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42,649,271원과 이에 대하여 2019. 8. 31.부터 2026. 1. 20.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60%는 원고들이 부담하고, 40%는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들의 아버지인 D는 2015. 3. 7.부터 같은 해 11. 5.까지 건설기계 정비수리업체인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였고, 퇴직일 무렵 화학물질 · 가스 · 훈증기 및 물김에 의한 기관지염 및 폐렴(이하 '제1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제1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하였고, D는 제1 상병으로 요양하던 중 2019. 1. 9. 폐 이식수술을 받고 폐 이식 상태(이하 '제2 상병'이라 한다)에서 요양하다가 같은 해 8. 31.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한편 D는 제2 상병 발생 전인 2018. 10. 17. 피고가 유해물질인 나프타가 포함된 세척제로 건설기계를 세척하는 작업을 담당하는 자신에게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제1 상병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회사 및 그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고소하였다.
위 고소에 따라 피고 회사 및 그 대표이사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세척제를 스프레이건으로 분사시켜 건설기계의 엔진을 세척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출입문 옆에 환풍기 1대만 설치하였을 뿐 가스 등의 발산을 억제하거나 밀폐하는 설비 또는 국소배기장치나 전체 환기장치를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약식 기소되었으나, 2019. 9. 26. 무죄판결(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9고정77)을 받았고, 위 무죄판결이 2020. 8. 20. 확정되었다.
원고 A은 근로복지공단이 2022. 10. 4.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24. 3. 5. 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는 청구인용 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서울행정법원 2022구합90777).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급여로 각 63,324,04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7호증, 을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사용자로서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안전배려의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러한 의무위반으로 D가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원고들에게 각각 위자료40,000,000원, D의 일실수입 상속분 79,713,269원 합계 119,713,269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일실수입 청구 부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제한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때에는 불완전이행으로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 경우 피해자로서는 구체적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 사실을 주장 · 증명하여야 하며, 사용자로서는 통상의 채무불이행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그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 ·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기소되었으나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갑 제5, 7 내지 9호증, 을 제2, 7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D는 피고 회사에서 중장비기계 엔진을 분해하고 세척하는 작업을 담당하였는데, 위 세척작업에 사용되는 고농도의 나프타 흡입은 폐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사실, ② 피고 회사는 D가 2015. 3. 7. 입사하여 나프타를 이용한 세척작업을 시작할 무렵 세척제 사용과 관련하여 안전교육을 실시하거나 안전보호구를 지급한 사실이 없고, D가 퇴직하기 직전인 2015. 11. 4.에서야 세척유 등 취급시안전보호구 착용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일반교육을 실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을 제8호증의 기재만으로 위 사실인정을 뒤집기 부족하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근로계약상 보호의무로서 흡입 시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고농도의 나프타를 세척제로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D에게 나프타 흡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상 위험을 교육하고, 이를 방지할 안전보호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해 D가 제1 상병에 이어 제2 상병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D의 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피고 회사에 입사하기 얼마 전에 만성기관지염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고, 입사 후 작업환경으로 인하여 발병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침증세가 장기간 지속된 D로서도 사용자에게 자신의 건강상태를 적극적으로 알려 작업장 내 유해가스의 흡입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사용자가 지급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으로 스스로의 건강을 도모하여야 함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업무를 수행하여 온 사정이 있고, 이러한 사정이 손해 발생 및 확대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
손해배상액의 산정
일실수입: 297,245,167원(구체적 계산내역은 별지 일실수입 계산표 참조)
공제: 각 유족급여 63,324,040원
과실상계(책임제한): 50%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42,649,271원[= (297,245,167원 × 상속비율 1/2 -63,324,040원) × 50%, 원 미만 버림]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9. 8.3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1. 20.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위자료 청구 부분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그 근로자의 근친자가 그 사망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그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대법원 1974. 11. 12. 선고 74다997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원고들로서는 D의 자녀들로서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D의 사망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하더라도 피고의 D에 대한 근로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각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명선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