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결정 중 별지3 목록 기재 각 문서의 제출을 명한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신청인)들의 신청을 기각한다.
피고(피신청인)의 나머지 항고를 기각한다.
신청취지 및 항고취지
신청취지
피고(피신청인, 이하 ‘피고’라 한다)는 원고(신청인, 이하 ‘원고’라 한다)들과 피고 사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2가합10416 근로자지위확인 등 사건에 관하여 별지2 목록 기재 문서를 제출하라.
항고취지
제1심결정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2024. 1. 10.자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소명된다.
피고는 포항시 남구 C에 본점 및 포항제철소, 광양시 D에 광양제철소 등을 두고 상시 근로자 20,000여 명을 사용하여 철강제조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주식회사 E, F, G, H, I(이하 ‘이 사건 협력업체들’이라 한다)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노무를 제공하였다.
원고들은 2022. 3. 2. 이 사건 협력업체들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고용 의사표시, 임금 내지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본안소송(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2가합10416호)을 제기하였다.
원고들은 2024. 1. 10. 위 법원에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문서소지자로 하여 별지2 목록 기재 각 문서(이하 ‘이 사건 각 문서’라 한다)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24. 2. 13. 이를 인용하였다.
항고이유의 요지
문서의 부존재 및 미소지
이 사건 각 문서 중 ‘제강, 제선, 연주 공정 업무와 관련된 1998년부터 2022년까지의 MES 시스템 운영매뉴얼, 협력작업표준서, 월간 가동일보, 수리작업 일정별 작업계획, 교육훈련 계획, 작업계획 문서, 인력개선 실적 문서’ 및 ‘피고와 E, F 사이의 1998년부터 2022년까지의 협력작업 노임테이블, 기성금 청구내역서, 조업부서 외주비 정산시스템 매뉴얼’이라는 명칭의 문서는 피고가 보유하고 있지 않고, 위 각 문서의 존재 및 소지 여부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협력작업표준서는 원고들이 속한 협력업체에서 작성한 것이므로, 피고에게 그 제출을 요구할 수 없다.
주식회사 E은 2020년에 설립된 회사이므로 피고와 주식회사 E 사이의 각 문서 중 2020년 이전 기간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제출 문서
피고는 2024. 1. 31.자 문서제출명령 신청에 대한 의견을 통하여 피고와 E, F 사이의 2022년 도급계약서, 2022년 일반약관, 2021~2022년 작업사양서 중 피고가 도급계약 체결 당시 E, F에 제공하였던 작업사양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제1심결정 중 위 각 문서의 제출을 명한 부분은 위법하다.
자기이용문서 및 문서제출신청 필요성 결여
이 사건 각 문서는 자기이용문서로, 오로지 피고 근로자들의 작업 수행을 위해 작성된 내부문서이고, 이를 개시할 경우 피고의 업무상 비밀 내지 그에 준하는 내용이 유출될 우려가 상당하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 존재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원고들에게 있으므로, 이 사건 문서제출명령은 피고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
판단
피고의 이 사건 각 문서 소지 여부
문서제출명령을 하려면 문서의 존재와 소지가 증명되어야 하는데,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신청자에게 있다(대법원 1995. 5. 3.자 95마415 결정).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1>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경험칙상 피고가 MES를 이용함에 있어 매뉴얼을 갖추지 않은 채 이를 운영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대규모 생산 조직을 갖추고 있는 피고로서는 그 명칭이 무엇이건 간에 ‘월간 가동일보, 수리작업 일정별 작업계획, 교육훈련계획, 작업계획 문서, 인력개선 실적’과 관련된 문서를 갖추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점, ③ 협력업체들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사내에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피고로서는 ‘협력작업표준서’ 등의 문서를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들은 협력업체와의 작업에 표준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피고가 작성한 문서를 특정하는 명칭으로 ‘협력작업표준서’를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⑤ 피고는 위와 같은 ‘명칭’을 가진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문서제출명령에 있어서는 문서의 정확한 명칭을 특정할 것을 요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위 문서를 소지하고 있음을 추단할 수 있다.
다만,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주식회사 E은 2020. 5. 28. 개업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와 주식회사 E이 2020년 이전에 도급계약 내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별지3 목록 기재 각 문서를 작성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항고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피고가 이미 제출한 문서들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제1심법원에 2024. 1. 31.자 문서제출명령신청에 대한 의견으로 ‘원고들의 문서제출명령신청은 모색적 증거신청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첨부하여 ‘피고와 주식회사 E, F 사이의 최신 도급계약서, 피고의 도급계약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약관 및 주식회사 E과 체결한 특별약관, 피고가 도급계약 체결 당시 주식회사 E, F에 제시한 작업사양서’라는 일부 서류들을 제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원고들이 재직하였던 모든 회사들에 대한 것도 아니고 원고들이 재직하는 전 기간의 도급계약서가 아니며 그 작성년도 및 작성 당사자 등도 불분명하고, 일부 문서의 경우 전체가 제출되었는지도 의심스러워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제1심법원에 위와 같이 일부 문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각 문서들에 관한 제출의 필요성이 이미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자기이용문서
관련 법리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제344조 제1항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문서의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예외사유로서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이른바 ‘자기이용문서’)를 들고 있다.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이를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이러한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12. 21.자 2015마4174 결정 참조). 여기서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이를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ㆍ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그 직접적 기초ㆍ근거가 되는 정보가 당해 문서의 기재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당해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당해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그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그 문서를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한편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그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대법원 2008. 9. 26.자 2007마672 결정 등 참조),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으므로, 당해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 문서 제출로 인하여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6. 7. 1.자 2014마2239 결정).
한편,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판단
피고는 이 사건 각 문서 중 제강, 제선, 연주 공정 업무와 관련된 문서들이 피고 근로자들의 작업 수행만을 위하여 작성되었다고 주장하나, 주식회사 E 소속인 원고들은 피고 광양제철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의한 이동이 아닌 다른 운송 업무를 수행하며 덤프트럭 등의 특수차량으로 각 공정 사이의 수송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주식회사 F 소속 원고들은 제선 공정에서 소결 공정, 고로 업무, 노체 점검 업무, 수재 운전 및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자들이므로, 피고의 제강, 제선, 연주 공정 업무와 관련된 문서들은 위 각 공정에 관여하는 원고들의 작업과도 관련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이 사건 본안사건의 쟁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문서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본안사건의 심리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이 사건 문서가 제출된다고 하여 피고의 업무 수행에 심각한 장애가 야기된다거나, 그 양이 방대하여 피고가 이를 제출할 수 없다거나, 피고에게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피고는, 이 사건 문서에는 피고들의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어 이 사건 문서의 제출로 인하여 피고에게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원고들은 피고의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로, 피고의 공정과 관련한 자료들이 제출되더라도 영업비밀과 관련한 침해가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문서를 제출하며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2>, ③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비밀유지명령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결정 중 별지2 취소 목록 기재 각 문서의 제출을 명한 부분은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신청을 기각하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2024. 8. 5.
판사 김성주(재판장) 최창훈 김진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