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판결

청주지방법원 2016. 11. 24. 선고 2016노653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편취범의가 있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재물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재물을 교부받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재물을 교부받았을 당시에는 그 반대급부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 경제사정의 변화로 결과적으로 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265 판결, 대법원 2005. 11. 24. 선고 2005도748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은 2013. 12.경 이 사건 공사를 L이 운영하는 ㈜H와 ㈜I로부터 5억 9,400만 원에 도급받았는데, 계약금 없이 중도금 1억 5,000만 원은 피고인이 철근기초 공사를 완료하면 지급받기로 했고, 잔금은 완공 시 피고인이 L으로부터 매수한 충북 청원군 K 등 토지매매대금에서 상계하기로 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13. 12. 18.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사를 5억 7,400만 원에 하도급 주었는데, 계약금 없이 중도금 1억 원은 피해자가 철근기초공사를 완료하면 지급하여 주기로 했고, 잔금은 완공 시 피고인이 위 K 토지에 신축 중인 전원주택 1개동을 대물 지급하거나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가 철근기초공사를 완공하면 L으로부터 중도금 1억 5,000만 원을 받아 그 중 1억 원을 피해자에게 주면 된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L은 중도금 지급 능력이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중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2)

나아가 위 하도급 계약에 따르면 피해자가 비용을 먼저 부담하여 철근기초공사를 완공한 다음에야 피고인은 중도금 1억 원을 지급하면 되는데, 오히려 피고인은 철근기초공사 완공 전에 피해자에게 1억 505만 원을 지급하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사정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

즉, 철근기초공사의 완공시점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데,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후면 옹벽공사까지 완공된 시점인 2015. 5. ~ 6.경이고(수사기록 제64쪽),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후면 옹벽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철근기초공사가 완공된 시점인 2014. 4. 초순경으로 보인다(수사기록 제50쪽).

나)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설 연휴 전인 2014. 1. 29. 인부들 노임 명목으로 중도금 선지급을 요청하여 피해자에게 4,3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인부들이 노임 문제로 공사를 중단한 2014. 2.20. 피해자에게 1,2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여, 합계 5,500만 원의 중도금을 먼저 지급하였다.

그 후 피해자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인부들 40 ~ 50명이 2014. 3.경 도급인 L의 사무실을 찾아가 시위를 하며 소란을 피웠다. 이에 피고인과 피해자 및 L은 2014. 3. 24. 3자 합의를 통해 ① L이 인부들의 노임을 피해자 또는 인부들에게 직불하는 대신, ② 피고인과 피해자가 2014. 4. 30.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공 후 준공을 하지 못하면 공사에 대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현장에서 철수할 것을 확약하며 유치권 기타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확인각서를 작성하였으며(수사기록 제104쪽 내지 제106쪽), L은 위 확인각서에 따라 2014. 3. 24. 피해자에게 2,000만 원, 2014. 3. 26. 및 2014. 4. 9. 인부들에게 3,005만 원을 각 지급하여, 합계 5,005만 원을 지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가 주장하는 철근기초공사 완공 시점 이전에 1억 505만 원을 지급하였다.

다)

한편, 피해자는 L이 인부들에게 직접 지급한 돈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중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철근기초공사 완공 시 L이 피고인에게 1억 5,000만 원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1억 원을 각 중도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L이 피해자 또는 인부들에게 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3자간 합의를 통해 위 확인각서를 작성하여 피해자 및 인부들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였는바, L이 피해자 및 인부들에게 지급한 돈 합계 5,005만 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급할 중도금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2014. 4. 및 5.경 피해자에게 중도금 지급을 위하여 발행한 약속어음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중도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위 약속어음이 중도금 지급을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는 위 확인각서에 따라 L으로부터 2,000만 원을 지급 받았음에도 2014. 4. 30.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였고, 피고인이 L에게 공사기한 연장을 요청하여 2014. 5.경, 2014. 6.경까지 수차례 공사기한을 연장 받았으며, 피고인이 아무런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약속어음을 발행한 이유는 피해자의 자금 융통을 지원하여 임박한 공사기한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3)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하도급 계약 체결 당시 피해자에게 잔금으로 K 전원주택 1동을 대물 지급하거나 현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

피고인이 K 전원주택 공사와 관련하여, 2014. 11. 25.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K 전원주택을 완공하여 분양할 능력이 없이 2012. 3.경 투자금을 편취하여 사기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2015. 2. 24. 청주지방법원에서 2014. 5. 경 K 전원주택 공사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나)

그런데 피고인은 2010. 3.경 충북 청원군 K 외 10개 필지의 소유자인 L과 토지매매예약을 체결하고 전원주택 40개동을 신축하는 공사를 추진하였는바, K 전원주택의 토목공사는 2010. 4. 9.경 착공되어 2012. 5.경 마무리 되었다(수사기록 제322쪽).

다)

피고인은 2012. 3.경 이후 K 전원주택 공사와 관련된 주민들의 민원 및 토지 소유권 분쟁 문제를 해결하여 R에게 전원주택 신축 공사를 도급 주었고, R은 2013. 9. 12. K 전원주택 공사에 착공하였으며(수사기록 제335쪽),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2013. 12. 18. 당시에는 골조공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K 전원주택 공사 현장을 방문하여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한 후 이 사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그런데 그 후 K 전원주택 공사는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인하여 그 완공이 지연되긴 하였으나, 2014. 11.경에는 모두 완공 되었다. 즉, 피고인과 R의 도급 계약에 따르면 R이 공사비용을 먼저 부담하여 공사를 완공한 후 준공이 이루어지면 피고인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R에게 공사비용을 정산하여 주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R은 공사비용 부족으로 2014. 3.경 공사를 중단하였으며, 피고인은 R으로부터 공사현장을 인도 받아 직접 공사를 진행하였으나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공사비용 부담으로 인하여 2014. 5.경 인부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 받았다. 비록 위와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K 전원주택의 신축공사가 지연되었으나 11개 필지지상 40개동 전원주택의 공사와 준공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 2014. 11.에는 대부분의 전원주택에 입주자들이 입주하였다.

마)

피고인은 K 전원주택 공사를 추진하면서 전 소유자인 L으로부터 K 449-1, 6, 7, 8, 9번지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마쳤다. 피고인은 그 후 아들 명의로 된 경남 거제시 V 토지를 담보로 거제 수협에서 2억 4,000만 원을 대출 받는 등 약 10억 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고, 고향선배인 W로부터 1억 6,000만 원을 차용하는 등 약 14억 원을 지인들로부터 차용하여 합계 24억 원을 피고인 명의의 위 토지 지상의 K 전원주택 토목공사 비용으로 투입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3. 9.경 L으로부터 X 상가 건물 3개동을 임의로 처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 받은 사실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 명의 K 토지의 담보가치와 피고인이 처분할 수 있는 X 상가 건물의 담보가치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하도급 계약 체결 시 잔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선오(재판장) 이화송 조정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