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제1심판결의 인용
피고의 항소이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1심에 제출된 증거와 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가하거나, 피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주장에 대하여 보충 판단을 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〇 제1심판결문 제8쪽 제7행과 제8행 사이에 다음을 추가한다.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C’ 등 택시호출앱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하여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로형태가 종전의 배회식에서 대기식으로 바뀌고, 이로 인한 노동 강도가 감소하는 등 근로여건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피고가 제출한 을 제1호증의 1, 2 각 D의 내용을 살펴보면, 택시호출앱의 상용화 및 그 특성 등에 관한 분석 자료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위 내용만으로는 택시호출앱의 이용증가가 이 사건 특례조항 실시 이후의 실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로형태와 근로시간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 상관관계를 전혀 알 수 없고, 위 택시호출앱의 이용현황 등은 지역적 특성 및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위 자료에는 청주시에 관한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다)』
보충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의 각 이해관계에 기초하여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이 사건 청구가 인용될 경우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 사이의 노사 합의를 통하여 정한 임금 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되어 피고는 노사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반면, 원고를 비롯한 택시운전근로자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이익을 얻게 되는바,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라고 보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비추어 신의칙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판단
관련 법리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한다. 여기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다만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 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액 등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액 등의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최저임금 미달액 및 미지급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거나,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정액사납금제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사전에 확정이 어려운 가변적인 임금이어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액이 불안정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리고 정액사납금제에서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 택시운전근로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문제점도 있었다. 반면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이 비교대상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고정급 금액이 최저임금에 현저하게 미달하여도 최저임금법에는 저촉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며, 이로 인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저임금 구조를 장기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왔다. 이에 최저임금법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교대상임금의 범위를 보다 예측 가능한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임금으로 한정하기 위해 이 사건 특례조항이 도입된 것이다. 즉 이 사건 특례조항을 통해 초과운송수입금과 같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게 한 취지는, 택시운전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마477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 사건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위와 같은 최저임금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피고가 주장하는 택시업계의 상황이나 노사 간에 고려되었던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지급해야 할 시간당 고정급의 증액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고, 이로써 위 편법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강행법규가 보호하는 이익을 보호의 대상자가 스스로 포기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강행법규의 취지와 규범으로서의 효력보다 신의칙을 우선할 수 없으므로(위 대법원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피고와 원고를 포함한 택시운전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권리행사가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로 된다면, 피고는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원고와 같은 택시운전근로자들은 합의 당시 예상치 않았던 이익을 얻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회피한 탈법행위를 통해 초래된 불가피한 결과이다.
이 사건 청구를 비롯하여 택시운전근로자들이 피고에게 최저임금 미달액 등을 청구한다고 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현출되지 않았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미리(재판장) 박성준 이효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