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6. 2. 6. 선고 2024가단31234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C에게 27,000,000원, 원고 D에게 47,000,000원, 원고 A, B에게 각 4,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3. 5. 22.부터 2026. 2. 6.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50%는 원고들이, 나머지 50%는 피고들이 각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C, D은 2023. 5. 22. 사망한 G(1997년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부모이고, 원고 A, B은 망인의 형제들이다.

나.

피고 F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H'의 대표자이고, 피고 E(1983년생)은 2000년대중반부터 H에서 일해 온 직원이다. H의 직원으로는 그 밖에 피고 F의 딸 I, 피고 F의처, 2010년대부터 일해 온 J, 2021. 8.경 입사한 망인이 있었다.

다.

망인은 2023. 1.경부터 피고 E과 함께 일을 하였는데, 2023. 3. 21.경*부터 2023. 5. 19.경까지 사이에 피고 E으로부터 맞거나 별지 표의 기재와 같이 폭언과 협박을 당하였다.

라.

망인은 2023. 5. 22.경 집을 나선 뒤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하였다.

마.

이후 피고 E은 "4회에 걸쳐 주먹으로 망인의 머리를 때리고 별지 표 기재와 같

이 86회에 걸쳐 전화로 망인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고 별지 표 음영 부분 기재와 같이 16회에 걸쳐 망인을 협박하였다"는 내용의 폭행죄, 협박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기소되어,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3고단505호로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였고 2024. 4. 3.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피고 E은 이에 대하여 항소 및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근로복지공단은 2024. 9. 9.경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된다는 판정을 내렸고, 원고 C에게 유족보상연금과 장의비를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 10, 11, 13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증인 J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 E은 직장 후배인 망인을 상습적으로 괴롭혀 자살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지고, 피고 E의 사용자인 피고 F는 그러한 괴롭힘을 알면서도 방치하였으므로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진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C, D에게는 각 70,000,000원(= 망인의 일실수익 상속분 일부금 20,000,000원 + 망인의 위자료 상속분 일부금 20,000,000원 + 고유의 위 자료 일부금 30,000,000원)을, 원고 A, B에게는 각 10,000,000원(고유의 위자료 일부금)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피고 E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참조).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E은 형사판결문에서 설시된 것 이상의 폭언과 폭행, 협박 등을 가하며 망인을 상습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망인은 피고 E의 가혹한 대우에 직접 저항하지 못한 채 항상 죄를 지은 것과 같은 태도를 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부당함을 토로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자신이 잘못을 해서 혼나는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였는바, 피고 E에게 정신적으로도 지배당하여 스스로를 책망하며 억압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E과의 대화를 의도적으로 녹음하기 시작하여 거의 매일 하루에도 수차례씩 계속되는 학대의 증거를 남겨둔 채 생을 마감하였다. 위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 E의 괴롭힘은 망인의 자살에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넉넉히 인정된다.

게다가 별지 표에 기재한 피고 E의 발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퍼붓는 욕설에는 별다른 합리적 이유도 없었고, 폭언의 수위와 빈도는 망인으로 하여금 단순히 정신적 스트레스와 상처를 입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의 기대를 완전히 상실하고 자신의 삶을 비관하게 만들 정도에 이른다고 인정되므로, 피고 E의 괴롭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자연적·사실적 인과관계를 넘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록 망인이 H에 입사하기 전에도 연락을 두절한 채 잠적하여 가족들에 의해 자살 의심 실종신고가 된 적이 있을 정도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높지 않은 편이라 하더라도, 망인이 피고 E에게서 겪은 괴롭힘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전력만으로는 망인이 자살을 감행한 주된 원인이 유난히도 유약한 그의 성격 탓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망인의 위와 같은 내향적 성향을 인지하고 있었을 피고 E의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14세나 어리고 경력도 10년 넘게 짧은 망인이 폭언과 폭행·협박을 견디지 못하여 삶의 의지를 상실할 정도로 절망할 수 있다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피고들은 망인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빚 독촉을 받고 있었던 정황을 자살의 원인으로 주장하기도 하나, 자살을 결심할 정도의 채무액이 전혀 아니었으므로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 E은 그의 불법행위에 따라 발생한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2)

피고 F

민법 제756조 본문은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무집행에 관하여'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활동,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피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별지 표의 기재와 같이 피고 E은 망인에게 "출근하면 곧 때리겠다"는 내용으로 폭언하고(순번 16, 17, 45 등) 망인의 업무 미숙을 핑계로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수시로 행사하였는바(순번 1, 2, 4, 6, 10, 14, 15, 22, 23 등), 피고 E의 폭언과 폭행, 협박은 외형적·객관적으로 H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행위라고 충분히 인정되고, 그 사용자인 피고 F가 피고 E의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제1, 7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증인 J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H의 직원들은 사무실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하였는데 피고 F의 딸 K와 피고 F의 처는 대부분 H 내에 상주하며 일한 사실, 망인은 K와 함께 사무실에 있는 중에도 피고 E으로부터 전화 등으로 폭언을 당하여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한 사실, H의 다른 직원인 J, 심지어 H의 거래처 직원까지도 평소 피고 E이 망인을 혼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사실, 피고 E은 피고 F의 처에게 망인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 F는 피고 E이 상사의 지위에서 망인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피고 E을 감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채 이를 방치하였다는 사정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피고 F는 피고 E의 불법행위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인정된다.

(3)

책임의 제한

다만, 망인이 주변에 자신의 어려움을 알리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선택한 점,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인 망인의 기질 또한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보이는 점, 망인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피용자들이 항상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자살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기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므로 특정 사건을 직접적 계기로 자살을 결행할 것이라고 타인이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들의 배상책임 범위를 1/3로 제한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망인의 손해액

㈎ 일실수익: 183,004,310원(= 549,012,930원 × 피고들의 책임 비율 1/3)

㈏ 위자료: 30,000,000원(불법행위의 기간과 내용 및 그에 따른 결과, 불법의 정도, 망인의 나이, 망인과 피고들의 관계 등 참작)

(2)

원고들 고유의 손해액(위자료)

㈎ 원고 C, D: 각 12,000,000원

㈏ 원고 A, B: 각 4,000,000원

[ 불법행위의 기간과 내용 및 그에 따른 결과, 불법의 정도, 망인의 나이, 망인과 원고들의 관계 등 참작]

(3)

계산

㈎ 원고 C: 27,000,000원

[ = 망인의 위자료 상속분 15,000,000원(= 30,000,000원 × 1/2) + 고유의 위 자료 12,000,000원 ]

[ 망인의 일실수익은, 상속분 91,502,155원(= 183,004,310원 × 1/2) 중 유족보상일시금 환산액 93,961,062원(= 평균임금 72,277.74원 × 1,300일)을 공제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음 ]

㈏ 원고 D: 47,000,000원

[ = 망인의 일실수익 상속분 91,502,155원(= 183,004,310원 × 1/2) 중 위 원고가 구하는 20,000,000원 + 망인의 위자료 상속분 15,000,000원(=30,000,000 × 1/2) + 고유의 위자료 12,000,000원 ]

㈐ 원고 A: 4,000,000원

㈑ 원고 B: 4,000,000원

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C에게 27,000,000원, 원고 D에게 47,000,000원, 원고 A, B에게 각 4,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일인 2023. 5. 22.부터 피고들이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2. 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결국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