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4, 5, 13호증, 을 제9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H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 대한적십자사(이하 ‘피고 법인’이라 한다) 내 혈장분획센터는 혈장을 보관·분획하고, 알부민과 감마글로불린 등 반제품 형태의 의약 원료를 제조·공급하는 등의 업무를 맡은 기관으로서, 혈장 분획 등의 업무를 담당한 분획부(생산부) 외에 품질관리부와 총무부를 두고 있고, 원고들은 총무부 산하 I팀에 소속된 근로자들로서 생산지원시설인 냉동·수(水)처리·보일러·전기·펌프·공기조화·공기압축·위험물시설·환경 등의 설비와 검체 보관 및 의약품 보관시설 등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유지하는 등의 제조지원 업무를 수행한 사람들이다.
혈장분획센터에서는 1일 24시간 위와 같은 제조·생산이 이루어지며, 그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이 야간 및 주말 근무를 수행하게 되고, I팀은 주중 야간 1인, 토요일 1인, 일요일의 경우 주간에는 2인, 야간에는 1인이 당직 업무를 담당하여 온바, 구체적으로 원고들은 평일에는 ‘주 3일 주간 근무(09:00 ~ 18:00), 주 1일 야간근무(17:30 ~ 다음 날 09:30), 야간 근무 다음 날 휴무’의 형태로 근무하며, 7주마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 한 번씩 당일 09:00부터 다음 날 09:00까지(휴게시간: 12:00 ~ 13:00 및 18:00 ~ 19:00) 당직 근무를 하여 왔고, 평일 야간 근무에 대하여는 60,000원의 당직비를, 주말 당직 근무에 대하여는 특별근무수당을 수령하여 왔다.
원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자신들이 평일 야간 및 휴일에 수행한 당직 업무는 평일 주간 업무와 큰 차이가 없고, 여러 명이 할 일을 당직 근무자가 혼자 처리하여야 하는 등 그 업무의 강도에 있어서도 통상의 근무와 동일한 수준인 까닭에, 이는 본래 업무의 연속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피고로서는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원고들의 위와 같은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야 지급하여야 할 것인바,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들에게 평일 야간 근무에 대하여는 60,000원의 당직비, 주말당직 근무에 대하여는 특별근무수당만을 지급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이 정한 위 수당을 다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자신들이 받아야 할 시간 외 근로수당과 이미 지급받은 당직비 내지 특별근무수당과의 차액 상당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판단
일반적으로 ‘당직’이라고 함은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 등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 내에서 대기하며 이에 대처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노동의 밀도가 낮고 감시·단속적인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업무는 관행적으로 정상 업무로 취급되지 아니하여 별도의 근로계약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원래의 근로계약에 부수되는 의무로서 이행되는 것인 까닭에, 정상 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등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와 같은 대기성의 단속적인 업무로 평가되는 통상의 당직 근무와는 달리, 그 당직 근무가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것이라거나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정한 가산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살피건대, 앞서 거시한 증거들 및 갑 제8, 9, 12, 14, 19호증, 을 제17, 18, 25, 27, 28, 29, 31, 37 내지 47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① 야간 당직 근무자는 현장을 순찰하면서 각 설비의 온도 등 수치가 일정 범위 내에 있는지 확인하여 설비별 운전 및 점검일지에 그 수치를 기록하고, 소등 여부와 문이 닫힘 상태에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데 그 시간은 보통 30분 내외이며, I팀 야간 근무자용 휴대전화를 들고 현장 순찰을 하며 일부 시설에 대한 이상 상황 발생 시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이를 알게 되고, 혼자 당직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주간근무와는 달리 에탄올 증류작업공정과 폐수처리장의 전처리 및 탈수공정, 예방점검 및 유지보수작업은 이루어지지 아니하며, 당직 근무 시 계획정비가 이루어지는 경우 외부유지보수업체에서 정비를 하고 I팀 당직 근무자는 이를 감시·감독하는 업무만 수행하는 사실, ② I팀의 당직 근무와 관련하여 공정작업일정표가 없고, 당직 근무자는 당직 근무시간 중 점검항목에 따라 현장순찰 업무 및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한 후 1회 야간작업일지를 작성하고, 자동화시스템 기계에서 자동으로 출력되는 일일레포트를 다음 날 피고 법인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③ 제조지원 시설 대부분은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운전되고, 온도, 습도, 압력, 운전상태 등에 이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I팀 사무실 내 모니터에 알림이 뜨고 알람 경보 패널에서 경보음이 울리도록 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지하실 공조기의 온도컨트롤러로 연구동 1층 내부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고, QC실험실 등 일부 시설의 경우 이상 상황 발생 시에 I팀 야간근무자용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알림이 전송되도록 되어 있는 사실, ④ 생산설비를 지원하는 설비에는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들이 각 관리책임자로 선임되어 주간에 관리책임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당직 근무 시 제조지원 시설에 이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당직 근무자는 I팀장에게 이를 보고하고 자신이 담당하지 않는 설비에 이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해당 관리책임자에게 연락한 후, 간단한 사안은 당직 근무자가 직접 조치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관리책임자가 출근하여 조치를 취하거나 외부의 전문설비업체에 연락하여 그 업체 직원이 기기를 점검·수리하며, 이상 상황이 긴급하지 않은 경우 주간에 이를 처리하기도 하였고, 한 달을 기준으로 많을 때는 19일간 당직 근무 시에 이상 상황이 발생하였으나, 적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발생했던 때도 있으며, 하루에 이상 상황이 많을 때에도 5회 내외이고, 일부 이상 상황은 주간에 이상 상황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그 상황을 보고하는 경우이거나, 알림이 있었으나 실제로 가동에는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었던 사실, ⑤ I팀 사무실에는 TV가 설치되어 있어 당직 근무 시에 TV를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었고, I팀 사무실 내에 별도의 탈의실 공간을 두어 그 안에는 온돌이 설치되어 있으며, 침구를 보관할 수 있는 옷장, 개수대, 냉장고, 전자레인지, 정수기 등도 있어 휴게실로도 이용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서 엿보이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 즉 ① 혈장분획센터 내에 있는 대부분의 제조지원 시설은 자동으로 운행되고, I팀의 일부 업무는 당직 근무 시에는 이를 수행하지 아니하며, 이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I팀 사무실 내 모니터에 알림이 뜨고 경보음이 울리거나 야간근무자용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등 그 대부분은 I팀 사무실 내에서 이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순찰 업무는 회당 30분 내외의 시간이 걸리는데, 피고가 여러 차례 순찰업무를 하도록 강제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어, 원고들의 당직 업무는 기본적으로 단속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나 강도는 통상의 업무 수준보다 낮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당직 근무자는 이상 상황에 대처하여야 하나, 이상 상황이 많을 때도 하루에 5회 내외로 그 횟수가 많지 않았고,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 담당 관리책임자가 출근하거나 외부 전문설비업체 직원이 피고 회사에 출동하여 처리하였으며, 외부 전문설비업체 직원이 출동한 경우에는 당직 근무자는 그 직원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만을 수행하였고, 이상 상황이 긴급하지 않은 경우 주간에 이를 처리하기도 하였다는 것이어서, 당직 근무 중 이상 상황에 대처하는 업무는 보조적이고 임시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당직 업무의 특성상 당직 근무자 1인만이 I팀 사무실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당직 근무자는 1회 야간작업일지를 작성하고, 자동화시스템 기계에서 자동으로 출력된 일일레포트를 다음 날 제출하며, 이상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I팀장에게 이를 보고한다는 것으로서, I팀장이 실시간으로 당직 근무자로부터 업무 현황 등을 계속하여 보고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당직 근무에 대한 피고 법인의 관리·감독이 정상 근무시간 중의 그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당직 근무자는 현장 순찰 업무 외에 대부분 I팀 사무실 내에서 모니터링 업무를 통하여 이상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직접 위와 같은 업무에 임하지 않는 시간에는 I팀 사무실 또는 탈의실 등에서 대기하거나 휴식을 취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법인의 당직 근무시간은 야간의 경우 당일 17:30분부터 다음 날 09:30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의 경우 당일 09:00부터 다음 날 09:00까지로 정하여져 있는바, 휴식 또는 수면 시간도 없이 위 16시간 또는 24시간 동안을 계속하여 평일 주간의 통상 근무와 동일한 밀도로 노무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통상의 경험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평일 야간 또는 휴일의 당직 근무 중 수행한 업무는 전체적으로 보아 근로의 밀도가 낮은 대기적·단속적인 업무에 해당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가사 원고들이 실제 당직 근무를 수행하여 온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그 내용과 질에서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의 강도를 가진 업무를 일부 수행한 바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 상황 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잠정적이거나 일시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이 지적하는 사정들이나 그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어 원고들이 수행한 당직 업무가 그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것이라거나 또는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평일 주간의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의 강도를 지닌 것이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제갈창(재판장) 유형웅 김노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