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판결

춘천지방법원 2025. 11. 21. 선고 2024가단37349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A은 F의 배우자, 원고 B, C은 F의 자녀들이다.

나.

F은 2009. 11. 2.부터 피고에게 고용되어 'G' 사업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다.

F은 퇴근 후 2022. 7. 9. 04:05경 잠을 자다가 호흡을 하지 못하여 H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05:32경 사망하였다(이하 '망인'이라 한다)

라.

부검결과, 망인의 사망원인은 '허혈성 심장질환(급성 심근경색증 포함)'으로 밝혀졌다.

마.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23. 3. 27.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하였다.

바.

허혈성 심장질환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어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고지혈증, 흡연,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원인으로 콜레스테롤 같은 지방질이 혈관 벽에 쌓 이는 죽상경화증과 이에 동반되는 혈전으로 인해 발생한다. 혈관이 좁아져 혈류가 줄어드는 협심증, 혈관이 막혀 혈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심근경색 등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11, 14, 1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예방법'이라 한다) 제24조 제1항 등 관계 법령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1명의 전담 소방안전관리자와 4명의 소방안전관리보조자를 선임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고는 망인에게 소방안전관리자로서의 업무와 동시에 조경업무 및 기타 지원업무를 겸직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환경, 전기, 기계 업무를 전담하는 4명의 직원을 형식적으로 소방안전관리보조자로 등재하여 실제로는 망인 혼자 소방안전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이로 인해 망인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망인은 피고에게 노후화된 소방시설에 대해 즉각적인 교체 또는 수선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위한 예산 집행은 미루어지거나 집행되지 아니하였다. 이로 인해 망인의 높은 업무강도 및 부담은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망인은 2022. 1.경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이 사건 사업장의 위법상태를 심각하게 인식하여 피고에게 화재예방법 등에 따른 소방안전관리보조자의 충원을 요청하였으나, 묵살되었다. 그로 인해 망인은 상사나 담당자들과 충돌하면서 결과적으로 이직이나 사직을 결심하는 등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피고가 화재예방법상 소방안전관리자 및 소방안전관리자보조자 규정을 위반하던 상태가 장기화하던 중,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하여 망인의 인력 충원이나 전근 등의 요청을 8개월가량 묵살하거나 방기함으로써, 망인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허혈성 심장질환(급성 심근경색증 포함)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렀다. 이는 피고가 사용자로서 근로자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결과이며, 피고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진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손해배상액의 지급을 구한다.

3.

판 단

가.

민법 제756조 제1항 본문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위 규정은 사용자의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가한 경우 불법행위자인 피용자는 물론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규정이다.

그런데 원고의 위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피용자 중 누가 망인에게 어떠한 불법행위를 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원고들은 피고의 어느 특정한 피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이 사건 청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망인의 사용자로서 피고 자신의 안전배려의무위반, 즉 피고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이 사건 청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에게 민법 제756조의 책임을 묻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가사 원고들이 피고의 피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피고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는다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피용자가 망인의 허혈성 심장질환(급성 심근경색증 포함)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피용자의 과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나.

아래에서는 원고의 위 주장을 선해하여 피고가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위반을 이유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에 관하여 본다.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다6350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가 망인의 근로로 인하여 망인에게 허혈성 심장질환(급성 심근경색증 포함)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다.

오히려 망인이 2020년 및 2021년도 정기 건강검진결과 '정상 B' 판정을 받는 등 고혈압, 당뇨,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의 심혈관질환의 이상증세가 없던 건강한 상태였고, 약물, 음주, 흡연도 하지 않았으며, 퇴근 후 사업장 근처 해안도로를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뛰는 등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고 유지하였음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위와 같은 원고들의 주장 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사망 전까지 매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뿐만 아니라 망인 스스로도 심장질환의 발병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망인과 망인의 가족들인 원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망인의 허혈성 심장질환(급성 심근경색증 포함)의 발생을 사업주인 피고나 피고의 다른 피용자가 이를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피고의 과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승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