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심리미진)
증거관계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원주시청을 방문하여 직접 신고서를 접수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피고인의 현장부재 주장 및 증명에 대하여 반대되는 증거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피고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무고의 경과 및 쟁점
피고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D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E(이하 'E'라고 한다)의 직원이었다. D은 2010. 5.경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F(이하 'F'라고 한다)의 원주지사장 명의로 L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5,840만 원을 수령하였다. 그러나 위 계약이 이행되지 않아서 2011. 1. 3. L는 F와 D을 상대로 위 금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11. 7. 14.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1가단22호로 F와 D이 연대하여 L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소송상 화해가 성립되었다.
한편 D은 2014. 5. 1. 피고인이 운영하는 E가 2009. 10.부터 2014. 3.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하였다는 취지로 고용노동청에 피고인을 진정하면서, 2010. 12. 27. 작성된 E와 D 사이의 근로계약서 및 같은 날 발급된 피고인 운영 회사의 법인 인감증명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자신이 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위 인감증명서는 2010. 12. 27. 의료기기판매업 신고서를 제출하는 데 사용하도록 자신이 발급해준 것이고, 따라서 위 근로계약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Q가 L와의 위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증거 중 E 명의의 2010. 11. 4.자 의료기기판매업신고서(이하 '이 사건 신고서'라고 한다)의 경우 자신이 해당 목적으로 인감증명을 발부해 준 것이 2010. 12. 27.이고 2010. 11. 4.에는 원주시청에 방문한 적이 없으므로 역시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신고서를 위조한 혐의와 무단으로 대리점계약을 체결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자신으로부터 용도를 속이고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취지로 D을 고소하였다.
피고인의 고소는 피고인이 의료기기판매업신고서를 제출할 목적으로 E의 법인인 감증명을 발부받아 D에게 준 것이 2010. 12. 27.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원주시청에 실제로 접수된 2010. 11. 4.자 E 명의의 의료기기판매업신고를 피고인이 직접 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위 고소 사건 및 관련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의 판단이 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검사도 피고인이 직접 D과 함께 원주시청에 방문하여 이 사건 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음에도 D이 신고서를 위조하였다고 허위로 고소하였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특정하였으므로, 결국 이 사건 무고의 쟁점은 2010. 11. 4. 피고인이 실제로 이 사건 신고서를 접수하였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관련법리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5도4642 판결).
피고인이 2010. 11. 4.경 원주시청에 직접 신고서를 접수하였는지 여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고서는 접수증에 표시된 2010. 11. 4. 15:15경 접수되었고, 접수 당시 피고인은 접수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 및 당심의 사실조회에 대한 원주시청의 각 회신에 따르면, 원주시청에서 발급하는 민원접수증은 접수 당시 시스템에 입력된 정보에 따라 접수시간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접수 당시의 시간이 기록된 채 발급되는 것이고 접수증 발급 시간이 따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므로,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는 2010. 11. 4. 15:15경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접수 당시 일이 밀려 있다면 접수증에 기재된 시각이 실제 접수시각보다 조금 더 뒤늦게 입력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나, 민원 접수 담당 직원은 해당 업무만 처리하는 점, 2016. 11. 17.자 원주시청 사실조회회보의 2010. 11. 4. 당시 방문접수내역에 따르면 보건소 보건사업과의 경우 14:29에 민원을 접수하고 그 다음 민원으로 15:15 이 사건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접수하였는바 달리 일이 밀리거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움으로써 등록이 늦어진 사정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당시 민원접수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였거나 시간대에 수정이 가해진 사실 또한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업무의 지연이나 담당자의 공백, 시스템상의 오류로 인하여 오전에 접수한 서류를 오후에 등록하였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열차승차권과 12:22 발행된 열차승차권 영수증에 따르면 피고인은 12:40분 원주에서 출발하여 14:02 청량리에 도착하는 열차를 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명의 카드로 위 승차권이 결제된 점, 피고인이 위 영수증 및 승차권을 증빙자료로 제출한 점, 2016. 10. 5. 제출된 진술서에서 E의 직원 G는 자신이 12:20분쯤 원주역에 도착하여 피고인이 서울로 출발하는 것을 배웅했다고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승차권을 이용하여 피고인 아닌 다른 사람이 열차를 타고 이동하였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피고인이 2010. 11. 4. 사용한 카드 결제내역에 따르면 위 카드는 R식당, S편의 점, T등에서 사용되었고, T의 카드 영수증에 따르면 피고인이 위 음식점에서 19:22:57 결제한 사실을 알 수 있다(카드 영수증의 서명이 피고인 본인의 것임이 확인되었다). 위 카드 사용내역은 위 G의 진술서 내용, 즉 오전에는 G와 피고인이 손님을 맞이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11:50경 R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12:20경 원주역에 도착하여 피고인이 열차를 타고 떠났다는 진술과 일부 일치한다.
결국 이 사건 무고의 공소사실이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서울로 향하는 열차를 탄 뒤에 다시 돌아와서 서류를 접수하거나, 서울로 향하는 열차를 타지 않았다면 15:15경 접수를 마친 뒤 서울로 가서 19:20경 식사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열차의 이동시간이 1시간 20분가량 걸리는바 시간상으로 성립하기 어렵고, 후자의 경우에도 당일 15:15 직후의 열차는 15:39에 출발하여 17:30경 청량리역에 도착하는 점, 위 음식점의 위치와 이동시간, 식사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였을 때 성립하기 어려운바, 2010. 11. 4. 15:15 당시에는 피고인이 원주가 아닌 서울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상 타당하다.
이 사건 신고서의 접수증에 법인 대표자, 즉 피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원주시청의 사실조회 회보에 따르면 법인의 대표자 아닌 대리인이 신고서를 제출할 경우에도 접수증에는 대표자 본인의 이름이 기재되므로 위 접수증에 기재된 이름만으로 피고인이 직접 접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신고서에 위임장이 첨부되어있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나 위임에 의하든 본인이 직접 접수하든 위 신고에 반드시 필요한 서류인 법인등기사항증명서 역시 이 사건 신고서에 첨부되어있지 않아서 접수 당시 첨부서류의 누락 또는 접수 과정의 실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바 위임장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직접 접수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종합하여보면, 이 사건 신고서는 2010. 11. 4. 15:15 경에 접수되었고, 접수 당일 피고인은 12:40분 원주에서 출발하여 14:02 청량리에 도착하는 열차에 탑승하여 서울로 갔으며, 이후 청량리역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 용산역의 음식점에서 19:20경 저녁을 먹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 신고서 접수 당시 피고인은 접수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에 대한 판단
D의 증언
D은 피고인과 자신이 2010. 11. 4. 당일 오전에 함께 원주시청에 가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의료기기판매업 신고서를 작성하고, 피고인이 날인한 뒤 함께 제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객관적 증거에 따르면 이 사건 신고서는 오후에 접수되었고, 접수 당시 피고인은 접수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D은 2015. 2. 3.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F 사무실에 바이오매트를 가져다놓고 체험방도 만들라고 하면서 신고를 하라고 해서 본인이 작성해서 제출하였고, 나중에 신고필증을 받아 사무실에도 걸어놨으므로 피고인이 그것을 못 봤을 리가 없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이 이 사건 신고서에 날인하여 원주시청에 직접 제출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0. 11. 4. 원주시청에서 발급받은 접수증에 피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2015. 3. 24. 경찰 2회 조사에서는 '당시 피고인과 함께 원주시청에 방문하여 신고서를 작성, 제출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D은 원심에서 사건 당일 오전 피고인과 함께 가서 피고인이 직접 접수한 뒤 D과 점심을 먹은 뒤 서울에 갔다고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접수증의 접수시간은 시스템에 입력된 시간이고 접수증 출력시간이 아니고, 당일 G가 피고인과 같이 손님을 만난 뒤 함께 점심을 먹었다는 G의 진술서가 보다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객관적 증거에도 부합하여 신빙성이 높으므로 D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
그 밖의 증거 및 정황
평소 피고인이 소지하던 법인인감도장(D은 법인인감도장보다 작은 사용인감을 사용하였다)이 이 사건 신고서에 날인된 점, 피고인이 위 날인 경위에 대하여 처음에는 위조를 주장하다가 D이 피고인의 가방에서 가져가 임의로 날인하였을 것이라고 주장을 바꾼 점, 피고인이 E 사무실에 의료기기판매업 신고증이 걸려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G가 '전에 피고인으로부터 서울에서 의료기기 판매신고를 한다고 들었고, 원주 사무실 벽면에도 액자에 넣어 놓은 신고필증이 있으며, 피고인이 원주에서도 신고를 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피고인 역시 2010. 12. 27.경 D에게 법인인감을 떼어주면서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하라고 했다고 진술한 점, 근로기준법위반 경찰 조사에서는 '2010. 11.경 의료기기 건으로 인감을 떼어줬다'고 진술한 점(이후의 진술, 현출된 법인인감증명이 2010. 12. 27.자가 유일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2010. 12.를 잘못 진술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10. 12. 27.경에는 D에게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하도록 한 후 판매업무를 위임하였고, 위 시기가 이 신고서 접수일자인 2010. 11. 4.까지 소급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쟁점은 'D이 피고인의 동의 없이 피고인 명의의 의료기기판매업 신고서를 위조하여 행사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2010. 11. 4. D과 함께 원주시청을 방문하여 직접 판매업신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하였음에도' D이 판매업신고서를 위조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고소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2010. 11. 4. 자신이 신고서를 작성하여 접수한 사실이 없고, 같은 날 D에게 피고인 명의 신고서를 작성하여 신고하도록 허락한 바 역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피건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앞서 본 증거 및 정황만으로는 피고인의 고소 내용이 진실한 것이라고 확정할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을 넘어, 피고인이 주장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직접 E의 법인인감도장을 관리하였다고 하나 원주를 근거지로 하는 E의 관련된 업무는 D이 주로 맡아 하였으므로 업무처리 과정에서 D이 법인인감을 받아 이 사건 신고서에도 날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D은 2010. 5.경 L와 F의 원주지사장 명의로 의료기기 판매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금원을 직접 수령하였으므로 대리점 계약의 근거가 된 의료기기판매업을 신고할 필요성이 있었다.
피고인은 E에서 채취한 광물을 이용하여 만든 의료기기를 판매하고자 F를 설립한 것이므로, D에게 E 명의로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하라고 위임하였을 가능성은 적은 반면 D으로서는 서울을 근거지로 하는 F보다는 자신이 업무를 처리하는 원주를 근거지로 하는 E 명의로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하는 것을 선호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2010. 12. 27.에는 D에게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위임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원주 사무실 벽면의 신고필증을 본 시기가 특정되지 않는 한 피고인이 신고필증을 보고도 이의하지 않은 것이 피고인의 무고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신고서는 그 내용은 물론 명의인의 이름까지 D의 필체로 기입되어 있다. 이에 대해 D은 위 내용을 모두 자신이 작성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도장만 피고인이 날인하였다고 주장하나, 서류 작성을 대행한다고 하더라도 서명, 날인란의 서명은 명의인이 자필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오에스더 정종인
각주1) 2010. 11. 4. 당시 T은 U역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