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2. 9. 20. 선고 2022가단5001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등록을 마친 건설사업자이고, 피고는 건설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C’이라는 상호로 조경공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9. 3. 18. 지방자치단체인 D시로부터 E공사(잔디 깍기 5회, 풀 뽑기 3회, 관목 전정 2회, 통틀어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대금 81,556,250원, 공사기간 2019. 3. 22.부터 2019. 10. 30.까지로 정하여 수주한 다음, 2019. 4. 1. 이 사건 공사 전부를 그대로 피고에게 대금 45,591,840원(부가세 별도)에 하도급주었다.

다.

피고는 원고가 하도급대금 중 26,000,000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9. 10. 초경 ➀ ‘잔디 깍기 5회차’와 ➁ ‘풀 뽑기 3회차’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공사의 수행을 중단하였으며, ➂ 피고가 수행한 공사에 관하여 근로자 7명에게 임금을 일부 지급하지 않았다.

라.

이에 원고는 ➀ 피고가 아닌 다른 업체에게 하도급을 맡겨 ‘잔디 깍기 5회차’를 이행하였다. ➁ D시로부터 ‘풀 뽑기 3회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공사대금의 감액 정산을 요구받아, 피고는 2019. 12. 9. D시와 이 사건 공사의 대금을 기존 81,556,250원에서 9,856,250원을 감액하여 71,700,000원에 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다. ➂ 피고가 수행한 공사와 관련하여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 7명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근거하여 직상수급인인 원고에 대하여 체불임금의 직접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이행하지 않자 고용노동청에 진정하였고, 결국 원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를 인정하여 벌금 2,500,000원의 형에 처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천안지원 2021. 5. 27. 선고 2020고정470 판결). 또한 ➃ 위 근로자 7명이 원고를 상대로 체불임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원고가 위 근로자 7명에게 체불임금 합계 13,77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대전지방법원 2022. 1. 25. 선고 2021나106140 판결).

[인정 근거] 갑 제1~12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1)

원고는, 피고의 하도급계약 불완전이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로서 ➀ 원고가 다른 업체를 통해 잔디 깍기 5회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 9,000,000원, ➁ 피고의 풀 뽑기 3회차 미이행으로 인하여 D시와의 변경계약으로 감액된 공사대금 9,856,250원, ➂ 피고의 임금체불로 인하여 원고에 내려진 근로기준법위반죄 벌금 2,500,000원, ➃ 피고의 임금체불로 인하여 원고로 하여금 직접 지급하도록 판결이 선고된 체불임금액 13,770,000원 합계 31,126,25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원고는 당초 소 제기 당시에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 과태료 743,000원의 배상도 청구하였다가, 2022. 4. 27.자 준비서면으로 이 부분 주장을 철회하였으나, 청구취지를 감축하지는 않았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이 과다하게 부풀려져 있으므로 적절한 손해배상금이 산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하도급공사대금 24,151,024원(= 45,591,840원 × 1.1 – 26,000,000원) 채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하겠다고 주장한다.

나.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다른 업체를 통해 ‘잔디 깍기 5회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9,000,000원의 비용을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증거로 갑 제4호증, 제7호증의 1, 2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갑 제4호증은 원고 스스로 비용지출내역을 일방적으로 기재한 문서에 불과하므로 의미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없다. 갑 제7호증의 1, 2는 원고로부터 ‘잔디 깍기 5 회차’를 피고 대신에 하도급받은 F이 작성한 영수증과 확인서인데, 그에 따르면 원고가 F에게 맡긴 하도급공사의 내용은 단지 ‘잔디 깍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풀 뽑기, 전정 하기, 덩굴 제거, 현수막 제거, 부산물 처리 등을 망라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가 F에게 지급한 하도급대금 9,000,000원이 전부 피고의 ‘잔디 깍기 5회차 미이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

당초 이 사건 공사 전체(잔디 깍기 5회, 풀 뽑기 3회, 관목 전정 2회)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약정한 공사대금이 45,591,840원이었으므로, 그 중 잔디 깍기 1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공사대금의 10% 이하일 것이라고 추정함이 타당하고, 피고가 2017. 9. 17.~23.에 잔디 깍기 4회차를 이행하였고 2019. 10. 17.경 이루어진 잔디 깍기 5회차의 경우 잔디의 생장이 느려져 작업량이 적고 근로자 3인을 고용하여 3일간 작업하면 충분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잔디 깍기 5회차’에 소요된 비용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에 관한 비용으로 인정하는 2,000,000원을 피고의 ‘잔디 깍기 5회차 미이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로 인정한다.

(2)

갑 제8, 9호증, 을 제4, 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9. 12. 9. 피고와 D시 사이에 이 사건 공사의 대금을 기존 81,556,250원에서 9,856,250원을 감액하여 71,700,000원에 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사대금 감액사유는 ‘풀 뽑기 3회차 미이행’ 외에도 원고의 건강보험료, 연금보험료, 건설기계대여금 지급보증서 발급수수료,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비용 미지출과 그에 따른 일반관리비 정산 등이 있었고, 그 중 ‘풀 뽑기 3회차 미이행’의 순공사비는 2,221,200원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2,221,200원을 피고의 ‘풀 뽑기 3회차 미이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로 인정한다.

(3)

이 사건 공사는 조경공사에 해당하고, 조경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로 분류되고 있다(제2조 제4호).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하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사업자에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제109조는 제44조의2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공사의 원수급인으로서 건설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피고에게 하도급을 준 것에 대한 책임으로 피고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직접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입법자가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하수급인과 별도로 직상수급인에게 임금 지급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물론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더라면 해당 근로자들이 원고에게 직접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가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받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피고의 임금체불과 원고의 형사처벌 사이에 ‘조건적 인과관계’는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에게 기성고에 따른 하도급 공사대금을 제때에 전부 지급하였더라면 피고가 하도급공사를 중단하거나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체불하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근로자들이 피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원고에게 임금 직접 지급을 요구하였을 때 원고는 직상수급인의 책임으로서 우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였어야 마땅하고 사후적으로 피고에게 구상하는 것이 타당한 업무처리방식이다. 원고가 근로자들의 요구에 응하여 바로 임금을 직접 지급하였더라면 원고가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받는 상황은 초래되지 않았을 것인데, 원고는 근로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한 것은 원고이며, 원고에게 부과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벌금 2,500,000원은 원고 자신의 선택과 행위에 대한 처벌이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그 벌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만일 원고와 같은 직상수급인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에 따른 형벌을 받은 후 벌금 상당액을 손해배상금의 형태로 하수급인으로부터 전보받을 수 있다고 본다면, 직상수급인이 형벌의 부담을 하수급인에게 전가할 수 있으므로 형벌의 위하(일방예방) 효과가 약해져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에 대하여 형벌을 규정한 입법목적에도 반하게 된다.

(4)

원고와 피고의 하도급계약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피고가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은 피고가 부담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체불하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원고가 체불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으므로, 원고가 근로자들에게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체불임금액 13,770,000원은 피고의 하도급계약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라고 보아야 한다.

(5)

이상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합계 17,991,200원(= ➀ ‘잔디 깍기 5회차 미이행’ 관련 2,000,000원 + ➁ ‘풀 뽑기 3회차 미이행’ 관련 2,221,200원 + ➃ 체불임금액 13,77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피고에게 약정한 하도급공사대금 50,151,024원(= 45,591,840원 × 1.1, 부가세 포함) 중에서 26,000,000원만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나머지 24,151,024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가 이 사건 공사 중 ‘잔디 깍기 5회차’와 ‘풀 뽑기 3회차’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공사의 수행을 중단하였으므로, 원래는 피고가 수행한 기성고에 한정하여 공사대금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원고가 ‘잔디 깍기 5회차’와 ‘풀 뽑기 3회차’ 미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피고에게 약정하도급공사대금을 전액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도 인정하고, 피고의 공사대금도 감액한다면 이는 2중 공제에 해당하여 원고에게 부당이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3)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 쌍방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민법 제492조 제1항).

상계의 의사표시는 각 채무가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대등액에 관하여 소멸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493조 제2항).

원고의 손해배상채권 17,991,200원과 피고의 공사대금채권 24,151,024원은 이 사건 공사의 약정공사기간 종료일인 2019. 10. 30. 성립하여 모두 이행기가 도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상계적상일(2019. 10. 30.)을 기준으로 피고의 자동채권(공사대금채권)의 액수가 원고의 수동채권(손해배상채권)의 액수보다 더 크므로, 쌍방의 채권을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하면 원고의 수동채권(손해배상채권)은 전부 소멸하였다.

3.

결론

결국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