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전제사실]
피고인은 전남 순천시 B에서 '유한회사 C(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이라는 상호로 전세버스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D은 전남 순천시 E에서 '주식회사 F(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라는 상호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G기관와 2020. 3. 5.경 H산단 근로자 무료 통근버스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통근버스를 운행하여 오던 중 위 H산단의 사무국장의 소개로 피해자를 알게 되어 기존의 유류공급업체(전남 순천시 I 소재 'J')와의 거래를 종료한 후, 2021. 3.경부터 피해자와 유류를 공급받는 거래를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21. 2. 중순경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H산단 근로자 무료 통근버스를 운행 중인데, 이틀에 한 번 정도 버스 6대 정도에 필요한 유류를 공급해주면 한달을 기준으로 매월 말일에 유류비를 지급할테니 우선 외상으로 유류를 공급하여 달라, G기관로부터 매월 통근버스 운행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그 돈으로 유류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그 당시 다수의 채무가 존재하여 신용등급이 8등급(545점)으로 경제적인 사정이 좋지 아니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 회사로부터 개인적으로 21억 원 상당을 빌린 후, 9억 원 상당을 변제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피고인 회사 소유의 부동산에는 채권최고액 합계 23억 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피고인 회사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서 근로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피고인 회사에서 보유하던 버스들의 경우 의무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거나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등의 사정으로 가압류 또는 압류가 되어 있던 상황이었고, 아울러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유류를 공급받아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G기관로부터 지급받으면 이를 버스에 대한 할부금납부, 대출금 변제 등 회사 운영을 위하여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인바, 피해자에게 약속한대로 유류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021. 3.경부터 2021. 9.경까지 유류를 공급받은 후, 그 유류대금의 합계인 140,607,609원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주장 및 판단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코로나 사태로 매출 하락 등 경제 사정의 변화로 유류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된 것이므로 이에 대해 민사상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관련법리
거래물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일시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265 판결 등 참조). 계속적인 거래 또는 임차관계에 있어서 자금궁색 등의 이유로 그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대법원 1985. 9.24. 선고 85도1498 판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가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245, 2022보도52 판결).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기망행위 관련
피고인 회사는 2020. 3. 5. G기관와 'H산단 근로자 무료 통근버스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그 무렵부터 통근버스를 운행하였다.
피해자 D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과는 일면식이 없고, 피고인을 법정에서 처음 보았다. 피고인으로부터 G기관로부터 받은 대금으로 유류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 K 전무가 피고인 회사와 계약을 하겠다고 하여 유류거래를 하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언 녹취록 2, 3, 10쪽).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 회사의 재산상황이나 신용 등에 대해 별도로 확인하지 않고 피고인 회사가 G기관와 거래하는 회사여서 어느 정도 신용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거래했다고 진술하였다(증언 녹취록 6, 8쪽).③ 피해자 회사 전무 K은, 당시 H산단의 L 사무국장이 피고인 회사가 G기관와 출퇴근버스 협약을 맺고 있다고 소개해주었고, 이에 피고인 회사와 외상거래를 해도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하여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거래 시작 당시 피고인을 직접 만나지 않았고,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도 없다고 진술하였다(증언 녹취록 2, 3쪽).
변제의사 관련
피고인은 2008. 9. 19. 피고인 회사를 설립하여 그 무렵부터 2021. 11.경까지 위 회사 대표로서 여객운송업을 영위하였다.
아래 표와 같이 피고인 회사 소속 버스들은 2021. 3. 3.부터 2021. 9. 10.까지 피해자 회사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247,626,830원 상당의 유류를 주유하였고, 피고인 회사는 유류대금 중 107,019,221원을 지급하고 140,607,609원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 D도 '피고인이 처음에는 대금의 대부분을 결제했다'고 진술하였다(증언 녹취록 4쪽).
<1> ③ 피고인은 회사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피고인이나 처의 개인카드를 사용하여 위 유류대금을 결제하기도 하였고, 2021. 8. 18. 피해자 회사에 '대금지급협의서'를 작성하여 주는 등 거래를 계속하면서 대금을 변제하고자 하였으나, 피해자 회사에서 2021. 9.10. 이후 유류 공급을 중단하자 대금 변제를 중단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2021. 9. 4. 피고인 회사를 상대로 물품대금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청구하여 2021. 9. 16. 이 법원 2021차전3109호로 피고인 회사는 피해자 회사에게140,607,60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받아 2021. 10. 9. 위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 피해자는 2022. 3. 31. 피고인을 사기 등으로 고소하였다.
변제능력 관련
피고인은 유류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하여 일관되게, 거래관계 도중 코로나19 영향으로 수학여행 예약 건이 취소되는 등 경영 및 자금 상황이 악화되는 바람에 외상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회사의 월 매출은 2021. 1. 154,038,062원, 2021. 2. 155,513,498원,2021. 3. 114,351,998원, 2021. 4. 123,381,453원, 2021. 5. 131,066,271원, 2021. 6.234,897,905원, 2021. 7. 120,708,362원, 2021. 8. 104,412,635원, 2021. 9. 114,753,998원이다(증거기록 2권 258~261쪽).
피고인 회사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2020. 12. 31. 기준 자산총계가 2,874,028,512원, 부채총계는 2,235,980,945원, 잉여이익금이 238,047,567원이다(증거기록 2권 196~197쪽).
피고인 회사는 2021. 3.경 순천시 M 대 421.7㎡, N 대 1007.5㎡, O 대 696.7㎡및 그 지상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위 각 부동산에는 채권최고액 합계 2,284,000,000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위 각 부동산은 2022. 10. 31. 임의경매로 매각되었는데, 매각대금은 18억 3,000만 원으로 피담보채무액 2,246,624,905원에 미치지 못한다. 위 각 부동산은 2022. 11. 9. 제3자에게 매매되었는데, 그 매매가액은 19억 2,400만 원이다.
피고인 회사가 2021. 3.경 보유하던 버스 34대 중 사실조회 회신 결과 확인되는 차량 가액은 124,500,000원 내지 296,000,000원이다. 각 차량에는 할부금 또는 대출금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차량이 과태료 또는 세금 체납 등으로 압류된 상태였다(피고인이 인정하는 버스 관련 채무는 합계 2,160,362,758원이다). 한편 피고인은 2021. 11. 25. 주식회사 P(대표자 Q)에 피고인 회사의 자산 일체(버스)를 2억 5,000만 원에 양도하기로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Q은, 당시 피고인 회사소유 버스는 가치가 거의 없는 상태였으나 34대에 대한 사업면허 및 영업용 넘버에 재산적 가치가 있어 이를 2억 5,000만 원에 매수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229~231쪽).
피고인은 2021. 2.경부터 2023. 7.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 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4회 벌금형을 받았는데, 그중 2건의 경우 주된 미지급의 원인은 피고인이 상계 및 공제를 주장하면서 임금채권의 존부를 다투었기 때문이다(증거기록 1권 27쪽~37쪽).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거래를 개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았고, 거래를 시작하는데 있어 피해자 측에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말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하지 않은 점(피해자 D 및 K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21. 2. 중순경 피해자에게 'G기관로부터 매월 통근버스 운행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그 돈으로 유류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라는 등의 말을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② 피해자는 피고인 회사가 G기관와 거래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회사의 신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피고인 회사와 외상거래를 시작한 점, ③ 피고인 회사는 처음에는 외상대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하였으나 경영난으로 자금 상황이 악화되자 대금을 연체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개인 자금을 투입하는 등 대금 지급을 위해 노력한 점, ④ 피해자 회사와 거래를 시작한 2021. 3.경 피고인 회사는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나 다른 한편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과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고, 매출 역시 꾸준히 발생하였던 점, ⑤ 피고인 회사로서는 영업의 계속을 통해서만 경영난의 타개 및 외상대금의 변제가 가능하였던 점 등<2>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유류거래를 할 당시 외상대금 변제의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거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범선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