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87,104,873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2. 10.부터 2024. 11. 6.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2/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유선 및 도선업, 관광 숙박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C은 2019. 7. 9.부터 2021. 12. 27.까지 원고의 사내이사였던 자이다.
피고는 2020. 9. 1.자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위 계약서에 원고의 대표자로서 원고 명의 인장을 날인하였다. 위 계약서에 기재된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위 계약서에 의하여 체결된 계약을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C은 2020. 10. 23.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피고에게 “대표이사 부재 시 대리인으로 사업장 운영 관련 업무를 대행할 것을 위촉한다”는 내용의 위촉장(이하 ‘이 사건 위촉장’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대표하여 2021. 11. 21. 원고의 직원인 D, E, F(이하 ‘E 등’이라 한다)를 해고하였고, E 등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체신청을 하였다. 2022. 2. 28. 원고와 E 등 사이에 ‘2021. 11. 21.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원고는 E 등에게 각 5,700,000원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화해가 성립되었으며, 원고는 2022. 3. 1. E 등에게 각 5,700,000원을 지급하였다.
2021. 12. 27. C이 원고의 사내이사에서 해임된 이후 원고는 2022. 1. 7. 피고에 대하여 별도 인사명령 통보 시까지 대기발령을 명하고, 대기발령 기간동안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인사명령서를 발령하였다. 원고는 2022. 2. 25. 피고에게 피고를 2021. 12. 31.자로 해직하였다는 내용의 해직통지서를 보냈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이 법원 2022가단568) 2022. 12. 7.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고,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는 2022. 3. 23.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2022. 5. 19.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을 이유로 구제신청이 기각되었고,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재심신청을 하였으나 2022. 9. 14. 재심신청이 기각되었다(G).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서울행정법원 2022구합
85034), 2023. 12. 7. 피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서울고등법원 2023누72822).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8 내지 12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이 사건 계약은 원고를 대리할 권한이 없는 자가 원고의 명의로 피고 자신과 체결한 계약으로 무권대리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급여 상당액인 87,104,933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는 2020. 12.부터 2022. 1.까지 원고의 사실상 대표로서 원고의 계좌를 관리하면서 1,425,611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였는바,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88,530,54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원고의 부사장으로서 2021. 11. 21. 원고에서 근무하던 E 등을 별다른 이유 없이 부당해고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로 하여금 위 E 등에게 퇴직위로금으로 각 5,700,000원을 지급하도록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또는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399조 제1항에 따라 위 E 등에 대한 퇴직위로금 합계 17,1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피고는 C의 채용에 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C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원고의 근로자로서 급여를 지급받은 것이므로 부당이득을 한 바 없다. 설령 이 사건 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로서 실질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이상 급여 상당액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피고가 E 등을 해고한 것은 C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E 등을 복귀시키지 않고 근로관계를 종료시킴으로써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게 된 것인 이상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어떠한 불법행위를 하였다거나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판단
급여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자기의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을 제3자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그 제3자로 하여금 회사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처리하게 하는 것은 비록 그 제3자가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로서 대표이사제도를 둔 취지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으므로 그 제3자가 대표이사로부터 개별적·구체적으로 위임 또는 승낙을 받지 않는 한 대표이사로부터 포괄적으로 권한 행사를 위임받은 사람이 주식회사 명의로 한 법률행위는 무권대리행위로서 무효이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63185, 2011다63192(병합)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대표자인 C로부터 이 사건 위촉장을 교부받음으로써 대표자의 권한을 위임받은 후 C을 대리하여 2020. 9. 1.자로 소급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인바, 이 사건 위촉장은 C이 원고 대표자 권한을 포괄적으로 피고에게 위임하는 내용으로 개별적·구체적 위임 및 허락이 없는 한 피고가 자기계약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은 무권대리 행위로서 무효이다.
그런데 갑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급여 명목으로 합계 87,104,873원<1>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무효인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가 급여를 지급받음으로써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원고는 이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인바,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이득반환으로 원고에게 위 87,104,87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는 근로자로서 실질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으므로 위 급여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2 내지 17호증, 을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의
근로자가 아니라 임원의 지위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이므로 실질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여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피고가 임원의 지위에서 원고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사이에 위임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기로 약정한 바도 없으므로 이를 근거로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는 원고의 취업규칙에서 정해진 근로자의 일반적인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시 대표자 C의 ’이 사건 회사를 살펴봐달라‘는 요청으로 원고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이 사건 위촉장에는 피고의 업무 범위가 ’대표이사 부재 시 대리인으로 사업장 운영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같은 피고의 채용 경위, 이 사건 위촉장의 기재 내용, 이 사건 계약서의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C은 대표이사가 구속 수감되어 부재함으로써 업무 공백이 발생하자 피고에게 이 사건 회사의 운영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수행하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가 원고에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근로의 구체적인 내용은 직원의 채용 및 해고, 원고 사무실의 일부 임대, 순환근무제, 급여 삭감, 숙직 폐지, 근로계약서 작성 등 경영판단에 관한 것이고, 피고는 이러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일부 업무에 관하여 C에게 보고하거나 C의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직원의 채용 및 해고, 휴업 등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에 관하여 C의 결재를 거쳤다는 객관적인 자료는 없고, 그 외에 C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있었으며 피고가 이에 따라 노무를 제공한 것이라고 인정할만한 내용도 확인되지 않는다.
피고의 월 급여는 600만 원으로 다른 직원들의 급여를 현저히 초과하는 액수이고, 경영악화를 이유로 단축근무를 실시하고 급여를 삭감하며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도 스스로는 매월 임금 외에 연장수당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수령하기도 하는 등, 원고의 일반 근로자와는 다른 차별화된 혜택을 받았다.
이 사건 위촉장에 ’대표이사의 권한에 해당하는 직원 선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거나 피고 스스로 자신의 근로조건 등이 기재된 이 사건 계약서를 형식적으로 작성하여 고정된 임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정,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대기발령 조치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피고의 실제 업무내용과 다르게 피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으로 87,104,873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3. 2. 10.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4. 11. 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425,611원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정한 급부를 한 다음 급부가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이른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에는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으며, 이 경우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자는 급부행위의 원인이 된 사실의 존재와 함께 그 사유가 무효, 취소, 해제 등으로 소멸되어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음을 주장·증명하여야 하고, 급부행위의 원인이 될 만한 사유가 처음부터 없었음을 이유로 하는 이른바 착오 송금과 같은 경우에는 착오로 송금하였다는 점 등을 주장·증명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의 계좌에서 피고 측의 계좌로 입금되거나 송금된 돈에 관하여 그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원고의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가 원고의 대표자로서 2021. 11. 21. E 등을 해고하였고, 원고가 2022. 2. 28. E 등과 2021. 11. 21.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E 등에게 각 5,700,000원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화해가 성립됨에 따라 E 등에게 위 각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피고가 E 등을 해고하기로 한 행위가 불법해위 또는 고의,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고 임무를 해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나아가 위와 같이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것은 원고가 E 등을 복직시키지 아니하고 E 등과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내용의 화해를 하였기 때문이므로 위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것이 피고의 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세희
각주1) = 가불공제액 24,500,000원 + 차인지급액 62,604,873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