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망 E(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0. 4. 1.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충주시F 소재 피고의 충주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공장 창고(이하 '이 사건 창고'라 한다) 지붕에 설치된 선라이트(채광창) 중 일부가 노후로 파손되어 파손된 부분을 통해 낙엽, 빗물 등이 창고로 유입되자, 선라이트 교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2024. 2. 13. 12:00경 같은 회사 직원 3명과 함께 사다리를 타고 위 창고 지붕으로 올라가 지붕에 쌓인 토사, 낙엽 등을 제거하는 청소를 하던 중 밟고 있던 플라스틱으로 된 선라이트가 깨지면서 약 4.2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였다. 망인은 119 구급대에 의하여 G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같은 날 14:47경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피고의 대표이사 H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각 고소되었으나, 2025. 1. 16.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에서 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원고 A은 망인의 배우자이고,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아래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
선라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설치된 경사지붕 위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발이 빠지는 등 추락 위험이 있으므로 폭 30cm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작업 구간 하부에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는 등 위험방지 조치를 해야 함에도 피고는 이를 시행하지 않아 망인이 이 사건 창고 지붕에서 바로 추락하게 되었고, 또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 시에는 안전모를 지급해야 하고, 높이 2m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 시에는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해야 함에도, 피고는 망인에게 이러한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았다.
피고는 아래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위반하였다.
피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에 따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 · 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
피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5호 나목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그 기준에 따라 반기 1회 이상 평가 · 관리를 하지도 않았다.
피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7호에 따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 ·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피고는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및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근로자인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위자료는 100,000,000원, 원고들의 위자료는 각 10,000,000원이 적정하다.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원고 A에게 52,857,142원(= 망인의 위자료 100,000,000원 × 상속분 3/7 + 위 원고 고유의 위자료 10,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38,571,429원(= 망인의 위자료 100,000,000원 × 상속분 2/7 + 위 원고들고유의 위자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참조),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증인 I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설령 피고가 이 사건 창고 선라이트 수리 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이를 수리업체 등에 맡기지 않고 직접이 사건 창고 지붕 청소나 선라이트 수리를 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농기계 및 농 · 산업용 운반기기, 바퀴류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서 대구 동구 J에 본사를, 충주시 F에 이 사건 공장을 각 두고 있다. 이 사건 공장은 리어카 등 운반기기를 일부 생산하고 있고, 자재 관리 및 경기 및 강원 지역 등에 대한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 물류거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공장의 관리소장으로서 이 사건 공장의 근로자 채용, 임금 결정 등 노무관리와 안전관리, 생산, 출고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하여 관리·감독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공장을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이 사건 공장은 생산동과 창고동(이 사건 창고)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이 사건 창고는 생산물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다가 2021년경부터 2023년 12월경까지 주식회사 K(이하 'K'라 한다)에 무상으로 전대되었다.
피고는 K와의 위 전대차가 종료된 후에 K로부터 이 사건 창고를 반환받았으나, 그 당시 실적 저하로 생산품 보관량이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창고가 생산동과 멀리 떨어져 있고 지형적으로도 높은 위치에 있어서 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망인은 2024. 1. 23. H에게 K가 이 사건 창고에서 퇴거하면서 파손한 이 사건 창고 문짝을 직접 수리겠다고 보고하였는데, H는 망인에게 직접 수리하는 것은 위험하니 K로 하여금 수리업체를 불러 수리하게 하라고 지시하였고, 망인은 위 지시에 따라 K에 수리업체를 불러 위 문짝을 수리하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K는 수리업체를 불러 위 문짝을 수리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인 H나 상무이사인 I가 망인에게 이 사건 창고 지붕 청소나 선 라이트 수리를 지시하거나 망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작업을 하겠다는 보고를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H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만약 이 사건 창고 지붕 청소나선라이트 수리가 필요하였더라면 당연히 망인에게 업체를 불러서 안전하게 수리를 하라고 지시하였을 것이다'고 진술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H가 이 사건 창고 문짝을 직접 수리겠다고 보고한 망인에게 직접 수리하는 것은 위험하니 K로 하여금 수리업체를 불러 수리하게 하라고 지시한 점, 이 사건 창고 지붕 청소나 선라이트 수리는 이 사건 창고 문짝 수리보다 더 위험한 작업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H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또한 관련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 공장의 근로자들은 현재까지 이 사건 공장에서 지붕 청소를 비롯한 높은 장소에서 작업이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일 망인과 함께 이 사건 창고 지붕을 청소한 근로자들은 망인의 지붕 청소 지시가 의아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또한 이 사건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