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B 대표자로서,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주식회사 B은 강원 인제군 C에서 실시된 아파트 신축 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을 D 주식회사로부터 수급받은 다음, 그 중 할석·견출 공종을 개인 건설업자 E에게 하도급을 주어, 하수급인인 E과 연대하여 E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공사 현장에서 2019. 7. 1.경부터 2019. 9. 8.경까지 사이에 위 E이 사용한 근로자로 근무하다 퇴직한 F의 임금 661만 원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내용과 같은 근로자 8명의 임금 합계 5,939만 원을 각각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임금 등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임금 등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의 미수령 임금액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피고인도 위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일수 및 임금액 등을 제대로 알 수 없어 그들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지급하지 않은 각 임금액이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금액과 같다거나,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주식회사 B(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은 D 주식회사로부터 강원 인제군 G아파트 신축 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공사기간 2018. 7. 3.부터 2019. 11. 30.까지, 공사금액 47억 9,500만 원으로 정하여 수급하였고, E은 구두 약정을 통해 이 사건 회사로부터 그 중 할석, 견출 관련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하도급받은 후, 이 사건 근로자들 등을 고용하여 이 사건 공사를 실시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E이 직접 또는 아들인 F를 통하여 작성·제출한 출력일보 내용대로 근로자들의 각 임금을 산출한 다음, 2019. 1. 31.부터 2019. 9. 5.까지 근로자별로 각 성명 및 금액을 특정하여 E의 계좌로 각 이체하는 방식으로, 근로자들의 2018. 11월분 임금부터 2019. 7월분 임금 일부까지 합계 2억 8,700만여 원을 송금하였고, E은 이를 직접 또는 F를 통하여 근로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위 출력일보에는 실제로는 이 사건 공사 근로자가 아닌 H, E의 처 I, J, K가 상당한 기간 동안 위 공사 현장에서 근로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E도 근로자로 기재되어 있었으며, 다수의 근로자들이 1달 동안 1일만 근로하지 않은 채 30일을 근로하였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 내용 전체를 모두 믿기는 어렵고, 피고인도 위 공사 현장소장인 L 등을 통하여 위와 같은 사정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임금 미지급에 대한 주된 증거인, 위 출력일보 중 2019. 7 내지 9월 부분 및 E이 2020. 3. 20.경 경찰에 제출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내용과 대동소이한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일수, 일당 및 미수령 임금 등에 관한 자료는, ① 위 3)항 기재 각 사정, ② 양자 사이에 일부 근로자들의 월 근로일수, 일당액 등에 관한 차이가 있는 점, ③ E이 2019. 8.경부터는 이 사건 공사 현장이 아닌 다른 공사 현장을 주로 관리하게 됨에 따라, F 등이 위 출력일보 부분의 작성·제출을 담당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F 명의 M은행 계좌 내역에 기재된 2019. 7. 내지 9.경 체크카드 사용 내역상 F가 위 기간 동안 여러 날에 걸쳐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었다고 보여짐에도, 그와 다르게 F가 그 날에 위 공사 현장에서 근로하였다는 각 기재가 있는 점, ⑤ N가 이 법정에서 한 "1달 최대 근로일수는 25 내지 27일이다"라는 진술과 다른 각 기재가 있는 점, ⑥ 사후에 번복되기는 하였으나, O이 광주지방법원 2020가단9911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한 "1달에 많이 일을 하면 21 내지 23일 정도 일을 하였다. 그 이상은 몸이 힘들다. 2019. 8.경에는 20일 좀 넘게 약 22 내지 23일 정도 일한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 부분과도 배치되는 각 기재가 있는 점, ⑦ F가 2019. 9. 9. 피고인에 대하여 앞서 본 H, I, J, K 등과 함께 연명하여 미지급 임금 총액을 4,958만 원으로 하는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위 4명이 실제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2019. 10. 30. 위 4명을 P, Q, R, S으로, 미지급 임금 총액을 5,939만 원으로 변경한 점, ⑧ 변경된 위 진정 내용과 E이 제출한 위 자료의 내용이 동일한 점, ⑨ 이 사건 회사가 2019. 7. 5.경 이후 E에게 송금한 임금액과 E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액 사이에 약 1,200만 원 이상의 차이가 있고, T, N, P에 대하여는 위 회사의 송금액보다 수십만 원씩 더 많은 금원이 지급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각 내용을 전부 믿기는 어렵고, 이는 E, F, T, N, P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각 진술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이 사건 회사 측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3)항 기재 사정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위 출력일보 내용 그대로 근로자들의 2019. 7월분 임금 일부까지 지급하다가, 2019. 9. 5.경 이후 그 지급을 중단하였는데, 이는 E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이 총액의 범위 내에서 기성고에 따라 이루어지는 방식이었고, 위 시기까지 지급한 임금 등 금원이 기성고에 비해 과다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경찰에서 "이 사건 공사대금은 366,125,100원이고, 기성내역에 따라 월 1회 지급하였다. 외국인 근로자들 등의 실제 근로 여부나 일수 등이 불명확하였으나, 도급 계약이어서 출력일보 일부가 허위임을 알고도 제지하지 않았고, 임금 등으로 약 3억 1,000만 정도까지 요청한 대로 지급하다가, 기성이 올라가지 못하여 임금 일부와 도급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거짓 주장에 근거해서 추가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나, 실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든 책임을 져줄 생각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고, 광주지방법원 2020가단9911 소송 과정에서 2021. 5. 18.경 임금 명목으로 T, N, O, P, Q, R에게는 각 400만 원, S에게는 350만 원, F에게는 300만 원을 각 지급하기도 하였는데, 위 지급액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체불임금 합계 금액의 약 51%에 해당한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불출석하여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어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는 하지 아니한다.
판사 박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