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들이 2015년경 회생절차개시 이후 관리인으로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하여 D의 경영을 계속하여 왔고, 그로부터 3 내지 5년이 지난 시점에 근무하였던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체불하였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임금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등 참조),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채무자회생법 제61조 등 참조),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91조 내지 제93조 등 참조).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게 임금 등의 지급에 소요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그 지급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므로, 이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기재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한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 B은 2015. 9. 7. D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에는 D 경영에 관여한 바 없고, D는 당시 대표이사 K를 비롯한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 등으로 2001년경부터 사채를 사용하기 시작하여 2014년 무렵에는 약 89억 원 규모로 늘어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피고인 B은 D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불과 4일 후인 2015. 9. 11.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였고, 2015. 10. 6.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피고인 A은 같은 시기 D 총무부장으로 입사하여 이사로 선임되었다가 피고인 B과 함께 D의 회생절차를 돕던 중 피고인 B이 2020 9. 2. 사임허가를 받아 관리인 지위에서 사임하자, 같은 날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피고인들은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행위 등을 고발하고, 그로부터 비롯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L과 체결한 버스 및 버스노선 영업양도계약의 부인을 청구하고, 일부 회생채권, 회생담보권을 부인하였으며, 2015. 7.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일부 채권자에 대한 편파변제행위로 인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인들은 2020년 중반부터 임금,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는데, 2020년 초반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회활동이 마비되었고, D 역시 매출규모가 2019년과 비교하여 약 80억 원에서 약 36억 원으로 급격하게 감소하여 큰 타격을 입은 데 그 주된 원인이 있다고 보인다.
피고인들은 원주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근로자의 임금 등과 연료비, 보험료 등에 성실하게 지출하였다. 비록 무산되었지만, 피고인 B은 2020. 5.경 D가 소유한 약 110억 원 상당의 M 소재 토지를 원주시가 수용하는 방안을 요청하였고, 원주시도 이에 관련 부서 검토를 거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은 관리인으로 선임된 후 근로자들에게 D의 상황을 공유하였고, 노사 협의회를 통하여 체불임금에 대한 지급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지속적으로 근로자들을 설득하여 D가 회생하려면 근로자들의 협조가 필요하고, 재정이 충당되는 대로 체불임금을 우선하여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공고하였다. 당시 D의 매출, 자산,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회생 도중 폐지신청을 하는 경우 파산절차를 밟아야 하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인들은 관리인으로서 회생법원의 변제계획에 따라 꾸준히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을 지급하여 상당부분이 변제되었고, 기소 이후 진정을 취하한 근로자들이 상당수 있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의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피고인들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던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 A의 경우 T, W, AP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로부터 진정취하서가 접수되었고, 피고인 B의 경우 모든 근로자들로부터 처벌불원의사의 표시가 있었거나 진정취하서가 접수된 점 등을 보태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심현근(재판장) 김정환 윤상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