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주식회사 C(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는 노동조합과 사이에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피고인 회사의 비용부담으로 이 사건 게시판을 설치하였으므로 이 사건 게시판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명시한 ’조합 전용 게시판‘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A, B은 노동조합이 이 사건 게시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가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인식도 없었으며, 이 사건 행위는 업무상 정당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도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해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8조에 ‘회사와 조합이 합의하는 장소에 조합 전용 게시판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이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전에 충북 음성군 H에 있는 F의 사내식당에 게시판을 설치하였다는 것인데, 그 게시판 상단에는 ‘노동조합게시판’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이 사건 게시판을 노동조합 관련 홍보물 등을 게시하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또한 피고인 A, B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을 알았을 것임에도, 이 사건 게시판에 관하여 약 2년 동안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이 사건 게시판을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설치하기로 한 조합 전용 게시판으로 합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 회사에서 이 사건 게시판을 회사 비용으로 구매하였던 점, 피고인 A의 지위에 비추어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A은 이 사건 단체협약이 체결된 후에도 이 사건 게시판 설치에 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은 이 사건 게시판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 보장된 ‘조합 전용 게시판’으로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 A은 2019. 5. 9.경 이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 I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홍보물을 이 사건 게시판에 부착하자, 피고인 B과 함께 판시 범죄사실 기재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20조에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2005. 12. 23. 선고 2002도1173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따르면 I이 부착한 홍보물은 M에서 제작한 홍보물로, 그 내용이 피고인 회사나 회사 대표를 모욕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조합 전용 게시판에 부착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 B의 행위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고 보기도 어려워, 업무상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정당행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내용에 더하여,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8조 제1호는 ’회사는 조합의 정당한 홍보 활동을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호는 ’회사와 조합이 합의하는 장소에 조합 전용 게시판을 설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인 회사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홍보 활동을 보장할 의무가 있고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홍보 활동을 위해 조합 전용 게시판을 설치․운용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게시판 설치 장소는 피고인 회사와 노동조합이 합의하여 정하되 그 합의방법에 있어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 반드시 서면에 의할 것이 요구되지 않고 구두에 의하여 또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며,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게시판을 노동조합 전용 게시판으로 활용하는 것도 당연히 허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016. 9.경부터 이 사건 F의 사업소장으로 근무해 온 피고인 A은 대전지방고용 노동청충주지청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단체협약이 체결된 2017. 10.경부터 노동조합이 이 사건 게시판을 노동조합 홍보물을 게시하는 등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게시판은 임시 게시판이고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설치된 게시판은 노동조합 사무실 내에 설치된 게시판이다.”라고 주장하였고(증거기록 제46, 47쪽), 피고인 회사에서 노사업무를 담당해 온 당심 증인 K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 노동조합으로서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8조 제2호가 규정하는 조합의 홍보 활동을 위한 게시판을 설치함에 있어 당연히 홍보 내용이 다수의 조합원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이 일상적으로 통행하는 위치에 게시판을 설치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이지, 노동조합 사무실 내에 홍보 게시판을 설치할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 이 사건 단체협약 제13조는 ’회사는 노동조합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피고인 회사로부터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받아 노동조합 업무를 처리하면서 피고인 회사의 의사와 무관하게 노동조합의 필요에 따라 이 사건 게시판과 별도로 업무 및 홍보 관련 게시판을 사무실 내에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약 2년 가까이 구내식당에 ’노동조합게시판‘이라는 명칭이 명시된 상태로 노동조합의 홍보 활동을 위한 게시물을 게시하는데 사용되어 온 이 사건 게시판이 임시 게시판에 해당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 설령 이 사건 게시판이 노동조합이 임의로 사용한 게시판이라고 하더라도, 그 설치 목적, 내용 및 크기 등에 비추어 정당한 노조홍보활동으로 볼 수 있고, 이 사건 단체협약 제8조 제1호에 따라 피고인 회사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의하면 피고인 A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창섭(재판장) 김태형 성찬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