하고, 이에 다양한 근로 형태가 존재하는 현 상황까지 덧붙여 보면, 원고들이 일정 기간 겸직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파악하기 위해 참작할 나머지 요소들에 대한 고려 없이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들의 업무 종속성이 부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6)

기타 사정

피고는 검침원 모집 공고를 내어 검침원들을 모집하였는데, 그 채용공고에는 모집 인원, 종사업무, 응시자격, 전형방법, 접수기간 및 접수방법, 제출서류 등 항목이 명시되어 있었는바, 이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공고의 형식과 유사하다. 또한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4호는 검침원의 상한연령을 만 60세로 정하였는데, 이 역시 원고들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정 중 하나로 보인다.

한편, 검침원들에 대한 피고의 취업규칙 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검침원들을 위하여 고용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하지 아니하였지만, 이는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고, 사용자인 피고가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들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할 것이어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진희(재판장) 원운재 노승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