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 4쪽 20행, 21행의 각 "이 사건 사고"를 모두 "이 사건 교통사고"로 고치고, 아래 제2항에서 피고가 이 법원에서 강조하거나 추가한 주장에 대한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부분 기재(다만 '3. 결론' 부분은 제외한다)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추가 판단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나 원고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 등에 의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는 원고 운행 차량을 기준으로 황색 신호가 점등된 때로부터 3초, 적색 신호가 점등된 때로부터 2초가 경과한 이후에 발생된 것이므로, 원고는 신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한 직후 충분히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교통사고는 원고의 신호위반 및 그로 인한 교통사고라는 '범죄행위'가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면서, 제1호에서 '업무상 사고'로서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가.목),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바.목)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 또는 지시 위반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등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의 기능은 업무에 수반한 불의의 재난에 대비해 그 위험을 담보하고 피해를 당한 사람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산재보험법이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를 보험급여의 제한 사유로 삼은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그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일종의 징벌 또는 보험정책적인 목적에서 보험급여를 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갑 제2 내지 5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상병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는 '원고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고의나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는 우연성이 결여되어 보험제도의 본질에 반하고,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는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 그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보험급여를 행하지 않는다는 정책적 고려 외에, 위와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와 부상 등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는 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입법취지와 다종 · 다양한 범죄행위의 형태를 고려하여 볼 때, 근로자의 부상 등에 어떠한 범죄행위가 관여되어 있다고 하여 무조건 그것이 업무상의 재해가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범죄행위의 태양과 부상 등의 발생 경위 등을 살펴보아 당해 범죄행위의 위법성과 비난가능성이 부상 등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정도에 이른 경우에라야 그 부상 등을 업무상 재해로서 보호받는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졸다가 배달 중, 황색 신호에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다가 우측에서 진행하는 상대방 버스차량을 미처 보지 못하고 충돌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원고가 이 사건 교차로 신호기의 신호가 황색에서 적색으로 바뀌는 상황을 인지한 지점이나 당시 교통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피고가 제출한을 제7호증의 영상은 피해차량인 버스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으로, 버스차량이 녹색신호에서 직진 주행하던 중 원고 운행 차량이 측면을 충돌하는 장면만이 포함되어있을 뿐 원고의 주행 방향에서의 신호기 변경 시점이나 전체적인 교통 상황 등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단지 원고가 신호기의 신호가 황색인 상태에서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그러한 행위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신호위반 행위에 대한 도로교통법의 벌칙 규정을 살펴보면,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 제5조는 '교통안전시설(같은 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신호기 및 안전표지'를 의미한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자동차 등의 운전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행위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실제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물적 피해만 발생하여 원고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입건 전 조사종결(공소권 없음) 결정을 받은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가 산재보험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정도로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진수(재판장) 조호연 김진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