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판결

광주고등법원 2012. 7. 11. 선고 2011나494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등

(1)

원고는 전국의 금속산업 및 금속관련산업의 노동자 등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전국 단위의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각종 펄프류 및 지류의 제조, 가공, 도·소매 및 수출입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2)

피고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A 노동조합은 2008. 11. 4.경 기업별 노동조합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A지회(이하 위 A 노동조합과 전국금속노동조합 A지회를 통칭하여 '원고 지회'라고 한다)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다.

나.

이 사건 단체협약

원고 지회는 2006. 11. 15. 피고와 사이에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제1조에서 원고 지회를 유일한 교섭단체로 정하고 있고, 제5조 단서에서 현장직은 신규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되며 조합원의 탈퇴는 조합의 통보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으며, 제8조에서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제12조에서 2인의 노조 전임 및 임금 지급 등을 각 인정하고 있는 등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하여 조합의 조직 및 활동을 강화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부칙 제1조에서 유효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고, 부칙 제2조에서 유효기간 30일 전에 갱신 안을 제출하고 단체교섭을 요청하면 갱신될 때까지 효력을 갖는다고 정하고 있다.

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 해지 등

(1)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한 후 원고와 피고는 2008. 10. 23.부터 2009. 12. 16.까지 17차례에 걸쳐 단체협약의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조합 활동 조항 등에 관한 입장 차이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피고는 2009. 6. 19. 원고에게 "새로운 단체협약이 갱신되기 어렵다고 판단되어「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고 한다) 제32조 제3항 단서 규정에 따라 이 사건 단체협약을 해지한다."고 통보(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라고 한다)하였다.

(2)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 후 피고는 노동조합 사무실의 단전, 단수,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중단 등의 조치를 하였고, 2010. 12. 20. 지회장인 B 등을 무단결근 등을 사유로 하여 징계해고 하였다.

(3)

이에 B 등은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여 전남지방노동위원회 2010부해452호, 2010부노268호로 부당징계 구제 신청을 인용하는 취지의 판정을 받았다가, 중앙노동위원회 2011부해247호, 2011부노53호로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전부 기각하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받았고,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2011구합28967호로 재심판정 중 부당징계에 관한 부분에 대한 취소 판결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11호증, 갑 제25호증의 1, 2, 갑 제26호증의 1, 2, 갑 제27호증, 갑 제29호증의 1~4, 갑 제33, 58호증, 을 제44호증의 1, 2의 각 기재, 증인 C, D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고 있는 바,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는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따른 것이고, 위 조항은 강행규정이므로 그 무효를 구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나, 강행규정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하여 무효를 구하는 것이 소의 이익이 없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 지회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반 노동조합적 동기를 가지고 노동조합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단체협약 개악안을 제시한 다음, 사실상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거부하여 해지통고 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무단협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도하고 이 사건 해지통고를 하였으며, 피고의 의도대로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로 인해 원고 지회는 지금까지 노동조합을 유지하기조차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지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거나,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2)

피고의 주장

단체교섭의 파행으로 단체협약의 해지에 이른 것에 대하여 노동조합측이 그 원인을 제공한 점, 피고가 성의있는 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단체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교섭이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하에서 단체협약을 해지한 점, 노동조합측 수정안의 내용이 단체협약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용자가 수용할 수 없는 주장만 무리하게 되풀이하는 것일 경우에 피고는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지통고는 정당하고 적법하다.

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노조법 제32조의 규정 취지

노조법 제32조는 제1, 2항에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제32조 제3항에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것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너무 길게 하면 변동하는 산업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당사자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결과가 되고, 그렇게 되면 단체협약에 의하여 적절한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에도 어긋나게 되므로 그 유효기간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여 단체협약의 내용을 시의에 맞고 구체적 타당성 있게 조정해 나가도록 하자는 데 그 뜻이 있는 것이다.

한편,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는 "다만,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어, 자동연장협정을 규정한 경우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하여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함으로써, 실정에 맞지 않는 단체협약의 지속방지와 단체협약의 공백방지를 조화시켜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

단체협약 실효시 사용자와 근로자, 노동조합 사이의 법률관계

가)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임금, 퇴직금이나 노동시간, 그 밖에 개별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체결·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는 한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하게 된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13747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665 판결 등 참조).

나)

그러나 노조대표의 전임규정과 같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부분은 효력이 상실되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업무만을 전담한 노조대표에게 원직 복귀 명령을 하였는데 노조대표가 이에 불응하자, 사용자가 노조대표를 해고한 것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누17738 판결 참조).

(3)

노조법 제81조 제4호 지배·개입의 의미

노조법 제81조 제4호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서 금지하고 있는바, 지배라 함은 노동조합을 사용자에게 종속시키거나 사용자의 의도대로 조종하는 것을 말하며, 개입이란 노동조합이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데 있어 자신의 의사를 반영시켜 그 결정이나 행동이 사용자의 의도대로 변경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4)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단체협약은 2008. 11. 14. 유효기간의 만료 단체협약 제2조 제2항에 따라 갱신될 때까지 그 효력을 가지게 되었으나, 피고가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 규정에 따라 2009. 6. 19. 이 사건 해지통고를 하여 이때부터 6월이 경과한 2009. 12. 20. 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이 사건 단체협약 중 노조대표의 전임규정과 같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부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바, 종전에 인정되던 원고의 조합 활동에 대한 보장이 축소되게 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지의 근거 규정인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는 노사가 어느 일방에게 불리한 기존의 단체협약에 장기간 구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 점, ② 이 사건 단체협약이나 노조법에는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 규정에 의한 해지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 ③ 원고는 피고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였다는 사정을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의 그와 같은 행위는 노조법 제81조 제3호에서 따로 부당노동행위로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의 그와 같은 행위 자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여야 할 것인 점, ④ 종전에 인정되던 원고의 조합 활동이 제한되더라도 원고는 노조법 등 노동관계법에 의하여 단체행동권 등을 행사하는 등 법적으로 일정한 범위의 조합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실효됨으로써 피고가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개입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⑤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고에 의한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원고는 그 개별 행위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임을 주장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가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개입하는 것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하는바(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53940 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다24104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원고에게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 규정에 의한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원고가 정당하게 위와 같은 신뢰를 가졌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권리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그 권리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잃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를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는바(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1092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다1216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가 오직 원고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피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 또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방극성(재판장) 이민수 심재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