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판결

청주지방법원 2025. 1. 23. 선고 2024구합50747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2. 20.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22. 9. 14.부터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일용직 근로자이고,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였던 자이다.

나.

망인은 D 청주지점(이하 ‘이 사건 근무장소’라 한다)에 파견되어 택배분류업무를 수행하였는데, 근무일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시간은 ‘07:00~11:00’이고 평소 외출·조퇴를 할 경우 이 사건 사업장의 본부장이나 상용근로자(이하 본부장 및 상용근로자를 함께 ‘관리자’라 한다)에게 사전에 보고 후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복무관리가 이루어졌다.

다.

망인은 2023. 7. 15. 07:00경 이 사건 근무장소에 출근하여 업무를 하다가, 08:45경 퇴근을 위하여 평소 출퇴근을 위하여 이용하던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평소 이용하던 경로인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리 208-12에 소재한 궁평2지하차도 터널을 지나던 중 집중호우로 인해 터널 안에 많은 양의 물이 유입되면서 차량이 침수되는 사고를 당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그로 인하여 익사하여 사망하였다.

라.

원고는 2023. 10. 23.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임을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4. 2. 20.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는 재해 당일의 근로의무가 정상적·공식적·관례적으로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퇴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3항에 따른 퇴근 중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망인이 비록 관리자의 사전 승인 없이 정상적인 퇴근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퇴근하던 중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기는 하나, 정상근무일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하여 퇴근하던 중 사망에 이르게 된 점, 당시 폭우로 주거지가 침수될 가능성이 높은 급박한 상황이어서 조퇴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존재하였고, 사후에 충분히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점, 원고가 퇴근 당시 동료 근로자에게 조퇴 사실을 관리자에게 보고해줄 것을 부탁한 점, 당시 택배 분류물량이 적어 망인을 빼고도 택배 분류 작업에 큰 지장이 없었고, 실제 망인 없이도 당일 작업이 별 문제 없이 마무리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사망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의 출퇴근재해에 해당하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판단

가.

관련 규정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본문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 ‘출퇴근 재해’를 규정하고 있고, 위 ‘출퇴근 재해’의 하위 항목으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가목)’와,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나목)’를 각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 제3항은 ‘제1항 제3호 나목의 사고 중에서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하되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제1항 제3호 나목에 따른 출퇴근 재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산재보험법 제37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5조의2는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수요응답형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본인의 주거지에 업무에 사용하는 자동차 등의 차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의 근무시간은 07시부터 11시로 평소 조퇴를 할 경우 관리자에게 보고 후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노무관리가 이루어졌으나, 망인이 위와 같은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임의로 퇴근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4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이 정하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퇴근한 시각이 정규 근무시간 종료 전이어서 관리자 승낙 없이 무단 조퇴한 것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①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이라 함은 주거지와 근무장소 사이에서 출․퇴근을 위해 왕복하는 경우에 그 지역의 교통사정에 맞추어 일반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사회통념상 상당한 경로와 방법을 의미한다. 한편, 위 규정상 ‘출근·퇴근’이란 “근무장소에 도착하거나 떠난다.”는 것과는 별개로 “근무를 하기 위하여 주거지와 근무장소와의 사이를 오거나 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16161 판결<1> 등 참조), ‘근무시간 시작 이후에 근무장소에 도착한 지각’이나 ‘근무시간 종료 이전에 근무장소를 떠난 조퇴’의 경우에도 ‘지각’ 전이나 ‘조퇴’ 후에 주거지와 근무장소와의 사이를 오거나 갔다면, 그것은 위 규정상의 ‘출근․퇴근’에 해당한다. 이상과 같은 관련 규정의 의미와 체계, 출근․퇴근과 지각․ 조퇴의 개념 차이를 종합하여 보면, ‘무단 지각’하고 출근하거나 ‘무단 조퇴’하여 퇴근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전후의 ‘출근․퇴근’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이 정하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은 아니다.

②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의 경우 그 자체로 같은 호 가목 소정의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와 비교하여 그 출퇴근 행위에 대한 사업주의 지배·관리성이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법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규정한 취지는 출퇴근 행위가 업무의 전 단계로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사실상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 시각과 근무지에 기속되므로 위와 같은 사고를 당한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결정). ‘무단 지각’하고 출근하거나 ‘무단 조퇴’하여 퇴근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었던 이상 그와 같은 출퇴근이 업무의 전 단계 행위라는 점이나, 출퇴근 경로 및 방법의 선택이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 시각과 근무지에 기속된다는 점에 변함이 없는바, 그 과정에서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③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 소정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용자가 정한 근무시간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의 출퇴근을 위한 합리적인 경로와 방법이 사용자가 정한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에 의해 정해지게 된다는 의미일 뿐이지, 그 문언이 ‘통상적인 시각’이라고 되어 있지 않음에도 ‘시각’의 요소까지 넣어서 ‘출퇴근시각이 정규 근무시간의 시작 전․종료 후일 때’에만 위 조항 소정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이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3항 및 제4항이 같은 조 제1항 제3호 나목의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로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 및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④

이 사건에서 망인이 2023. 7. 15. 08:45경 평소 이용하던 경로를 따라 평소 이용하던 자가용을 타고 이 사건 근무장소에서 주거지로 가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망인이 관리자의 승인 없이 퇴근시간 전에 무단 조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 당시 망인이 출근 전부터 청주시청 등으로부터 ‘집중호우로 하천범람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받았음에도 위 일자가 정상근무일인 관계로 이 사건 근무장소로 출근한 것으로 보이는 점, ㉯ 망인이 근무 중 ‘현재 하천수위상승으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E극장 구간 저지대 침수 위험이 있사오니 차량 이동주차 및 주민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수령하였고, 망인의 주거지는 위 구간 중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실제 위 일자에 내린 폭우로 원고의 주거지가 속한 F리 일원 주민들이 수재민 대피소로 대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위와 같은 무단 조퇴에 대하여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기(재판장) 조희정 서영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