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350,000원을 추징한다.
위 추징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은 무죄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의 점, 횡령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이미 항소기간이 지나 분리·확정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하도급대금 직접지급합의서(이하 '직접지급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발주자인 철원군 교육지원청(이하 '교육지원청'이라 한다)에 제출하였으나, 교육지원청이 반려하여 직접지급합의서를 제출하지 못하게 된 것이고, 그 후 피고인이 교육지원청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수령한 것은 수급인으로서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민사상 피해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의무를 부담할지언정 이미 수령한 위 공사대금에 대하여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6월, 350,000원 추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건설업체 D(주)의 실질적 대표로서 2012. 7.경 교육지원청이 발주하는 'E초 등학교 교사동 보수공사'를 공사대금 합계 186,249,410 원에 도급받은 뒤, 그 중 교사동 마룻바닥 보수공사 부분(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마루공사 전문업체인 피해자 G(주)에 하도급을 주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12. 8. 13. 위 D(주) 사무실에서, 피해자가 수령할 위 마룻바닥 공사 관련 하도급 공사대금 총 114,510,000원 중 10,000,000원은 피고인이 2012. 8. 21.까지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104,510,000원은 지급을 확실히 담보하고자 피고인이 발 주청인 위 철원군 교육지원청에 요청하여 추후 공사 종료시 위 교육지원청이 D(주)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 명의 기업은행 계좌로 공사대금 중 104,510,000원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달하겠다는 내용으로 피해자와 약정하였다.
피고인은 그 후 피해자가 2012. 8. 31. 마룻바닥 공사를 정상적으로 마친 뒤, 철원군 교육지원청에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잘못으로 인하여 위 철원군 교육지원청이 공사대금을 피해자 명의 계좌로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철원군 교육지원청은 2012. 9. 25. 위 104,510,000원에서 일용노동자 4대 보험료 정산금 등을 공제한 103,966,090원을 D(주) 명의 기업은행 계좌로 입금하였다.
피고인은 그 무렵 위 D(주) 사무실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위 공사대금 103,966,090원을 보관하던 중, D(주)의 밀린 국세 납부와 타 공사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노임 등 명목으로 마음대로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약정을 채권양도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12. 7.경 교육지원청으로부터 'E초등학교 교사동 보수공사'를 공사대금 합계 186,249,410원에 도급받고, 2012. 8. 13.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사 부분을 하도급대금 합계 114,510,000원에 하도급주면서 2012. 8. 21. 계약금 1,000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공사대금 104,510,000원은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직접 지급받게 해주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하였다.
피고인은 공사완료 후 교육지원청에 공사대금청구를 위하여 준공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수령한 하도급 관련 서류를 누락한 채, 2012. 9. 25. 교육지원청으로부터 공사대금 104,510,000원에서 일용노동자 4대 보험료 정산금 등을 공제한 103,966,090원을 수령하였고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D(주)의 체납된 국세 납부 및 근로자들 노임 등 명목으로 소비하였다.
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수사기록 3권 10쪽)에는 제20조 제2항에서 대금지급방법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준공금을 받은 때에는 지급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피해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피고인이 교육지원청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자체를 피해자에게 양도한다는 언급이 없다.
직접지급합의서(수사기록 3권 41쪽)의 제목 및 문언 등을 보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발주자, 수급인 및 하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이 규정하는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 요건에 맞추어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직접지급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 채권양도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고,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인적사항은 기재되어 있으나 발주자의 인적사항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며 발주자의 서명 및 날인도 되어있지 아니하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약정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발주자, 피고인 및 피해자 사이에 직접지급합의를 하도록 협조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의무부담행위에 불과하고, 처분행위의 성질을 가지는 채권양도로 보기는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인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 인정 여부
관련 법리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다. 여기서 보관이라 함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도6463 판결)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교육지원청과 피고인 및 피해자는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직접지급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
직접지급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수급인이 하도급계약과 관련하여 하수급인이 임금, 자재대금 등의 지급을 지체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하여 직접지급의 중지를 요청한 경우에는 발주자는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피해자는 2012. 11. 2. 피고인을 '처음부터 하도급대금 지불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자로부터 직불로 공사대금을 수령하게 하여 주겠다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공사대금 104,510,000원을 편취하였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고소하였다.
위 인정사실과 증거들을 종합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이 사건 약정은 의무부담행위에 지나지 않고 처분행위인 채권양도로 보기는 어려운 이상 피고인이 수령한 금전이 바로 피해자에게 귀속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직접지급합의 권한이 피고인에게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닌 만큼 피해자의 하도급대금채권의 보전여부가 오로지 피고인의 의사에만 매여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발주자·수급인·하수급인간 직접지급합의에 이른 경우에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발주자가 직접지급을 거절할 수 있음에 반하여 직접지급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수령한 공사대금을 바로 피해자의 재물로 보아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 점, 피해자 역시 피고인이 하도급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한 것에 대하여 횡령죄가 아닌 사기죄로 고소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수령한 공사대금은 피고인의 소유로 귀속되는 것이지 피해자의 소유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하여 하도급대금 지급의무에 대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의 돈을 보관하는 자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횡령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횡령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고, 한편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판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니,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