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4. 6. 19. 선고 2023가합12211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재단은 ‘지역산업 혁신주체간 연계 등 지역의 창조경제혁신거점 기능 수행’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이고, 원고는 1967년생 남성으로 피고재단에 2016. 3. 31. 입사하여 창업일자리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의 경위

1)

피고재단의 징계위원회는 2023. 10. 5. 원고의 다음과 같은 행위(이하 각 행위를 가리킬 때에는 ‘제○행위’라 하고, 통틀어 ‘이 사건 각 행위’라 한다)가 징계양정기준상 비위의 유형 중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그 밖의 성폭력)’,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이하 ‘이 사건 해임처분’이라 한다)을 의결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해임처분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고, 피고재단의 징계(재심)위원회는 2023. 10. 31. 앞서 본 것과 같은 사유로 원고를 2023. 11. 1.자로 해임한다는 처분을 의결하였다.

다.

관련 피고재단 규정

피고재단의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제45조(징계의 결정) ① 징계의원회는 “별표 1”의 기준에 따라 징계의결 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에 정한 사유를 감안하여 운용한다.

1.

징계대상자의 표창, 평소의 소행, 근무성적, 공적, 개전의 정 및 과거징계 사실의

유무

2.

징계대상자의 고의․중과실․경과실의 여부

3.

사고금의 크기, 손실의 변상 여부

4.

사고발생 후 사고수습, 손해경감을 위한 노력 여부

5.

외적요인과 귀책판정과의 관계 여부

1.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6, 2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징계사유의 부존재

피고재단이 주장하는 징계혐의 사실 중 제5행위의 경우 “세 번째 여자친구와 이름이 같다.”라고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세 번째 여자친구다.”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

제8행위의 경우 “무릎과 무릎 사이에 뭐가 있는지 아니?”라고 질문하여 답이 “과”라고 한 사실 이외에 다른 말은 한 사실이 없다.

제1, 4, 7행위의 경우 원고가 그와 같이 말한 사실이 없고, 제7행위와 같이 L의 어깨에 손을 올린 사실이 없다.

나.

징계양정의 위법

제2, 3, 6, 9행위는 원고가 유사한 발언을 한 것은 인정하나, 상대방과 듣는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한 말로 감봉 또는 견책의 징계사유에 해당할 뿐 그 비위의 정도가 해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징계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ㆍ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을 제2, 4, 5, 10, 11, 13, 14, 17, 18, 19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1, 4, 5, 7, 8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피고재단 인사관리규정 제39조 제7호, 제45조 제1항, 별표 1의 징계사유인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성희롱)에 해당하며, 제7행위 중 L의 어깨에 손을 올린 부분은 위 별표 1의 징계사유인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그 밖의 성폭력)에 해당한다. 따라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제1, 4, 5, 7, 8행위의 존부

가)

피해자들은 피고재단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진행된 상담 및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이 사건 각 행위에 관하여 당시의 시간적․공간적 상황, 원고의 성희롱 발언 및 같이 있던 사람들의 행동과 말, 원고의 행위에 대한 반응과 당시 느꼈던 기분 등을 구체적이고 주된 부분에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나)

피고재단이 일부 피해사실을 접수한 이후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여 이 사건 각 행위를 비롯한 다른 피해사실이 밝혀졌고, 피고재단은 원고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부인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피해자 외 제3자의 보강진술이 있는 경우에만 징계사유로 삼았다. 원고의 직속 부하직원으로 남성 팀장인 O도 제3, 8, 9행위와 관련하여 들은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다)

피해자들의 신고나 피해진술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이나 허위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고, 원고를 해할 악의적인 목적으로 허위의 신고를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바 피해자들의 진술은 믿을 수 있다. 또한 목격자의 진술, 피해자들이 당일 있었던 상황을 기록한 내용이나 저장해 놓은 문자 대화내용 등에 의하여 원고의 이 사건 각 행위가 존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2)

징계사유 해당 여부

가)

원고의 이 사건 각 행위는 회식을 포함하여 피해자들과 함께 근무하는 중에 이루어진 것으로 모두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언동이므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

나)

피해자들은 원고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창업일자리팀 소속 직원들로 원고의 성적 언동이나 요구를 쉽게 거절하거나 그에 대한 거부 반응을 표시하기에 어려운 지위에 있었던 점, 원고의 이 사건 각 행위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다수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차량 안이나 식사 장소 옆자리 등 근접한 공간에서 행하여졌던 점, 피해자들이 원고의 이 사건 각 행위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당혹스러운 마음에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각 행위는 객관적으로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

피해자들은 원고의 이 사건 각 행위의 성적인 의도를 인지하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지만, 업무가 힘들어질 것을 걱정하거나 자신들에 대한 근무평정권자인 원고의 지위를 고려하여 이를 문제 삼지 않다가 원고의 성희롱이 점점 빈번하여 지고 피해자가 양산되자 신고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4.

징계양정의 당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927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1)

피고재단 인사관리규정 제45조 제2항은 징계결정 시, 둘 이상의 비위가 경합되는 경우에는 그 양정을 가중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사건 해임처분의 징계사유는 9회의 성희롱으로 인한 품위유지 의무 위반과 1회의 그 밖의 성폭력으로 인한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 경합된다. 위 규정 제45조 제3항 단서는 공적이 있는 경우라도 성폭력․ 성희롱 관련자는 감경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각 행위의 구체적인 발언 및 행위태양에 비추어 볼 때 그 비위의 정도가 약하다고 할 수 없고, 2022. 12.경부터 2023. 8. 22.까지 약 8개월에 걸쳐 다수의 소속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및 성추행을 한 것으로 원고에게 고의 내지 적어도 중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피고재단의 창업일자리본부장이었던 원고의 지위와 권한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는 상당한 수준의 윤리의식과 책임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팀에 소속된 나이 어린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여러 차례 반복하였고, 이 사건의 피해자들 중 대다수는 계약직 근로자들로 정규직 채용여부 및 재계약 여부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근무평정권자인 원고의 성희롱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피해자들은 퇴사를 고민하고 정신과 상담을 고려할 정도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등 그 피해가 심각하다.

4)

원고는 제2, 3, 6, 9행위에 관하여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것이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불쾌감을 표현하였더라면 즉시 시정하였을 것인데, 모두들 즐겁게 반응하고 좋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도 주장하나, 앞서 본 원고와 피해자들의 관계, 나이 차이, 근무나 회식 중이라는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직접적인 거부 표현을 하기 어려웠을 것임은 쉽사리 추단할 수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정희(재판장) 유철희 정승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