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2,566,340원 및 이에 대한 2012. 1. 20.부터 2015. 4. 2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계기검침, 전기요금 관련 청구서 등의 송달, 전기요금 체납 고객에 대한 해지시공(단전) 및 재공급(송전)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로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규 직원들뿐만 아니라 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원들에게도 이러한 위탁받은 업무를 처리하게 하였다.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원으로서 2003. 11. 7.부터 2009. 5. 28.까지 검침 및 송달 업무를 수행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4, 9 내지 11호증, 을 제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가 원고를 실질적으로 고용하여 검침원 내지 송달원의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 사용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탁계약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자유직업소득자일 뿐 피고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어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판단
인정사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한 위탁계약의 주요내용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한 위탁계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총칙) 피고와 원고는 위탁계약서에 기재한 용역계약에 대하여 계약문서 및 위탁원 관리지침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이를 이행한다.
제2조(용역의 범위) 전기계기 검침, 청구서 송달, 자동이체영수증 송달, 1주택수가구 가구수확인 및 요금체납 해지시공 관련업무, TV자원실사, 그리고 이와 관련된 부대업무를 말한다.
제3조(용역조건) 원고는 피고가 정한 위탁업무를 계약조건과 피고의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제4조(수수료 지급) ① 피고는 원고에게 위탁업무 수행의 대가로 매월 피고가 정한 기준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며 세법이 정한 바에 따라 원천징수한다.
제6조(계약해지) 피고와 원고는 위 계약기간 중 해촉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언제든지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13조(기타) 이 계약서에 정하지 않는 바는 따로 정한다.
이 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이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가 아니며 따라서 이 계약의 피고와 원고는 근로종속관계가 아님을 서로 인정하고 계약서 2통을 작성하여 원고와 피고가 각각 보관한다.
원고를 비롯한 위탁원들의 근무형태
피고의 업무 중 검침업무는 전기계량기를 검침하여 검침단말기(PDA)에 입력하는 것이고, 송달업무는 검침에 따라 작성된 청구서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원고를 포함한 위탁원들이 수행하는 검침, 송달 업무의 내용은 그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정규직원의 업무내용과 동일하였고, 그 업무량 또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원고를 포함한 위탁원들은 피고 정규직원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오전 9시까지 출근하여 한 시간 동안 사내에서 교육 및 현장업무 자료를 수신하였고, 오후 3~4시경 현장업무에서 귀사하여 현장업무 자료를 송신한 후 오후 6시경 퇴근하였다. 피고는 매월 1회 정기 조회를 실시하여 본사 차원의 전달내용 및 사업소 전체에 관한 지시사항을 전달하였고, 매주 1회 조회를 실시하여 서비스 내용 등에 관한 교육을 하였는데 위탁원들도 위 조회에 참석하였다.
검침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에 우선 피고의 해당 지점 사무실로 출근하여 한국전력의 검침단말기(PDA)를 수령한 후 외근을 나가 할당된 구역의 검 침 대상 가구들 각각의 전기사용량을 검침단말기에 입력하였고, 검침을 모두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다음에는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전기사용량 과다·과소 고객에 대한 전화안내를 실시하고 이를 검침단말기에 입력한 후 검침단말기를 반납하였으며, 현장검침과정에서는 고객 민원을 처리하는 업무 등을 하기도 하였다. 검침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당일 검침 기록을 토대로 전기사용량 과다·과소의 원인과 그에 대한 조치 등이 담긴 '심사대상 고객 내역'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퇴근하였는데, '심사대상 고객 내역'에는 피고의 정규직원인 담당, 대리, 소장이 순차적으로 결재하였다. 그들은 1일 20고객 만나기 운동에 따른 고객 만남, 전기사용량 과다·과소 고객에 대한 면담 및 안내, 전기수요자의 명의 변경, 전기용도 변경, 계량 관련 중계사항(계량기 부동, 역회전, 계기낙하 등) 처리, 가로등 검침, 보안등 현황파악 등 부수업무도 수행하였다.
송달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에 우선 피고의 해당 지점 사무실로 출근하여 할당된 구역의 전기요금청구서와 자동이체영수증 등을 수령하여 정리한 후, 외근을 나가 전기요금청구서와 자동이체영수증 등을 해당 구역의 고객들에게 직접 송달하고 현장에서 민원을 처리하기도 하였고, 외근을 마친 후에는 사무실로 복귀하여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해지예고 고객에 대한 전화 안내를 실시하고 고객면담 내용을 정리하여 피고에게 제출할 자료를 작성하였다. 송달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당일 업무수행결과를 정리한 송달일보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퇴근하였는데, 송달일보에는 피고의 정규직원인 담당, 대리가 순차적으로 결재하였다. 그들도 위와 같은 1일 20고객 만나기 운동에 따른 고객 만남, 해지예고서 발행 고객에 대한 면담 및 안내, 고객 관련 중계사항(전화번호 변경, 명의 변경, 상호 변경, 주소 변경 등) 처리 등 부수업무를 수행하였다. 한편 위탁원들은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 직원과 구분 없이 전화민원 담당 당번제에 따라 당번을 서기도 하였다.
피고는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검침, 송달, 단전 업무 중 하나를 맡겼고, 다시 위탁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업무를 변경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대체로 위탁원이나 정규직 직원의 구분 없이 담당구역을 배정하였다.
한국전력은 검침이나 송달 등 업무의 내용과 방법, 위탁원들에 대한 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검침 및 송달 세부시행지침', '해지시공 및 재공급 세부시행지침'을 제정한 후 피고로 하여금 이를 실시하게 하였고, 위탁원들은 이와 같은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위탁원들의 위촉, 해촉, 업무수행방법, 평가 등을 별도로 규정한 '위탁원 관리지침'을 두었고, 위탁원들의 업무처리방법 및 그 절차 등을 상세히 정한 '영업업무처리지침'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
피고는 재위탁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위탁원 관리지침'에 따라 매년 위탁원들의 기본 자질과 업무실적을 평가하였고, 그 평가 결과 70점 미만인 경우에는 해촉, 74점 이하인 경우에는 업무정지, 79점 미만인 경우에는 업무량 조정 등의 조치를 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영업업무처리지침'을 위반한 위탁원들에게 그 위반사항을 지적하고 관련 교육 철저 등의 지시를 하거나,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반성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받기도 하였다. 피고는 위탁원들에 대하여 고객응대업무 평가를 포함한 직무능력 평가를 시행하고 고객만족도 조사 등을 통하여 그 근무태도를 평가하기도 하였다.
한편 위탁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정규직 직원이나 다른 위탁원이 아닌 제3자에게 수행하도록 재위탁할 수 없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9 내지 11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전기계량기 검침, 전기요금 관련 청구서 등의 송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이를 그대로 위탁원들에게 위탁한 것이어서 그들이 담당한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는 피고의 사업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라 할 수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적정한 업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할 수 있고, 실제 위탁원들이 피고로부터 업무를 배정받은 후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를 수행한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탁계약에 따라 제공받는 노무의 품질 등이 일정한 수준에 맞도록 요구하는 방법으로 위탁계약에 기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지시 등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아울러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의 예상 업무량은 그들의 담당구역이 지정되어 있는 이상 그 담당구역에 거주하는 전기수용가구의 수에 따라 정해지고 위탁원들이 업무를 하는 날 피고로부터 직접 검침이나 송달을 할 고객을 배정받았으므로, 위탁원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하여 검침이나 송달 업무의 양을 늘림으로써 그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위탁원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③ 또한 위탁원들이 하는 검침이나 송달 등의 업무가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그들이 피고 외의 다른 사업자로부터 검침이나 송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이를 수행할 수도 없었고 그 업무를 정규직 직원이나 다른 위탁원이 아닌 제3자에게 수행하도록 재위탁할 수 없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위탁원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그 업무를 사업으로 영위하거나 그 사업으로 인한 수익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비록 피고가 위탁원들에 대하여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을 적용하지 아니하였고, 위탁원들이 정규 직원과 달리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 아니하였으며, 피고가 위탁원들의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위탁원들을 위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이는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한 사정에 불과해 보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달리 보기 어렵다.
원고가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의 산정
원고가 기본급 없이 일정 비율의 금액만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아 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체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이 명백한 이상 그 임금으로서의 성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가 2003. 11. 7.부터 2009. 5. 28.까지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근무기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의 액수는 12,566,34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2,566,340원 및 이에 대한 근무기간 종료일 다음날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2. 1. 20.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5. 4.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바, 제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중(재판장) 정지은 노한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