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청주시 청원구 D에 있는 'E 모텔'(이하 '이 사건 모텔'이라 한다)을 운영하던 원고는, 2013년 8월경 중국 조선족 출신인 피고 B을, 2015년 4월경 피고 B의 딸 피고 C을 각 이 사건 모텔 객실 청소 등 직원으로 채용하였다.
원고는 2013년 8월경 피고 B을 채용할 당시 피고 B으로부터 숙식 제공을 요청받아 월급 155만 원 이외에 숙소를 제공하고, 생활비 20만 원을 별도로 지급하였다. 2015년 4월경 채용된 피고 C 역시 원고로부터 피고 B과 같은 급여와 숙소,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한편, 피고들은 2015년 5월경부터 같은 숙소를 사용하였다.
피고들은 2017년 3월경 이 사건 모텔 근무를 그만 둔 다음 각 원고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가소37025호로 퇴직금 청구 소를 제기하였고(이하 '관련 퇴직금 사건'이라 한다), 2017. 11. 30. 원고로 하여금 피고 B에게 6,229,151원, 피고 C에게 3,858,974원과 각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과 판단
원고의 주장요지
원고는 피고들을 채용할 당시 피고들에게 숙소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신 향후 피고들이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관련 퇴직금 사건에서 원고가 위와 같은 합의 내용을 주장하면서 피고들의 퇴직금 청구를 거절하였으나, 법원은 설령 위와 같은 퇴직금 사전 포기 합의 있었더라도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피고들에게 매월 20만 원씩 지급한 생활비 부당이득 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원고의 상계주장 역시 근로기준법상 상계금지 규정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약정이 무효라면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숙소를 사용, 수익한 데 따른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과 매월 지급받은 생활비 20만 원을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따라서 원고에게, 피고 B은 2,435만 원(2013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20개월간 매월 50만 원씩 계산한 숙소 차임 + 2015년 5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매월 차임 25만 원씩 계산한 숙소 차임 + 2013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매월 20만 원씩 계산한 생활비), 피고 C은 1,035만 원(2015년 5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매월 25만 원씩 계산한 숙소 차임 + 2015년 5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매월 20만 원씩 계산한 생활비)과 각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을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해당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 내용이 종전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2012. 12. 13. 선고 2012다660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한 판단
돌아와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에게 제공한 숙소나 생활비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한다거나,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가 제출한 갑 3호증의 첫 번째 장은, 피고들의 각 외국인등록증을 백지 한 장에 복사한 다음, 그 아래에 원고가 "월급 : 1,700,000원, 숙박청소 + 대실청소, 숙소 제공(원룸, 화장실, 주방), 무단결근 시 파출비 부담(파출비 1인당 55,000원), 매월 월급 외 200,000원씩 지급, -의료보험×, -퇴직금×"이라고 기재한 것이다. 갑 3호증의 두 번째 장은 피고들이 각자 외국인등록번호를 기재하고 서명한 부분 이외에 다른 내용이 없다.
원고는 갑 3호증이 피고들을 각 채용할 당시에 작성한 것이 아니라 2016년 3월경 이 사건 모텔에 관한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피고들로부터 외국인등록증을 건네받아 첫 번째 장에 복사한 다음 원고가 그 사본에 근로조건을 기재하고 그 다음 장에 이를 확인하는 취지로 피고들의 서명을 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현재 갑 3호증의 원본을 확인할 수 없는데다가(관련 퇴직금 사건에도 사본이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들은 갑 3호증의 각 장이 서로 다른 날 다른 이유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달리 갑 3호증의 각 장 사이에 간인 등 일체의 문서라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표식이 없는 점, 갑 4, 6, 7, 8, 10호증(가지번호 모두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만으로는 갑 3호증의 두 번째 장이 첫 번째 장의 내용을 전제로 연속하여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사문서위조 등 관련 형사사건에서 혐의 없음 결정이 나왔다 하더라도 형사절차에 있어서 유죄 입증에 필요한 엄격한 증명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그것만으로 위 문서 전체가 진정하게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을 1호증에 따르면 원고는 당시 수사기관에서 갑 3호증의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을 서로 다른 날 따로 작성한 사실을 진술하였고, 두 번째 장에 피고들의 서명을 받으면서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을 구두로 고지한 것으로 나타날 뿐 위 서명 당시 갑 3호증 전부가 연속된 문서로서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갑 3호증에 관하여 피고들이 첫 번째 장의 내용을 인식한 다음 두 번째 장에 이를 확인하는 의미로 자신들의 서명을 한 것이라고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일정한 급부를 받는 대신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는 데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들은 숙소나 매월 20만 원 역시 직원 복지 내지 근로의 대상의 지급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피고 B은 처음 이 사건 모텔에서 일할 때부터 기본적으로 숙식 제공 조건이 있었고, 모텔 카운터를 담당하는 직원이 만들어주는 식사를 제공받다가 2013. 10. 23.부터 식비 20만 원을 따로 지불하게 된 것일 뿐 퇴직금의 선지급 명목으로 매월 20만 원을 지급받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고가 제출한 갑 3호증에 의하더라도 "월급 1,700,000원", "숙소제공", 매월 월급 외 200,000원씩 지급" 등 근로조건을 열거한 후 말미에 "퇴직금×"라고 적고 있을 뿐이어서 과연 퇴직금 명목으로 선지급된 것이 숙소 제공과 20만 원 전부를 말하는 것인지,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분할 지급되는 구체적 금액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관련 퇴직금 사건에서 피고 B의 경우 퇴직금으로 산정된 금액은 약 630만 원인데 반하여, 원고가 이 사건에서 퇴직금 선지급 명목으로서 반환을 구하는 금액 합계는 2,435만 원에 달하는바, 숙소 제공과 매월 20만 원 모두가 퇴직금 선지급 명목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확정금액인 매월 20만 원 부분에 관하여 보더라도, 그에 연이어 피고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부분이 기재되어 있어 20만 원 전부가 순전히 퇴직금의 선지급 명목으로만 지급된다는 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원고 역시 이 사건 소장에 이를 '생활비'라고 표시하면서 생활비를 지급받는 대신 피고들은 장차 퇴직금 청구를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을 뿐인바, 그에 의하더라도 위 20만 원 전부가 순전히 퇴직금 선지급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라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갑 3호증에 따르더라도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것이 앞서 본 관련 대법원 판결 ②항 부분에서 요구하는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조형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