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판결

청주지방법원 2024. 12. 12. 선고 2022나56733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2013. 11. 15. 택시여객 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2015. 1. 29. C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D 주식회사, 이하 ‘C’이라고 한다)를 흡수합병한 회사이고, 원고는 2015. 7. 12. 피고에 고용되어 택시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2019. 12. 2. 퇴사한 사람이다.

나.

원고는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총 운송수입금 중 피고와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일정액(이른바 ‘사납금’)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른바 ‘초과운송수입금’)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고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이 신설되었고,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0.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청주시에 시행되었다.

라.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는 1일 2교대 또는 1일 1교대(1인 1차제, 근무교대 없이 하나의 택시를 24시간 중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만큼 운행하는 방식)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원고는 피고에 고용되어 근무하는 동안 1일 1교대 방식으로 근무하였다.

마.

피고 회사(흡수합병한 C을 포함한다)와 피고 노동조합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이하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체결된 각 임금협정을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라 한다).

바.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 따라 변동된 소정근로시간 및 기준운송수입금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1일 1교대 방식 기준).

<1><2><3><4><5><6><7><8>

사.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2010년부터 2020년까지의 시간급 최저임금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 근로시간만을 단축한 것으로,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는 것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1년 임금협정상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월 150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법상 정당한 임금 및 이에 근거하여 산정된 퇴직금과 피고가 원고에게 실제 지급한 임금, 퇴직금의 차액인 청구취지 기재 금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을 위한 관련 법리와 판단 구조 등

가.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근로기준법에서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이라고 규정하여(제2조 제1항 제8호) 노사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므로,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의 효력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유로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의 예외적인 성격에 비추어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사정은 그 합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3746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구조 등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하에서는,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 부분에 대하여 각 임금협정마다 개별적으로 탈법행위 여부를 판단하되, ① 소정근로시간 단축 여부, ②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과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③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여부, ④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면 그 경위 등에 비추어 본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인지, ⑤ 종전 단체협약과 비교 시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정도 등을 주된 판단기준으로 삼아,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를 판단한다.

한편 앞서 본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각 임금협정 당시의 기준운송수입금, 비교대상임금(A), 시간급 환산 비교대상임금(B),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전 단체협약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C)을 기준으로 한 비교대상임금(B′) 등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이에 배치되는 원고 및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9>

4.

구체적 판단

원고가 피고로부터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2010. 7. 1. 이후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이 2011년 1일 6시간이었다가 이후 2014년 1일 5시간, 2016년 1일 4시간, 2017. 10. 1.에 이르러 1일 3시간으로 단축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으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2010. 7. 1. 이후 노동조합과 피고가 체결한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 부분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에 해당하여,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가.

우선,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2010. 7. 1. 이전에 피고(당시는 C)와 노동조합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다거나 대략적으로나마 협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피고 소속 택시운전자들에게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원고는 ‘2010년 임금산출내역표’(갑 제3호증)에 기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2010년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이 1일 6시간(월 150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증거만으로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 사이에 2010년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그와 같은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2010년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이 1일 6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자세히 보는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효력에 대한 판단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

피고가 2014. 1. 1.부터 1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감축하고, 이어 2016. 1. 1.부터 4시간으로, 2017. 10. 1.부터 3시간으로 감축하기는 하였으나, 위 각 감축 시기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시기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각 소정근로시간 변경 간격도 최저임금이 변경되는 간격인 1년보다 훨씬 넓은 점을 감안할 때, 단지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오히려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과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에 비추어 볼 때,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최저임금법을 잠탈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더라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1)

2014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임금산정표에 의하면, 2014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비교대상임금을 종전 임금협정인 2011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시간급으로 환산한 금액이 6,196.90원인데, 이는 2014년 당시 최저시급 5,210원보다 상당히 높다.

2)

2016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임금산정표에 의하면, 2016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비교대상임금을 종전 임금협정인 2014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시간급으로 환산한 금액이 7,676.58원인데, 이는 2016년 당시 최저시급 6,030원보다 상당히 높다.

3)

2017년 2차 임금협정에서 정한 임금산정표에 의하면, 2017년 2차 임금협정에서 정한 비교대상임금을 종전 임금협정인 2017년 1차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시간급으로 환산한 금액이 9,438.23원인데, 이는 2017년 당시 최저시급 6,470원보다 현저히 높다.

라.

다음과 같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상당 정도 실질적으로 변경되었다.

1)

청주시는 2013. 2. 15. 택시 기본요금을 2,200원에서 2,800원으로, 거리당 요금을 150m당 100원에서 143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을 36초당 100원에서 34초당 100원으로 인상하였다. 기본요금만 기준으로 인상률을 산정하더라도 약 27%에 이르는데, 기준운송수입금 인상률이 낮은 사정을 고려하면 동일한 운송수입을 전제로 하는 경우 나머지 인상률은 운행시간의 단축으로 현출될 수밖에 없다.

2)

한편, 2015년경부터 ‘카카오 택시’와 같이 모바일 앱을 통해 승객의 현재 위치나 지정지역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호출 앱이 보편화되면서,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무형태는 종전의 배회식 내지 순항식 영업방식에서 대기식 영업방식, 즉 특정한 장소에서 대기를 하다가 호출을 받아 운행을 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택시운전근로자들로서는 위와 같은 택시호출 앱을 통하여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손님을 골라 받거나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구상하여 운행할 수 있게 되는 등 운행시간 대비 운송수입의 효율도 향상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위 각 임금협정은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마.

다음과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경위를 보더라도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을 체결한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피고의 의사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당시 국회 논의 상황을 보면, 입법을 둘러싸고 노사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에서 사납금 인상 여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는 고정적 수당의 종류 등에 관하여 유예기간 동안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져 이 사건 특례조항이 원만히 시행될 수 있도록,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에 앞서 유예기간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에 앞서 고정급과 수당 등 임금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준근로시간 대비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교섭한 후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2)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정액사납금제의 경우 고정급 이외에 생산고에 따른 임금인 초과운송수입금까지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비교대상 임금에 산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 최저임금법 위반이 문제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고, 그 결과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별도로 합의할 필요성 또한 적었다. 그러나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신설을 계기로 고정급의 구성과 액수뿐만 아니라 고정급의 재원(財源)이 되는 기준운송수입금을 달성하기 위한 운행시간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실질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종래 형식적으로 법정 기준근로시간에 맞추어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택시 운행시간이 갖는 특수성(일부는 기준운송수입금을 달성하기 위한 운행시간이고 일부는 초과운송수입금을 획득하기 위한 운행시간으로, 후자의 경우 근로자에게 전적인 재량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과 실태 등을 고려하여 비로소 기준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이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과 수치상으로만 단순 비교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이 사건 특례조항에 반한 탈법행위로 판단한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의 경우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소정근로시간을 한 번에 절반 정도로 단축한 것과 비교하면, 이 사건에서 피고가 합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정도나 폭이 경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도형석(재판장) 이종인 전보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