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2016고단285 부분)
피고인이 고용한 근로자 E가 2015. 3. 31. 피고인이 시킨 철근작업 도중 왼쪽 두 번째 손가락에 상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E가 진술하는 방식으로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고의 형태를 볼 때 E는 자해(自害)를 한 것으로,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E에게 요양비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여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과중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의 요지와 같은 취지로 "E가 자해를 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라 볼 수 없으므로 요양비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피용자인 E가 입은 위 부상은 자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서 일응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할 것임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임의적인 판단 하에 그것이 자해라고 단정하고는 E에 대한 요양비 등의 지급을 거부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❶ E는 수사기관에서 「철근가공절단 작업 중 손가락이 철근에 끼어서 다치게 되었습니다. 당시 16미리 철근 두 가닥을 자르는데, 옆에 기계 홈에 1미터 정도의 철근토막이 있었습니다. 두 가닥의 철근이 잘리면서 벌어지는데 그 벌어지는 철근과 철근토막 사이에 제 손가락이 끼어서 다치게 되었습니다」 고 진술(증거기록 제6~7면)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도 「피고인이 제출한 사진하고는 다른 상황이지요. 기계를 보면 잘리는 부분에 홈이 있어요. 자르는 과정에서 그 홈에 얹혀 있는 거에요」 라고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증인 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5면)하였다.
❷ 피고인은 철근을 자르는 과정에서 손이 끼일 수 없다고 주장하나, 먼저 기계의 홈에 철근이 하나 끼어져 고정되어 있었다면(E가 진술하는 홈은 잘리는 날 부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철근을 자르는 과정에서 손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인다. 즉, E가 진술하는 상황과 피고인이 주장하는 상황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상황에서 손가락이 끼어 상해를 입기 어렵다고 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래부터 '불의의 사고'라는 것 자체가 비정형적(非定型的)인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피고인이 상정하는 형태의 정형적(定型的)인 작업 방식은 그 상정단계에서부터 이미 원형대로의 통상적이고 안전한 작업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서 이러한 형태로는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별반 없다. 따라서 그러한 상상(想像)과 다른 형태의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될 경우 그 상정된 상황을 전제로 그와 다른 상황의 존재가능성을 부인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보다는 그 다른 형태의 사고를 상정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일터인데, 이 사건에서 피재자인 E가 말하는 형태의 사고가 절대 발생할 수 없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상정하는 상황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사실은 주장으로 주장을 입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❸ 피고인은 산재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을 정도로 영세한 개인건설업자였는데, 이 사건 발생 약 4년 전부터 피고인과 함께 일한 E로서는 피고인의 이러한 상황을 잘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의 주장은 E가 이러한 피고인을 믿고 자해까지 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피고인은 E가 이 사건 당일 같이 일한 포크레인 기사를 사업주로 하여 산재를 신청하기 위해 자해를 하였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하였으나, 책임여부조차 불분명한 포크레인 기사를 믿고 자해를 하였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다가 이 사건 범행의 동기, 경위, 결과,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연령, 성행, 처벌전력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법정형,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원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과중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정선희 김재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