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판결

광주고등법원 2018. 1. 11. 선고 2016나12088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적을 이유는 피고가 이 법원에서 강조하거나 추가하는 주장에 관하여 다음 제2항과 같이 추가 판단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제1심에 제출된 증거에다가 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보태어 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2.

추가 판단

가.

이 사건 약정의 효력에 관하여

1)

피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약정은 원고들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다.

①

원고들은 이 사건 고용계약이 정한 교육훈련을 마칠 경우, 피고 회사의 부기장 또는 기장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고, 다른 항공사에 경력 부기장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격도 갖추게 된다. 피고의 경우 대형항공사에 비해 기장으로 승진하는 기간이 짧다는 이점이 있다. 이처럼 원고들은 이 사건 고용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형적·무형적 기대이익을 종합적으로 살펴 이 사건 약정이 포함된 이 사건 고용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경솔하게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았고 충분한 사회경험과 비행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이 무경험, 즉 거래 일반에 대한 경험부족 상태에서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③

게다가 원고들은 인터넷을 통해 교육훈련비용 및 다른 항공사의 채용정보를 쉽게 수집·비교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이 경솔 또는 무경험 상태에서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원고들이 구직자로서 취업 곤란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궁박 상태에서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⑤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고용계약이 정한 교육훈련을 제공하면서, 이 사건 약정이 정한 교육훈련비용 이상의 돈을 지출하였다. 게다가 피고는 원고들에게 급여 명목의 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한편 해외 비행훈련기관의 교육훈련비에 비해 이 사건 약정이 정한 교육훈련비용은 저렴하다. 또한 해외 비행훈련기관의 경우 향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반면, 이 사건 약정이 포함된 이 사건 고용계약은 취업을 보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것과 같은 기대이익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에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공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면서 원고들의 경솔, 무경험 등을 이용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피고는 원고들의 이익과 피고의 운영을 위하여 교육훈련비용을 정당하게 지급받을 의사였을 뿐, 원고들로부터 폭리를 취할 의사가 없었다.

⑦

피고가 원고들의 집단 퇴사로 인해 중대한 영업손실을 입은 점도 이 사건 약정의 효력을 판단할 때 고려되어야 한다.

2)

판단

제출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과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제1심이 인정한 사정을 모두 고려해 보면, 피고 주장의 위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은 원고들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2013. 8. 5. 신입 부기장 채용공고를 하면서 원고들이 받게 될 교육훈련 내용은 물론, 선납해야 할 교육훈련비용의 액수조차 공지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입사 과정에서 한 이 사건 약정 당시 교육훈련비용 액수만 알게 되었을 뿐, 구체적인 교육훈련 내용과 이에 소요되는 비용 산정내역은 알 수 없었다. 즉 원고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에서 정한 교육훈련비의 적정성을 비교·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②

원고들은 최종 면접이 끝나고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서야 피고 측으로부터 '교육훈련비용 8,000만 원을 선납해야 한다'고 고지받았다. 당시 원고들은 높은 경쟁률 속에서 '서류전형, 지식평가, 기량평가, 1차 면접, 2차 면접'의 다단계 전형을 거쳐 합격자로 최종 선발된 상태였다. 원고들은 교육훈련비용을 선납하지 않는다면, 피고 회사의 채용시험에 합격하기까지 들인 노력과 비용이 소용없게 될 뿐만 아니라, 채용되기 직전에 와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될 처지였다.

③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교육훈련비용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 이 사건 약정체결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고들의 정보수집 노력 부족 탓이라기보다는 피고의 부실한 정보 제공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피고로서는 사전에 교육훈련비용 선납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원고들로 하여금 응시 및 입사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마땅했다. 선납해야 할 교육훈련비용이 8,0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④

원고들이 이 사건 고용계약을 통해 받게 될 교육훈련과정은 'B737 기종 부기장 훈련'이다. 이와 유사한 피고 회사의 최근 교육훈련비용이 3,000만 원을 넘지 않는 점, 원고들과 동일한 교육훈련을 받은 후 정식 부기장 심사에서 탈락한 K에게 8,000만 원 중 5,100만 원의 교육훈련비용이 반환된 점 등은 원고들이 선납한 교육훈련비용 8,000만 원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추단케 하는 사정이다.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받은 급여는 이 사건 약정과는 별개인 이 사건 고용계약 제6조에 따라 지급된 것으로서, 이 사건 약정의 효력 여부 판단에 고려할 요소로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 주장의 기대이익이라는 것은 이 사건 고용계약에 관한 기대이익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약정에 관한 기대이익이라 볼 수 없다.

⑤

이 사건 약정 당시 피고는 실제 지출될 교육훈련비용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약정이 정한 교육훈련비가 실제 비용보다 얼마나 초과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피고 회사의 부기장 채용업무는 피고의 전형적인 중요업무 중 하나이므로, 피고로서는 그 응시자들이 처한 상황 역시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⑥

이 사건 약정은 기본적으로 원고들이 받게 될 교육훈련의 비용 지급에 관한 것이다. 원고들의 퇴직에 따른 인력수급 문제로 피고가 사실상 손해를 입게 된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정당하게 부담해야 할 교육훈련비를 과도하게 넘어 피고에게 선납하도록 한 이 사건 약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

교육훈련비 반환청구권 포기 또는 반환채무 면제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원고들과 피고는, 원고들이 부기장 승격 후 계약기간 내 피고 회사에서 퇴사하는 경우,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교육훈련비용 반환청구권을 포기하고,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위 비용의 반환채무는 면제하기로 약정하였다(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 원고들은 모두 부기장 승격 후 계약기간 내 퇴사하였는바, 피고는 원고들에게 교육훈련비용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2)

판단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은 '원고들이 부기장 승격 후 계약기간 내에 피고 회사에서 퇴사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들에게 잔여 교육훈련비 및 1,000시간 비행시간 취득에 소요되는 비용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 사건 고용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경우 선납한 교육훈련비의 반환에 관한 규정이다. 그런데 이 사건 청구원인은 이 사건 고용계약의 해지에 따른 선납금 반환청구가 아니라, 이 사건 약정의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이다. 여기에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이 이 사건 약정의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에까지 적용되어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포기 또는 위 부당이득반환채무의 면제를 규정한 것이라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약정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이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고용계약 중 제3조 제4항 부분 역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은 원고들이 이 사건 고용계약상 계약기간 동안의 근로 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선납한 교육훈련비 등의 몰취를 규정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고용계약 중 제3조 제4항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이기도 하다[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다투나, 아래

다.

1)항에서 보는 것처럼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

다.

공제 항변에 관한 판단

1)

급여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아무런 근로를 제공받지 못하였음에도 원고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다음 표 기재와 같이 돈을 지급하였고, 이는 실질적으로 교육훈련비용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 대상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주장의 위 돈은 이 사건 고용계약 제6조에 따라 지급된 임금으로서 교육훈련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근로자인 원고들에 대한 임금은 사용자인 피고가 부담해야 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원고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고용계약은 근로계약임을 명시하면서 원고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 근로시간, 퇴직금, 휴가, 보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원고들은 수습기간을 거쳐 부기장으로 승격하여 근무하기도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훈련이수보증금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훈련이수보증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수령하였고, 원고들이 이 사건 고용계약이 정한 계약기간을 준수한 경우에만 이를 반환해주기로 약정하였는데, 원고들이 중도 퇴직하였으므로, 이는 피고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원고들에게 반환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피고에게 선납한 교육훈련비용 중에 훈련이수보증금 명목의 1,000만 원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피고 주장과 같은 위 반환 약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신의칙 위반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고용계약을 위반하여 중도 퇴직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과 부제소합의를 통해, 중도 퇴직의 경우 피고에 대하여 교육훈련비용 반환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들이 위 약속에 반하여 교육훈련비용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2)

판단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은 이 사건 고용 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경우 선납한 교육훈련비의 반환에 관한 규정인데, 이 사건 청구원인은 이 사건 약정의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이므로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 또는 부제소합의가 원고들의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한하는 취지라면,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 또는 부제소합의 역시 이 사건 약정과 함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것이지, 반대로 이 사건 고용계약 제3조 제4항 또는 부제소합의를 이유로 원고들의 위 청구를 신의칙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성민(재판장) 최규연 김봉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