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2,054,894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7. 15.부터 2022. 7. 13.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의 6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맺은 2017. 5. 10.자 대여금 포기 약정의 착오 취소에 따른 대여금 반환 청구(97,205,624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 이하 ‘① 청구’라 한다)와 2017. 5. 31.자 사직 의사표시가 무효임을 전제로 계속근로기간을 2001. 9. 7.부터 2020. 6. 30.까지로 통산한 퇴직금과 원고가 실제 지급받은 퇴직금 사이의 차액 청구(52,054,894원과 그에 대한 법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 부분, 이하 ‘② 청구’라 한다)를 병합하여 총 149,260,518원과 그에 대한 각각의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구하였다.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② 청구에 관한 부분만 불복 항소하고, ① 청구에 관한 부분은 항소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 범위는 원고의 위 항소취지에 해당하는 ② 청구의 당부만으로 국한 된다.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판결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제1심이 기초사실에서 설정한 주요 약어들의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일부 인정사실을 추가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중 ‘1. 기초사실’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제1심이 설정한 약어들이 지칭하는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생략)
제1심판결 4쪽 10행의 ‘피고는 원고에게 2017. 6. 1.부터 2020. 6. 30.까지의 근로 기간에 관하여 산정한 퇴직금 10,202,578원을 지급하였다.’라는 부분 다음에, 『원고의 계속근로기간을 2001. 9. 7.부터 2020. 6. 30.까지라고 가정하고, 위와 같이 피고가 지급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된 원고의 하루 평균 임금 110,241원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2차 사직서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원고가 받아야 할 퇴직금은 62,257,472원(원 미만은 버림)으로 계산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
당사자들의 주장 및 쟁점(② 청구에 관하여)
원고
원고는 피고의 전신(前身)인 C 시절을 포함하여 2001. 9. 7.부터 2020. 6. 30까지 고용관계의 단절 없이 계속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였다. 이에 반하는 듯한 1차 사직서 제출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이거나 피고 회사의 경영진이 바뀌는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작성한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다. 원고가 2017. 5. 10. 이 사건 합의에서 퇴직금 수령을 포기하기로 하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한 것은 맞으나, 실질적으로는 위와 같이 고용관계의 단절이 없었음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퇴직금 포기 합의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퇴직금 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계속근로기간을 2001. 9. 7.부터 2020. 6. 30.까지로 통산한 퇴직금(62,257,472원)과 원고가 실제 지급받은 퇴직금(10,202,578원) 사이의 차액 52,054,894원과 지급 지체 기간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으로 정한 법정이자를 붙여주어야 한다.
피고
원고가 2017. 5. 31.자로 피고 회사에서 사직한다는 내용의 1차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당시 도산 위기에 처해있던 피고 회사의 주식을 D이 인수하여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원고의 고용을 안정화하는 대신 원고는 그때까지 밀린 임금과 퇴직금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퇴직 후 재입사로 처리하기로 자발적인 합의를 한 것으로서, 당시 피고 회사의 객관적인 상황, 총무국장이라는 원고의 회사 내 지위, 위와 같이 상호 합의한 뒤 원고가 실제로 고용 안정을 누린 점, 비슷한 선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할 때, 1차 사직서에 담긴 사직 의사를 비진의표시나 통정허위표시로 볼 수 없다.
1차 사직서의 제출에 따른 원고의 퇴사를 적법·유효한 것으로 보는 이상, 퇴직시점 무렵에 퇴직금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 역시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설령 당시 퇴직금 포기 합의를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2017. 5. 31.에 적 법·유효하게 퇴직하였는데, 그로부터 3년이 더 지난 2020. 9. 9. 지급명령신청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였을 뿐이므로, 위 퇴직 시점까지 계산한 퇴직금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 2017. 5. 31.자 퇴직 의사표시의 효력)
원고의 퇴직금 차액 청구는, 결국 2017. 5. 31.자로 퇴직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1차 사직서의 제출이 비진의표시이거나 통정허위표시이므로 무효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래야만 원고가 피고의 전신인 C에 최초 입사한 2001. 9. 7.부터 2차 사직서를 제출한 2020. 6. 30까지 고용관계의 단절 없이 계속 근무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위 전제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설령 퇴직금 포기 합의가 무효이더라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받아들여져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청구의 일부인 2001. 9. 7.부터 2017. 5. 31.까지의 퇴직금 부분에 대한 청구는 기각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원고의 주장처럼 2017. 5. 31.자로 퇴직하겠다고 한 1차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표시이거나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본다면, 그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피고의 주장들, 즉 퇴직금 포기 합의의 유효 주장이나 소멸시효 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퇴사 시점 이전에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퇴직금 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고(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 25502 판결 등 참조), 소멸시효 항변 역시 원고가 2017. 5. 31.자로 퇴직하였음을 전제로 이를 시효의 기산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결국 ① 원고가 2017. 5. 31.자로 퇴직하겠다고 한 1차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표시 또는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이에 따라 원고의 퇴직금 산정의 전제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를 확정할 수 있다) 여부가 될 것이다. 위 핵심 쟁점에 대한 결론에 따라 그 논리적 귀결로서 자연스레 ② 이 사건 합의로 2017. 5. 31.까지 발생한 퇴직금 부분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 적법·유효한지, ③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의 당부 등의 부수적인 쟁점에 대해서도 판단이 가능하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차 사직서에 담긴 사직 의사표시의 효력(= 무효)
법리
근로자가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사직원을 제출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퇴직처리를 하였다가 즉시 재입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근로자의 그 퇴직전후에 걸쳐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단절이 없이 계속 근무하였다면 그 사직원 제출은 근로자가 퇴직을 할 의사없이 퇴직의사를 표시한 것으로서 비진의표시에 해당하고 재입사를 전제로 사직원을 제출케 한 회사 또한 그와 같은 진의 아님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위 사직원 제출과 퇴직처리에 따른 퇴직의 효과는 생기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8. 5. 10. 선고 87다카2578 판결 등 참조).
근로자들이 일괄적으로 사직원을 제출할 때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내심의 의사가 없었고, 사용자 또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서 사직원을 수리하였다면 위 근로자들의 사직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8. 14. 선고 92다2103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갑 제1, 3, 5호증, 을 제4 내지 8, 12 내지 16호증(을 제14호증의2를 제외하고 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모두 포함한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추론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1차 사직서에 담긴 원고의 2017. 5. 31.자 퇴직의사의 표시는 상대방인 피고가 원고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로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에 의해 무효이거나, 또는 원고와 피고가 서로 통정한 허위 표시이므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따라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2017. 5. 31.자로 사직 및 퇴사 처리가 되었다가, 그 이튿날인 2017. 6. 1. 곧바로 다시 신규 채용되는 것으로 처리되었다. 원고의 직장 건강보험 역시 2017. 5. 31. 자격상실 처리되었다가, 이튿날인 2017. 6. 1. 곧바로 다시 자격취득이 이뤄졌다. 위와 같은 퇴사 및 재입사 과정을 보면 원고는 단 하루도 피고의 소속 근로자가 아니었던 날이 없다. 또한 퇴사 및 재입사를 전후하여 원고의 직위(총무국장), 담당업무(회사 행정업무 총괄) 등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원고가 제출한 2차 사직서는 빈 용지에 자필로 권고 사직의 의사를 써 내려간 형식이다. 반면 1차 사직서는 부서, 직급, 성명, 사직 예정일자, 서류 작성일자,작성자 서명날인란이 각 공란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 부분은 부동문자로 인쇄된 형태의문서에 원고가 위 공란을 채워 넣는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그 무렵 피고 회사 소속 임 직원 대부분이 같은 형식의 문서에 같은 방법으로 사직서를 적어 냈다. 이른바 ’일괄사직‘의 형태를 띈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당시 사직서를 제출한 임직원들이나 그것을 받은 피고 쌍방은 실제로 위 모든 임직원이 전부 진심으로 사직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는 전제에서 위와 같은 사직서를 주고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경영권 양수도 합의에 따른 후속절차로 임직원들 앞으로 그 무렵까지 발생한 퇴직금을 대부분 포기시키는 방편으로 그들을 형식상 퇴사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피고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원고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당시 피고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고, 향후 신 경 영주 측으로부터 받을 혜택까지 모두 감안하여 회사의 방침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그때까지 발생한 퇴직금까지도 포기하려는 뜻에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을 수도 있다. 설령 그렇게 보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진지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담고 있지 않고, 그러한 사정을 피고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는 이상 이는 비진의표시이거나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기 때문에, 근로관계의 단절이라는 법적 효력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퇴직금의 사전 포기가 강행법규 위반인 점까지 보태어 보면, 위와 같이 계속근로관계는 유지하면서 그 때까지 발생한 퇴직금만 포기시키기 위한 방편으로서 형식적인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받는 것은 결국 강행법규 위반 상태를 우회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자발적인 선택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와 같은 행위가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법률관계를 형성시키는 것은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원고는 1차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에 따라 2017. 5. 31.자로 퇴직 처리가 되기는 하였으나, 그에 따른 퇴직금은 제대로 정산 받지 못하였다(퇴직금의 일부라는 명목으로 피고가 지급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를 퇴직금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아래에서 다시 보는 바와 같다).
피고가 ’퇴사 후 재입사에 따른 근로관계의 단절을 인정한 판례‘라고 드는 사례들은 ① 합병으로 소멸하는 회사의 근로자들이 희망에 따라 그 시점까지 소멸회사에서 발생한 퇴직금을 ’현실로 지급받고‘ 근로관계를 단절하기로 한 경우(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12035 판결), ② 승진 소요기간을 단축해서 직급을 올려주기로 하면서 그 때까지의 퇴직금을 지급받으며 하위 직급에서 퇴직하고, 하루의 시간 간격을 두 고 상위직급으로 재입사한 경우(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2295 판결) 등으로서 퇴직금 포기의 방편으로 퇴사 후 재입사의 형식을 취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또한 ’근로자 측이 일부 금전 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합의한 것을 유효하다고 본 판례‘로 피고가 드는 사례들 역시 ③ 퇴직금이 아니라 미지급 상여금을 포기한 경우이거나(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35867 판결) ④ 이미 퇴직 상태인 근로자가 기발생한 퇴직금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경우로서(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65317 판결) 실제로는 계속 근로를 시킬 의사이면서도 형식상 퇴직처리를 하면서 퇴직금을 포기시킨 이 사건의 경우와 다르다.
피고 회사의 주식을 인수한 D은 ’B‘라는 지방일간지의 제호와 취재진, 그리고 피고 회사가 언론사로서 그동안 쌓아온 대외적 신인도 등을 활용하기 위한 동기에서 그와 같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원고는 (전신인 C 시절을 포함하여) 위 B 구성원으로 18년 이상 근무해온 사람이고, D이 피고 회사를 인수할 당시 소수주주 중 한 명이자 총무국장이라는 지위에 있었다. D은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회사 인수 이후에도 원고를 계속 피고 회사에서 일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그를 단순 퇴직 처리하지 않고 곧바로 재입사시키는 형식으로 고용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추단된다.
피고 회사의 새로운 지배주주가 된 D이 피고 회사의 운영을 정상화시키고 퇴사 후 재입사 처리한 원고 등 임직원들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 단지 원고 등 기존 임직원들에 대한 시혜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영리를 추구하는 회사가 자선사업하듯 월급을 주는 모습을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D 입장에서도 상인의 시각에서 이해관계를 따져 피고 회사를 인수하고, 그 구성원들의 고용관계를 일응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원고가 실제로 중도 퇴직할 의사가 없었다면, D이 피고 회사를 인수하지도 않았고, 원고의 고용을 승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2020. 9. 4. 원고에게 경력증명서를 발급하면서 그 서류에 원고의 근무기간을 2001. 9. 7.부터 2020. 6. 30.까지(18년 6개월)라고 명시했다. 나아가 그와 같은 경력사항이 ’틀림없음을 증명한다‘라고 하면서, 작성자와 확인자의 ‘인사기록대조필’ 인장을 날인한 것은 물론 하단에 피고 회사 명칭과 대표이사 이름 옆에 회사 도장까지 찍어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원고의 계속근로기간(= 2001. 9. 7.부터 2020. 6. 30까지)
위와 같이 1차 사직서의 제출에 따른 원고의 2017. 5. 31.자 사직의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는 그 무렵을 전후하여 고용관계의 단절 없이 피고 회사에 계속해서 근로를 제공하였음이 인정된다. 퇴직금 산정의 전제가 되는 원고의 계속 근로기간은 피고의 전신인 C에 최초 입사한 2001. 9. 7.부터 2차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퇴직한 2020. 6. 30.까지이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계속근로기간을 전제로 계산한 퇴직금 62,257,472원(이러한 금액으로 계산된다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중 원고가 지급받았다고 자인하는 10,202,578원을 제외한 나머지52,054,894원 및 지급을 지체한 기간 동안 근로기준법으로 정한 비율(연 20%)에 따른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또는 항변에 대한 판단
퇴직금 청구권의 포기 및 소멸 주장(= 배척)
원고가 2017. 5. 10.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미지급임금과 그때까지를 근속기간으로 계산한 퇴직금을 합산한 금액의 일부를 지급받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다만, 원고가 그 무렵 실제 퇴직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설령 원고가 ’퇴직금‘의 일부라는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이 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이라고 보기 어렵고, 퇴직금 중간정산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근거도 없으므로, 위 일부 지급금 중 이 사건 인용금액에서 공제할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지만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을 계속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위 대법원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2017. 5. 31.까지의 근속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일응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이므로, 무효인 퇴직금 포기 합의를 원용하는 취지에서 하는 퇴직금 청구권의 포기 및 소멸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소멸시효 항변(= 배척)
피고는 2017. 5. 31. 원고가 한 차례 퇴직하였음을 전제로 그 때로부터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경과하였으므로 퇴직금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17. 5. 31.자로 퇴직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하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중 미지급금 52,054,894원과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0. 7. 15.부터 피고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2022. 7. 13.)까지는 상법으로 정한 연 6%의[대법원 2021. 6. 3. 선고 2021다208154(본소), 2021다208161(반소) 판결 등 참조],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으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일부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나머지 항소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인규(재판장) 김진환 차기현
각주1) 원고는 항소장에 항소취지로 미지급 퇴직금 52,054,894원의 원금 패소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고, 위돈에 대한 지연손해금 패소 부분에 대해서만 항소하는 것처럼 기재하였으나, 위와 같은 형태의 항소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항소심 소가가 52,054,894원이라는 전제에서 인지액 322,900원을 납부한점,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도 위 원금과 지연손해금 패소 부분 모두에 대하여 불복하고 해당 금원을 모두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변론하고, 피고 역시 그러한 전제에서 반박 변론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지연손해금 패소 부분에만 불복하는 듯한 항소장의 항소취지 기재는 단순 오기에 따른 것이 분명하므로, 원고의 항소취지를 이와 같이 선해하여 판단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