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반소피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 중 본소로 인한 부분은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택시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8. 4. 9.부터 택시 운전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2021. 6. 9. 퇴직한 사람이다.
원고는 근무 기간에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 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0.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원주시에도 시행되었다.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전인 2010. 6. 30. 피고의 노동조합과 근로시간을 1일 7시간(월 164시간)으로 정하는 임금협정(이하 '2010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이하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이라 한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피고 노동조합과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을 2013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7시간(월 164시간)으로 유지하였고, 2015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월 115시간), 2018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3시간(월 69시간)으로 정하였는데(이하 임금협정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라 한다),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각 임금협정상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가 피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사납금은 아래와 같다.
단위 : 원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법정 최저임금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근로시간 조항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여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모두 무효이다. 원고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소정근로시간은 2010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7시간이므로, 피고는 2010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원고의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다시 산정하여 실제 지급한 임금, 퇴직금과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근로시간 조항은 근로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노사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한 것이므로,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 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 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가 피고로부터 정액 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 2010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7시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2015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으로, 2018년 임금협정에서 1일 3시간으로 순차적으로 단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내용과 을 제26, 29, 30, 35 내지 40, 4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정액 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피고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임금협정상 근로시간 조항은 무효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조항의 무효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는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으로부터 받은 운임을 관리하였고, 정액 사납금제에 따라 원고가 승객으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고가 갖는 방식으로 일하였다.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택시운수업의 특성상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기본급 외에 초과운송수입금도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 대상 임금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은 2010년도 임금협정 당시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의 범위에서 형식적으로 1일 7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되기 전에 체결되었으나, 2015년과 2018년 각 임금협정은 위 특례조항의 시행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체결되었고, 그 사이 위 각 임금협정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 노동조합 또는 피고 소속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어 초과운송수입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피고는 택시 운전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고정급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되어 그 재원인 사납금을 대폭 증액해야만 하였는데, 이에 반해 택시 운전 근로자는 고정급이 인상되더라도 사납금 증액,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 및 각종 세금의 증가로 인해 총수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발생하였다. 실제로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에 따른 기존의 소정근로시간 유지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은 자발적 합의로서 사납금을 인상하지 않거나 매우 소폭으로만 인상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차츰 줄여나가는 내용으로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강원도의 택시 기본요금은 기존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운임은 166m당 100원에서 152m당 100원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2013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사납금은 2010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금액과 비교해 3,000원이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2015년과 2018년 각 임금협정에서의 1일 사납금 액수도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므로,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은 늘어났을 것으로 보이고, 사납금 납부를 위한 운행시간은 줄어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2015년경 무렵부터 택시호출 앱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종전의 배회영업형태(손님이 나타날 때까지 운행하는 방식)에서 대기식 영업형태(특정한 장소에서 대기를 하다가 호출을 받아 운행하는 방식)로 근무형태가 대폭 변경되었고, 호출 앱을 통해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손님을 골라 받을 수 있는 등 운행시간 대비운송수입의 효율도 향상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정도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의 감소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택시요금 인상으로 인한 주요 운행지표의 변화, 운행효율의 개선 및 배차시간의 감축 등 근로여건의 변화가 각 임금협정에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고, 위와 같은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한 원고의 구체적인 주장 · 입증도 없다.
예비적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의 예비적 반소 청구는 원고의 본소 청구가 인용될 것을 해제조건으로 심판을 구하는 것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본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피고의 예비적 반소는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다19061, 19078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결론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피고가 제기한 예비적 반소는 원고의 본소가 인용될 경우를 대비하여 조건부로 제기한 것이어서 원고의 본소가 인용되지 않은 이상 이를 판단하지 않기로 하고, 나아가 반소비용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반소가 재판에 의하지 않고 끝난 경우에 해당하므로 판단하지 않는다(대법원 2018. 4. 6.자 2017마6406 결정 참조)].
판사 조미연(재판장) 이보라 고병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