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판결

광주고등법원 2021. 4. 28. 선고 2020나21373 판결

2020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3.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39,456,522원과 이에 대하여 2019. 1. 8.부터 2020. 2. 13.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

청구취지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원고에 대한 피고의 2019. 2. 28.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9. 2. 28.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1,43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는 원고에게 7,7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2019. 1. 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판결을 구한다.

이유

1.

청구의 변동과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① 해고무효 확인 청구 및 이와 관련된 임금 등을, ② 해고일 이전인 2018. 1.부터 해고일인 2019. 2. 28.까지의 미지급 급여 및 연장․야간 근로수당을 각 청구하였다.

즉 위 ① 청구에서는, ⓐ 해고무효의 확인 및 이를 전제로 2019. 2. 28.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1,430만 원의 미지급 급여 지급을 주위적 청구로, ⓑ 이와 달리 해고가 유효하다고 인정될 경우 해고예고수당 1,430만 원(이하 제1항에서는 지연손해금 부분의 기재를 생략한다) 지급을 예비적 청구로 삼았다. 그리고 위 ② 청구에서는, ⓐ 2018. 1. ~ 2019. 2. 사이의 미지급 급여 7,700만 원과, ⓑ 2015. 7. 1. ~ 2018. 7. 31. 사이에 발생한 연장․야간근로수당 2억 5,900만 원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판결은, 위 ①에 해당하는 주위적․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아울러 제1심판결은 위 ② - ⓐ 청구를 39,456,522원의 한도 내에서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판결은 위 ② - ⓑ 청구 역시 기각하였다.

제1심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원고는 2020. 9. 1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의 제출․진술을 통해, 위 청구취지 란 기재와 같이 최종적으로 이 사건 청구를 변경․정리하였다. 즉 원고는 ① - ⓐ 청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해당하는 ① - ⓑ 청구는 청구의 범위에서 제외하였다(이에 따라 해고예고수당에 관한 ① -ⓑ 청구는 취하된 것으로 본다). ① - ⓐ 청구의 경우, 그 청구취지는 제1심과 동일하다[다만 아래 4항에서 보듯이, 이 법원에서 변경된 청구원인은 제1심에서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는 징계해고를 무효로 하는 구체적 사유를 제1심에서와 달리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격방법의 변경․추가에 해당할 수 있어도, 소송물(청구) 자체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원고는 ② - ⓐ 청구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② - ⓑ 청구를 취하하였다.

그러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① - ⓐ 청구, ② - ⓐ 청구에 한정된다. 제1심의 심판대상이었던 ① - ⓑ 청구(예비적 청구), ② - ⓑ 청구는 이 법원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

기초사실

가.

피고는 비영리 의료법인으로서, 의료기관 설치운영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재단이다(이하 필요한 경우에는 ‘피고 법인’이라고도 표시한다).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C 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2014년경부터 2019. 2. 28.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2018. 8. 3. 및 2018. 8. 7.자로, 원고를 야간당직의에서 주간근무전문의로 근로 형태를 변경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

다.

원․피고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원고는 2014. 12. ~ 2019. 2. 사이에 피고로부터 임금으로, 일정 액수의 돈 이외에 사용료 월 150만 원에 상응하는 BMW 자동차와 월 200만 원을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 원고가 거주할 주거지를 제공받았다. 라.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징계를 위한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하고, 2019. 2. 21.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여기에서 피고는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고를 2019. 2. 28.자로 해고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마.

피고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호증, 을 제1, 3, 11호증(특별한 구분의 필요성이 없는 한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해고무효 확인 및 그에 따른 (해고 이후) 미지급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위 ① - ⓐ 청구의 당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제1주장(제1심에서의 주장)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없다. 이 사건 해고에는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2)

제2주장(이 법원에서의 주장)

특히, 원고는 2011. 9.경 이 사건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 원고는 2014년 무렵 E의 제안에 따라 피고 법인(설립 당시 법인명 : 의료법인 F)을 설립한 뒤, 이 사건 병원의 모든 재산을 피고 법인에 출연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법인의 단순한 근로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피고 법인의 설립자에 해당한다.

설립자인 원고는 피고 법인의 이사장에 취임하지 않는 대신, 자신이 주․야간으로 진료를 총괄하고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피고 법인 이사장 등이 불법적 이득을 취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설립 의사를 표시하였다. 따라서 피고 법인의 이사들은 그와 같은 설립자의 설립 목적․의사에 따라 피고 법인을 운영․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원고의 야간당직 업무를 배제한 이 사건 인사발령은, 병원 진료를 총괄하는 지위를 박탈한 것으로서 부당하다. 피고가 이 사건 해고를 하면서 제2의 라.항 기재와 같이 징계사유로 문제 삼은 원고의 행위들은, 그와 같이 설립자의 의사에 반하는 피고 법인 이사진의 부당 조치에 대응하려는 소극적 저항행위에 불과하다. 통상적인 근로자의 경우와 달리 피고로서는, 피고 법인의 설립자로서 특수한 근로관계에 있는 원고가 피고 법인을 형해화하는 등 중대한 비위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고를 해고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설립자인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를 피고 법인에서 축출하고자 행하여진 피고 법인 이사진의 배임적 행위이자 그 이사진이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3)

청구의 요지

그러므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한다. 이 점을 전제로 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2019. 2. 28.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1,43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판단

1)

제1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증거들과 을 제1, 2, 3, 5, 6, 8, 9,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추론할 수 있는 아래 가) ~ 다)항 기재 사실․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에는 그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그와 같은 징계사유들을 모아보면, 이 사건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가)

근무지 이탈의 제1징계사유에 관해 본다. 을 제1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작성한 일지(을 제1호증의 1)에 원고는 2018. 8. 9. ~ 2019. 2. 11.까지 사이에 총 76회의 근무지 무단 이탈, 총 6회의 무단 결근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달리 그 일지가 허위로 작성되었다고 의심할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그 일지가 피고의 이사장 D의 지시를 받은 행정부장 G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서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나 그 일지의 내용․형식과 그 형상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근무 이탈․결근 여부에 관해 기계적․반복적으로 기재․확인한 문서로 보인다. 특별히 그 신용성을 의심할 만한 자료는 이 사건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그와 같은 원고의 근무지 무단 이탈 내지 무단 결근 행위는, 피고 취업규칙 제70조 제2, 5, 10, 11호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나)

근무 지시 불응의 제2징계사유, 병원 차량․숙소 반납 불응의 제3징계사유, 병원의 명예․신용 실추 및 신뢰성 상실에 관한 제4징계사유에 관해 본다.

을 제5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성실히 근무해줄 것을 요청하는 피고 측의 문자메시지 등에 대하여, ‘너희는 사무장 병원입니다. 장난하냐, 근무 여부는 니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돈 빼먹는 거 협조하니 좋냐, 한달에 얼마 빼먹냐. 바지 D이 시켜서 한다니까 전해라. 바지씨. 횡령 그만하고 사무장처럼 병원 운영하지 마세요. 또 지랄하네 자신도 없으면서 허세 부리지 말라고 해라’ 등의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가 피고의 카드․차량․숙소 반납 요청을 거절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와 피고의 대표자 D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고소․진정하고, 수사기관에 D을 방실침입,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등)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으며, 피고 법인의 이사장 E를 횡령죄로 고소하기도 하였는데, 근로계약서 미작성 혐의에 대해 약식명령이 발령된 이외에는 모두 혐의없음 내지 각하 처분으로 종결된 사실 역시 인정할 수 있다.

이는 피고 취업규칙 제70조 제6, 7호(제2징계사유), 제70조 제21호(제3징계사유), 제70조 제17, 25호(제4징계사유)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다)

원고의 근무지 무단 이탈 횟수가 약 6개월 사이에 무려 76회로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무단 결근의 횟수도 6회에 이른다. 원고가 이탈한 직무는, 환자의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직무에 해당한다. 피고의 성실근무 요청에 대해 원고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 등에 비추어, 그 비난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도 없다. 원고는 피고와 피고의 대표자를 상대로 다수의 고소․진정을 제기하였지만, 근로계약서 미작성 행위를 제외하면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와 같이 원고의 담당 직무상 특성, 징계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 등을 참작하면, 이 사건 해고에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제2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앞서 본 대로 원고가 피고 법인의 실질적 설립자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와 같은 사실 자체에 관해서도 다툼이 있으나, 일응 원고의 주장처럼 원고가 피고 법인의 설립자에 해당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그 주장의 당부를 살펴본다. 앞서 본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추론할 수 있는 아래 가) ~라)항 기재 사실․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가 피고 법인에 관한 원고의 설립의사․목적에 반한다거나, 이 사건 인사발령의 부당성에 저항하려는 원고의 정당한 행위를 문제 삼은 것으로서 위법․부당하다는 등의 취지인 원고의 제2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고의 제2주장은,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와 설립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겸유한다는 전제 아래, 원고에 대한 해고는 재단의 의사 즉 설립자가 정한 설립목적에 위반하여 신뢰가 상실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며, 그 해고가 피고 이사들의 법인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에 기한 것이어야만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주장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 법인의 실질적 설립자라고 가정하더라도, 원고의 주장처럼 ‘설립 목적’이나 ‘설립자의 의사’ 등을 반영해 징계해고의 기준을 통상적인 근로자와 달리 설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 당위성을 뒷받침할 만한 법령의 규정이나 선례 등을 찾기 어렵다. 원고 역시 피고 소속의 근로자였던 이상,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통상적인 기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발생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3두1641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내세우는 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립학교법의 절차에 따라 선임된 임시이사들이 그 선임사유가 종료한 때에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 등이 문제된 사안에 관한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부 등 공공기관이 파견하는 임시이사가, 그 파견사유가 해소된 경우 자주성이 존중되어야 할 학교법인의 이사회 조직을 개편할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에 해당한다. 의료법인의 ‘설립자’가 그 법인의 근로자로서 징계해고를 당한 경우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이 사건에 곧바로 원용하기는 어렵다.

나)

원고는 이와 관련하여, 원고를 야간 당직 업무에서 배제하는 이 사건 인사발령, 나아가 원고를 피고 법인에서 ‘축출’한 이 사건 해고가 설립자인 원고의 설립 의사․목적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2014. 4. 4. 피고 법인이 설립된 이래로 현재까지, 원고가 설립자로서 어떠한 설립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는지 이 사건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이에 관해 원고는, ‘사무장 병원’ 형태의 운영을 방지하는 것이 원고의 설립의사라는 취지로 주장한다(원고가 피고 법인 이사장으로 취임하지 않는 대신 자신이 진료를 총괄․운영함으로써, 이러한 설립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사무장 병원’ 즉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33조 제2호의 법령 등에 따라 금지되는 행위이다. 이러한 법령은 ‘설립자’인 원고이든 피고 법인의 기관이든 당연히 준수해야 할 법규범임을 고려하면, 그것이 ‘설립자’인 원고의 고유한 설립 의사․목적이라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이 원고의 설립 의사였다면, 설립 당시 원고의 의사에 의해 취임했을 피고 법인의 초대 대표자 E가 비의료인이라는 점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원고는 한편, 원고가 설립 당시 자신이 의사면허를 유지하고 진료가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한 근로기간의 제한 없이 이 사건 병원에서 진료총괄의사로서 근무하는 것이 피고 법인의 설립 의사였다(내지는 원․피고 사이에 그와 같은 특별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원고의 설립 의사라는 점이 명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원․피고 사이에 그 주장과 같은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정당한 징계해고 사유가 발생하여 중도에 해고하는 것까지 그러한 합의를 통해 배제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법인의 자주성이나 의료법인의 전문성, 결사의 자유 등을 고려하면, 설립자로서 의료인인 원고가 어떠한 설립 의사․목적을 천명한 경우, 이사진을 비롯한 피고 법인의 기관은 그와 같은 설립 의사․목적을 존중하는 형태로 이를 운영해야 한다(만약 이에 반하는 형태로 법인의 업무를 집행한 경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이론 내지 가설을 상정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 법인의 설립․운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설립 의사를 밝혔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근무지 무단 이탈․결근과 같은 성실의무 위반 사유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인사발령이나 그 사유에 더해 인사 명령 불응․업무상 지시 위반(불응)․법인에 대한 진정 등을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가, 어떠한 이유로 ‘설립자’인 원고의 설립 의사나 목적에 반한다는 것인지, 그러한 조치가 왜 피고 법인 이사진 입장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라) 원고는 또한, 이 사건 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행위들은 야간 당직의 업무에서 원고를 배제하는 이 사건 인사발령의 부당함에 저항․항의하는 행위였다(이 사건 인사발령이 무효이므로, 이에 불응한 원고의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해 결정되어야 한다.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인사발령은 무단 이탈․결근 등과 같은 원고의 불성실 근무를 이유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무단 이탈의 횟수는 76회, 무단 결근의 횟수는 6회에 이르렀다. 피고 법인 이사진이 원고 또는 그 법인을 상대로 부당한 업무 집행을 한다고 하여, 그 집행에 항의하는 차원에서의 무단 이탈․결근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는 당시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중요한 직무를 담당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라 원고가 새로 거처할 숙소와 승용차 마련 등 불이익 발생이 예상되었다거나, 이 사건 인사발령 과정에서 정식으로 원고와 사이에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인사발령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피고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무효라고 할 수 없다.

다.

작은 결론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는 점의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이를 전제로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장래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① - ⓐ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기존(해고 이전)의 미지급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위 ② - ⓐ 청구의 당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주5일 주간 진료, 급여 세전 약 월 1,550만 원(2018. 4.부터는 월 1,75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말로써 체결하였다. 원고는 아래 표 기재와 같은 돈을 지급받았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급여 중 매월 현금으로 5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음에도, 2018. 1.부터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8. 1.부터 이 사건 해고일인 2019. 2. 28.까지 미지급 급여 7,700만 원(= 5,500,000원 × 14개월)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판단

1)

월 55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약정은, 원고의 야간당직근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에게는 2018. 1. ~ 2018. 7. 사이의 7개월분 3,850만 원(= 550만 원 × 7개월) 및 2018. 8. 1. ~ 2018. 8. 6. 사이의 4일분 956,522원{= 550만 원 × 4/232), 소수점 이하 올림} 합계 39,456,522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원고는 이를 넘어 주간전문의로 근무한 기간(2018. 8. 7. ~ 2019. 2. 28.)에 대하여도 월 5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원고의 업무가 야간당직의에서 주간근무전문의로 변경된 이후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동일한 금액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찾기 어렵다. 원고는 근로형태를 변경한 이 사건 인사발령이 진료 총괄 병원장의 직책을 제한함과 아울러 설립자인 원고를 축출하고자 하는 조치의 일환으로서 위법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지만, 그와 같은 주장을 인정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가.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39,456,522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인 2019. 1. 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해 항쟁함이 타당한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0. 2. 13.까지는 상법이 정하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이율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연 12%(아래 라.항 참조)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의 ② - ⓐ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원고의 ① - ⓐ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다.

원고의 ① - ⓐ 청구, ② - ⓐ 청구에 관한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다. 그러므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

라.

다만 제1심판결은 지연손해금 청구에 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했다. 그런데 원고는 이 법원에서, ② - ⓐ 청구에 관하여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그 한도 내에서 원고의 청구는 감축되었다. 그러므로 제1심판결 주문 제1항은, 청구의 감축에 따라 이 판결 주문 제3항과 같이 변경되었다.

판사 강문경(재판장) 김승주 이수영

각주1) 항소장에 따르면, 항소 당시 원고의 불복 범위는 제1심판결이 배척한 청구 부분 전부였다.

각주2) 2020. 9. 1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4쪽

각주3) 원고는 이 법원에 이르러 아래 2)항과 같은 취지의 청구원인이 담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진술하였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원고가 기존의 제1주장, 즉 개별 징계사유의 부존재 및 징계양정의 부당에 관한 제반 주장을 철회하고 제2주장으로 이를 교환적으로 변경한 것인지 여부는 반드시 명확하지 않다. 일부 변동이 있더라도, 결국 제2주장 역시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다(2020. 11. 11.자 원고 준비서면 2쪽 등 참조). 앞서 본 대로 제2주장의 제출로써 원고가 기존의 청구와 다른 청구(소송물)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이 법원은, 제1심에서의 제1주장과 이 법원에서의 제2주장이 모두 판단 대상인 것으로 보고 판단하였다.

각주4) 2018. 6. 20. 현재와 같은 명칭으로 변경등기되었다(갑 제3호증).

각주5) 이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각 징계사유 해당 행위가 부당한 이 사건 인사발령에 항의하거나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행위라는 등의 취지로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2)항에서 따로 살펴본다.

각주6) 2020. 9. 1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 12 ~ 13쪽

각주7) 피고 법인의 설립일로 등기된 날이다.

각주8) 2021. 1. 11.자 준비서면 5 ~ 6쪽 및 2021. 3. 23.자 참고서면 4쪽 등 참조.

각주9) 2020. 9. 1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 1쪽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