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관계 및 단체협약의 해지
피고는 상시 근로자 약 211명을 고용하여 신문용지의 제조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고, 원고는 2006. 11. 15. 피고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나, 2008. 11. 4. 산업별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에 속한 지회로서 조직형태를 변경한 노동조합이다.
원고와 피고는 2008년 10월경부터 위 단체협약의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단체협약의 체결을 이루지 못하였고, 피고가 2009. 6. 19. 원고에게 위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여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09. 12. 19.경 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였다.
가처분결정의 발령
원고와 그 집행부를 구성하는 근로자들은, "피고가 원고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위 단체협약의 해지를 이유로 2009. 12. 18.부터 2010. 1. 14.에 걸쳐 원고 노동조합 사무실(그 위치는 별지 도면 표시와 같다, 이하 '노조 사무실'이라 한다)의 인터넷 회선·전화·팩스·사내 인트라넷을 차단하고, 단전·단수조치를 행하며, 원고 지회장인 B에게 노조 사무실의 출입 및 그 인접 주차장의 주차를 금지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방해행위의 금지와 원고 간부들에 대한 징계금지 등을 구하는 노동조합활동 등 방해금지가처분(이 법원 2009카합387호, 이하 '이 사건 가처분'이라 한다)을 신청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2010. 2. 3. 위 방해행위의 금지신청 부분(간접강제 포함)에 관하여 인용결정을 받았다.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처분 및 이에 관한 불복·구제절차의 경과
한편, 피고는 2010. 12. 8.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같은 달 20. 시설관리권 침해, 업무방해 등의 사유로 원고 소속의 근로자 14인에 대한 징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를 의결하였는데, 그 중 원고의 지회장 B 등 해고처분을 받은 6인의 징계사유는 별지 해고징계사유와 같다.
이에 B 등 14인은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해고 등)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고, 위 노동위원회는 2011. 2. 21.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징계위원회 구성절차의 하자 등이 있음을 이유로 부당징계 구제신청 부분을 인용하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1. 7. 22. 재심판정에서 징계사유가 있고 징계절차가 적법하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 중 부당징계 인용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위 14인(그 중 7인은 중도에 소취하)은 이에 불복하여 위 재심판정 중 부당징계에 관한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2011구합28967)을 제기하였고, 위 제1심 법원은 단체협약에 위반한 징계위원회의 구성, 재심 징계위원회의 개최통보기간의 미준수, 징계대상자에 대한 소명기회의 미부여와 같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절차적 하자를 들어 위 재심판정 중 부당징계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2012. 5. 31. 선고하였다(피고는 위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2012누19375호로 항소하였다).
피고의 B 등에 대한 회사 출입통제 및 관련 수사결과
B을 비롯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에 의하여 피고로부터 해고된 원고의 집행부 6인(이하 'B 등'이라 한다)은 2010. 11. 27.부터 같은 해 12. 28. 사이에 14일간 피고 공장 정문을 통하여 조합 사무실에 출입하고자 하였으나, 피고는 근무시간 이외 야간, 휴무일의 출입 통제에 관한 회사규정을 정문 경비실에 게시하고, B 등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위 재심판정 송달일부터 근로자로서의 신분이 상실되었음을 이유로 B 등에게 외부인 출입절차에 따라 관리자의 사전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면서 그들의 출입을 제지하였다.
B 등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2010. 11. 27.부터 같은 해 12. 26. 사이에 B 등의 조합 사무실 출입을 저지하고, 2010. 12. 13.부터 같은 달 17.까지 조합 사무실의 난방기기에 사용되는 전력을 차단하였으며, 조합 사무실 앞에 CCTV를 설치하여 조합원들의 활동을 감시함으로써 원고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였다"라는 취지로 사용자 측을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하였으나,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검사는 B 등의 해고자 신분, 회사의 시설관리권 등을 고려하여 근무시간 이외의 출입은 회사 내부규정에 따라 관리자의 승인절차에 따라야 하는 점, 노조 사무실로 통하는 전력 차단기의 일시적인 작동불능에 관하여 회사 측의 고의성이 엿보이지 않는 점, 위 CCTV의 설치주체가 회사가 아니라 원고와 뜻을 달리하는 별도의 근로자 조직이고, 위 조직의 사무실이 조합 사무실과 통로를 공유하고 있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하여 2011. 6. 21.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 갑1 내지 6, 8 내지 11, 13 내지 15, 27, 28, 30 내지 34호증, 을1 내지 3, 5, 7 내지 11, 13 내지 3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일부 호증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 이후 피고가 위 가처분결정의 내용을 위반하거나, 원고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고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과 동일한 내용으로 제소한 이 사건 소송은 소의 이익이 결여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가처분결정에서 금지를 명한 행위를 채무자가 일시적으로 중단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만으로 피보전권리가 종국적으로 실현되어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가 종료되었거나, 장래에 대하여도 부작위의 상태가 계속 유지되어야 할 소의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는 채무자가 소송과 관계없이 스스로 의무를 이행하거나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채무자가 의무를 이행한 때에 비로소 법률상 실현되는 것이어서, 민사집행법상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의 집행에 의하여 피보전권리가 실현된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가 사실상 달성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가처분 집행에 의하여 임시의 이행상태가 작출되었다 하더라도 본안소송의 심리에서는 그와 같은 임시적, 잠정적 이행상태를 고려함이 없이 본안소송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5754 판결 등 참조), 이와 다른 전제에 입각한 피고의 위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B 등은 원고의 상부조직인 전국금속노동조합 규약에 의하여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근로자'로서 원고의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B 등을 비롯한 원고 조합원들의 노조 사무실 출입을 회사내규를 이유로 통제하는 등 별지 목록 각 행위로써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그 행위의 금지를 구한다.
판단
먼저 피고가 별지 목록 제1, 3항과 같이 B 등 해고된 조합원들의 공장 출입을 제한하거나, 원고의 지회장인 B의 차량 통행 및 주차를 제한하는 것이 원고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방해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근로자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개별 기업의 사업장에 출입할 권리의 허용 여부 및 그 범위는 단체협약의 내용, 노동조합의 성격, 해당 조합원의 지위 및 당해 사업장과의 업무 관련성, 해당 조합원의 조합활동 내역 등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 이를 토대로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조합활동의 필요성과 기업의 시설관리권의 침해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교량하여 개별적인 사안에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함이 상당하다. 특히 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지부가 설치된 개별 기업의 사업장에 출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요건에 대한 보다 엄격한 심사가 요구된다.
따라서, 원고와 같이 산업별 노조의 지회 형태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경우 어느 사업장의 근로자 중 일부가 그 노조에 가입해 있기만 하면, 그 사업장 소속이 아닌 노조간부나 조합원 등이 임의로 당해 사업장에 출입할 수 있는 권리가 무제한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산업별 노조에는 동일한 산업계에 종사하는 여러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심지어 해고되거나 일시 실직 상태에 있더라도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할 수는 있지만, 특정 사업자의 사업장에 출입하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에 한정되고, 조합의 상급조직 간부 등 그 사업장 소속이 아닌 조합원은 단체협약에서 따로 출입을 허용하는 별도 규정을 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할 것이며, 이러한 법리는 당해 사업장에서 해고된 근로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다만, 해고 근로자의 경우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가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조합관계에서는 고용된 근로자 지위가 유지되는 것으로 의제하고 있는바, 법규정의 취지상 이는 '기업별 노조'의 조합원인 해고근로자가 직접적인 적용대상이라 하겠지만, 산업별 노조의 경우에도 동일한 입법취지는 관철되어야 할 것이므로, 산업별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인 근로자가 해고된 후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기까지는 조합활동의 목적 범위 내에서는 고용된 근로자 지위가 유지되고 그에 필요한 범위에서 사업장에 출입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볼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B 등은 이 사건 징계처분에 의하여 피고로부터 해고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이 사건 징계처분이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심판정을 한 이상 그 때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라목<1>에 의하여 피고의 근로자 신분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고, B 등이 위 재심판정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그 취소판결의 확정에 의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취소되기까지는 피고의 근로자가 아닌 자라 할 것이다.
또한, 원고에게 단체협약의 해지에도 불구하고 사용대차 등의 권원을 통하여 교섭 대표 노동조합의 지위에서 피고 공장 내에 있는 노조 사무실을 적법하게 사용할 권리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무실 공간이나 그 출입을 위한 통로가 피고의 시설관리권이 미치는 장소에서 배제될 수는 없는 것이고, 여기에 B 등이 별지 징계사유와 같이 피고의 각종 시설관리권을 수회 침해한 사례가 있으며, 노조 사무실이 공장 내 주요시설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점, 피고 사업장의 안전관리 등 시설관리권의 확보를 위하여 외부조합원의 공장 내 출입에 대하여 방문목적 또는 출입시간의 제한 등 일정한 규제를 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가 당해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닌 B 등의 피고의 공장시설 출입을 회사규정의 준수를 이유로 제한한다고 히여 이를 원고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방해라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피고가 별지 목록 제2항 행위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조합 사무실의 전력 차단에 관하여 사용자 측이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실은 앞서 살펴보았고, 피고가 단선·단수, 인터넷 회선 등의 연결 중단, 사무실 내 집기·비품의 사용금지 등의 방법으로 원고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방해행위의 존재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강희(재판장) 유상호 정원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