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2013.1.1. 피고 산하기관인 D(이하 ‘D사업소’라고 한다)에 총무팀 직원으로 입사하여 현재까지 위 사업소에서 헌혈버스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다.
원고와 같은 D사업소 소속인 E은 2021.9.1. 헌혈버스 운영편성, 휴가계획 공유 등에 대하여 대화하던 중 서로 폭언과 욕설을 하다가 원고가 E을 주먹으로 치려는 듯한 다소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고, 잠시 후 E이 업무상 질문을 하자 원고는 폭언과 욕설을 하다가 사무실 내 집기 등을 밀치고 발로 차는 행동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직원 F이 밀려난 책상에 부딪혀 팔을 다쳤다.
피고는 2021.9.9.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와 E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고, 2021.9.23.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견책의 경징계를 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E에 대하여는 징계를 하지 않고 시말서를 징구하였다.
한편, 피고는 D사업소에서 분란을 일으킨 원고와 다른 피해 직원들의 근무장소를 분리할 목적으로 2021.9.29. 원고에게 2021.10.1.부터 G에 소재한 B기관 본원(이하 ‘C사업소’라고 한다)에서 근무하도록 전보를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2, 10, 11, 16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를 채용할 당시 근무지역을 H으로 특정하였는데, 피고는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였다. 위 인사명령은 아무런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반면 원고는 감수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생활상 불이익을 겪게 된다. 위 인사명령은 이 사건 징계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내려진 것으로서 사실상 이중징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 인사명령은 위법·부당하여 효력이 없다.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이 실질적으로 이중징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인사명령은 징계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인사명령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에 따라 부당하다고 볼 여지는 있을지언정 징계처분으로써 이중징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음으로 이 사건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근로자에 대한 전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고, 전보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전보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보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인데,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경우 전보처분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보처분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1995.10.13. 선고 94다52928 판결, 대법원 1997.12.12. 선고 97다36316 판결, 대법원 2013.2.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 을 제3 내지 7, 12, 21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같은 D사업소에서 근무하는 동료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였고, 비록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그 과정에서 다른 동료 직원을 다치게 하였다.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것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직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근로자 사이의 인화를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 비록 피해자인 E도 그 과정에서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원고의 행위로 인한 E의 피해 내용과 정도, E은 계속하여 원고와 함께 근무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호소하며 원고와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는 점, 위 다툼과 무관한 다른 직원에게도 피해가 발생한 점 및 원고와 E의 업무분장과 D사업소의 규모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전보를 명함으로써 근무장소를 E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D사업소와 C사업소는 약 150km 떨어져 있어, H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는 원고가 C사업소에서 근무하게 되면 다소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피고의 B기관이 운영하는 사업장 중 원고가 운전원으로서 근무할 수 있는 곳은 D사업소와 C사업소 외에는 없고, B기관 외의 기관은 C사업소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C사업소로 전보를 명한 이 사건 전보명령은 원고와 E의 근무장소를 분리하면서도 원고에게 발생할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불이익은 원고가 근로자로서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원고가 입사할 당시 채용공고에는 근무장소가 H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H시 권역 내에서만 근무하도록 예정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는 고용원으로 채용되었다가 이후 기술직으로 전환되었는데, 원고에게 새로 적용되는 피고 인사규정에는 근무장소를 한정하는 취지의 규정이 없다.
한편, 1995.9.1.부터 2021.5.1.까지 피고 소속 운수직 근로자 중 32명에 대하여 원거리 전보조치가 이루어졌고, 그중 6명은 징계처분을 받음과 동시에 원거리 전보조치가 이루어졌다가 추후 종전 근무지로 복귀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전보명령이 이례적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피고 내부 규정은 전보발령 시 근로자와 사전에 협의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피고 B기관 총무팀장 I은 이 사건 징계처분 및 인사명령 과정에서 원고에게 E이 원고와의 근무장소 분리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면서 G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 의사를 확인하였고, 원고는 H 연고 운전원 4명 중 1명이 순차적으로 G에서 근무하는 것인지 여부를 질문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전보명령의 필요성, 전보할 근무장소의 한정성이나 이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을 더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앞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그로 인하여 위 인사명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재형
판사 조영인
판사 임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