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범죄전력]
피고인은 2019. 10. 18.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9. 10. 26. 위 판결이 확정되었고, 2020. 4. 7. 같은 법원에서 직업안정법위반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20. 4. 15.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범죄사실]
피해자 B에 대한 사기
선원 C 관련 범행
피고인은 2018. 8. 18. 목포시 소재 커피숍에서 피해자 B를 만나, 피해자가 보유하고 있는 D호에 일할 수 있는 선원들을 소개해 줄 테니, 선원에게 지급할 선급금을 피고인에게 직접 교부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선급금을 교부받더라도 계약한 선원을 D호에 승선시킬 생각이 없이 다른 선주들에게 선원들을 이중 계약하는 방식으로 선급금을 편취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8. 11. 23. 목포시 소재 E에서 선원 C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C에 대한 선급금 및 소개비 명목으로 피고인의 배우자인 F 명의 농협계좌로 2,200만 원을 이체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
선원 G 관련 범행
피고인은 2018. 8. 18. 목포시 소재 커피숍에서 피해자 B를 만나, 피해자가 보유하고 있는 D호에 일할 수 있는 선원들을 소개해 줄 테니, 선원에게 지급할 선급금을 피고인에게 직접 교부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선급금을 교부받더라도 계약한 선원을 D호에 승선시킬 생각이 없이 다른 선주들에게 선원들을 이중 계약하는 방식으로 선급금을 편취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8. 12. 29. 목포시 소재 E에서 선원 G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G에 대한 선급금 및 소개비 명목으로 피고인의 배우자인 F 명의 농협 계좌로 3,000만 원을 이체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
피해자 H에 대한 사기
피고인은 2019. 8. 2.경 피해자 H에게 전화를 하여 피해자가 보유하는 I호에 일할 수 있는 선원들을 소개해 줄 테니, 선원에게 지급할 선급금을 피고인에게 직접 교부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선급금을 교부받더라도 계약한 선원을 I호에 승선시킬 생각이 없이 다른 선주들에게 선원들을 이중 계약하는 방식으로 선급금을 편취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9. 8. 5. 충남 태안군 J에 위치한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피고인의 처남인 K로 하여금 피해자와 선원 L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L에 대한 선급금 및 소개비 명목으로 1,400만 원을 피고인의 배우자인 F 명의 농협 계좌로 이체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
판 단
증거능력 : M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증거순번 제15, 60번), L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증거순번 제41번)는 각 원진술자가 소재불명 상태이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제출한 선원들의 가불 내역을 기재한 장부(증거기록 제273면, 제613면 내지 653면)에서 나타나는 피고인 및 선원들 사이 이해관계 상충의 가능성, 피고인과의 대질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각 선원들에 대한 조사 당시 진술의 신빙성과 구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특별한 상황이 존재했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각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선주 측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대가로 선원을 소개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함으로써 일단 선원 소개, 근로계약 체결 알선이라는 자신의 일차적 의무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이후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 제공 의무를 이행할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개별 선원의 의사에 달려 있으며 피고인은 근로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근로계약상 당사자가 아니다. 각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근로계약상 근로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개별 선원의 동의 내지 양해 없이 선원을 억지로 승선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강제로 하선하게 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고, 만일 피고인이 개별 선원의 자유의사를 억압한 상태에서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승선 또는 하선을 시켜 다른 배로 옮겨 타게 했다면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업무방해, 인신매매, 강제노역 등의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데, 이는 사기죄 성부와 관련된 이 사건 쟁점과는 논의의 차원을 달리한다.
한편,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이 선원을 소개하여 근로계약을 성립시키면 일단 자신의 일차적인 의무이행을 완료하게 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수수한 수수료는 이후 선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승선거부나 중도 하선을 할 경우 대체 선원을 구해줄 의무의 대가적 성격도 겸유한 것으로 보인다. C, G, L이 승선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피고인에게 다른 선원을 대체해 주거나 피고인이 직접 수령한 선급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선주 측에게 우선 대체 선원을 구해 주기로 하였는바, 선주 측 입장에서도 선급금 반환이라는 사후적 피해 회복보다는 당장 출항이 임박한 선박에 대체 선원을 소개받는 방식이 우선 고려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G는 피해자 B와 D호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기간을 채우려 했으나 계약 체결 이후 피고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듣게 되어 스스로 D호를 타지 않았고, 이후 피고인의 연락도 받지 않았으며 다른 소개소를 찾아가 자신의 선급금 반환의무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녹취서 제11~12면).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 B에게 선원 C, G를 대체할 선원으로 성명불상자와 N를 소개해 주었고, 다른 피해자인 증인 H은 선원 L이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간 이후 돌아오지 않자 피고인이 L을 대체할 선원으로 O을 소개해 주었다고 증언하였다(녹취서 제22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구해 준 대체선원인 성명불상자 및 N는 피해자 측이 근로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승선을 거절하였다. 피해자 측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실제로 부적합한 대체 선원을 소개하였는지, 가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 피고인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이 처음부터 대체 선원 소개라는 2차적 의무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고율의 소개 수수료를 편취하였는지 여부도 알기 어렵다.
기록상 드러나는 바와 같이 선장 또는 다른 선원들과의 불화, 선주의 하선 요구, 선원의 일방적인 승선거부 또는 임의 하선, 승선 지체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근로계약상 승선 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선원이 발생하는데, 이처럼 승선 기간을 채우지 못한 선원을 다른 선주와 계약하도록 주선하여 새로운 선주로부터 받은 선급금을 기존 선급금 반환의무를 포함한 선원의 채무 변제에 사용하도록 방법은 드물지 않게 행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이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폐해와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등에 규정된 강행규정 잠탈의 위험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인 사기죄의 성부와 관련해서는 단지 피고인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선원을 다른 선주에게 알선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처음부터 선원을 승선시킬 생각 없이 선급금만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즉, 공소사실에 기재된 사기죄 성립에 필요한 피고인의 편취 범위와 행위지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근로계약 체결 전부터 해당 선원과 승선하지 않기로 공모하거나 적어도 처음부터 해당 선원은 승선하지 않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인식하였거나 또는 해당 선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그 선원을 피고인 마음대로 계약 기간 중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지배력이 존재했다는 점 및 피고인이 향후 대체 선원 소개 의무를 부담할지라도 처음부터 특정 선원을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나 필요성이 있었으며 피고인도 이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해당 선원을 선주에게 소개했다는 점 등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
결국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승선계약 체결 알선 당시부터 선원들을 승선시킬 생각 없이 선불금만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선뜻 단정하기 어렵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강지성
각주1) 선원 소개 과정에서 선원이 이전 선원 근로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해 부담하고 있는 선급금 채무가 있을 경우 소개업자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대신 변제해 주고, 다른 배에 승선하도록 주선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선원은 새로운 승선계약 체결을 기다리는 동안 기존 선급금 반환 채무 외에도 우선 필요한 생활비나 유흥비 명목으로 소개업자로부터 돈을 빌려 쓰면서 향후 지급받을 선급금과 상계하기로 하고, 그 과정에서 채무가 누적되어 결국 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열악한 처지에 이를 가능성이 있고, 그 이후에는 사실상의 인신매매에 노출될 위험도 발생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