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09. 10. 6.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소외1(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09. 5. 14. ○○○○ 주식회사(이하 '○○○○'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일을 하였다.
망인은 2009. 9. 4. 15:35경 ○○시 이하생략마을 앞 하수종말처리장 및 하수관거 설치공사 현장에서 관로 매설 작업 중 관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손으로 제거하는 일을 하다가(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 갑자기 뒤로 쓰러지면서 경련을 일으켰고, 이후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달 5. 03:35경 뇌출혈(자발성 뇌지주막하 출혈)을 선행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이에 망인의 처인 원고가 이 사건 재해를 이유로 2009. 9. 23.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재해와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2009. 10. 6.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의 과로와 스트레스 누적, 근로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 주의의무 소홀 등이 주된 원인이 되어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면서 뇌출혈이 발생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의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이 사건 작업현장의 운영
○○○○은 ○○시와 ○○지방국토관리청이 공동으로 발주한 하수종말처리장 및 하수관거 설치공사를 도급받아 구간별로 공사구역을 나누어 직접 시공을 하거나 다른 공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주었는데, 망인이 작업을 하던 이 사건 작업현장(○○마을 구간)은 ○○○○의 현장대리인인 소외2이 2009. 6. 6.경 소외3에게 시공참여 약정을 체결하여 하도급을 주었다.
이에 따라 ○○○○은 이 사건 작업현장에 필요한 자재, 안전용품을 지원하고 민원처리를 도와주었으며, 안전관리나 부실공사 방지 등을 위한 관리·감독을 하였고, 장비나 인력 수급 등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의 실제 작업은 위 소외3이 책임을 지고 진행하였다.
소외3은 ○○○○에 일일 작업 일보, 노무비 지급 명세서, 장비 일보 및 기타 투입비용 관련 서류를 제출하였고, ○○○○은 위 서류에 근거하여 망인 등 이 사건 작업현장의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직접 지급하였다.
한편, 소외3은 이 사건 작업현장의 건설 장비를 외부에서 운전자와 함께 대여하여 사용한 것이 아니라, 직접 장비를 보유하고서 운전을 하였다.
망인의 작업 형태
이 사건 작업현장의 작업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점심시간은 정오부터 1시간, 휴식시간은 오전과 오후 각 30분씩으로 정해져 있었으나, 작업 당일의 현장 상황에 따라 휴식이나 낮잠 시간은 위 소외3에 의하여 탄력적으로 조정되었다.
망인과 같은 관로공들은 매일 아침 작업 개시시간 이전에 미리 현장사무실에 도착하여 작업준비를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고, 관로 매설 작업 및 되메우기 작업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는 날에는 교통소통이나 보행자 안전 등의 이유로 규정된 작업시간을 넘겨 저녁 8, 9시경까지 작업등을 켜고 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이 사건 작업현장 인근의 '○○○○' 식당 주인인 소외4는 한 달에 약 20일 정도는 야간작업이 시행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작업이 종료되면 망인은 동료 근로자 소외5 등과 위 '○○○○' 식당에서 간단히 소량의 주류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광양 시내에 있는 망인의 집까지 동료 근로자의 차량을 얻어타고 돌아왔다.
망인은 2009. 6. 6.경부터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일을 하였는데, 같은 해 7.에는 전체 31일 중 26.5일을, 같은 해 8.에는 전체 31일 중 22.5일을, 같은 해 9.에는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같은 달 4.까지 4일을 모두 출근하였고, 이는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 가장 많은 출근일수에 해당한다(동료 근로자인 소외5의 경우 같은 해 7.에는 10.5일, 같은 해 8.에는 19일만을 출근하였다). 특히, 2009. 8. 14.부터 같은 달 20.까지 7일 연속 출근하다가 같은 달 19. 작업 중 경운기에 얼굴을 부딪쳐 상해를 입게 되자 같은 달 21.과 22. 이틀을 휴무하였고, 다시 같은 달 23.부터 위 2009. 9. 4.까지 13일 연속 출근하여 작업을 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관로공으로서 일반적으로 관의 끝 부분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제거하고 관에 붙어 있는 볼트를 돌려 관을 연결하는 작업을 담당하였으나, 이 사건 작업현장은 과거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한 토지에 위치한 관계로 터 파기 작업을 하면 굴착 부분에 물이 들어찰 때가 있어 망인이 양수기(무게 약 20kg)를 직접 운반한 후 멜빵식 방수복을 입고 들어가 양수작업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었고, 망인이 컷팅기계로 도로 것팅 작업을 하면 굴착기가 대략적인 터파기 작업을 한 후 배관 주변이나 굴착기가 닿지 못하는 곳에는 망인이 직접 해머와 삽 등을 이용하여 콘크리트를 분쇄하거나 지하의 흙을 퍼내는 작업을 하였으며, 기타 가벼운 공구나 배관 운반, 배관 매립,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에서의 콘크리트 도포 작업 등을 시행하였다.
이 사건 작업현장은 바닷가에 위치하여 항시 습도가 높았고, 2009. 8. 중순부터 같은 해 9. 초까지는 낮 최고 기온이 23도에서 31도에 이르렀으며, 위 기간 비는 거의 오지 않았다(2009. 8. 27.과 같은 달 28.에 걸쳐 18mm가 내렸으나, 대부분 밤 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집중되었다).
망인의 평소 건강 상태
망인은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히 아픈 기색이나 어떠한 증상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2008. 7. 10.경부터 본태성 고혈압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기 시작 했고, 2009. 6. 2.에는 당뇨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재해 수년 전부터 하루 한 갑 가량 담배를 피웠고, 술은 평소 1주일에 3, 4회 정도 소주 1병 가량을 마셨다.
망인은 2007. 4.경부터 처인 원고와 별거하면서 아들과 함께 살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재해 일자에 즈음하여 개인사나 가정사로 인하여 심한 충격을 받거나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은 없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6, 8, 9, 12, 15, 16, 21 내지 2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 6호증의 각 기재, 을 제4, 5호증의 각 일부 기재(아래에서 각 배척하는 부분 제외, 이하 같다), 갑 제7, 13, 17 내지 20호증의 각 영상, 증인 소외5의 증언, 이 법원의 ○○○○에 대한 각 일부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비록 망인이 뇌출혈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질병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① 망인은 한여름의 무덥고 습한 날씨와 양수 작업시 입는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수복, 이에 굴착 부분에 들어가게 되면 지열까지 더해지는 악조건하에서 아침 일찍부터 수시로 야간작업을 하면서까지 장시간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일을 하였고 이로 인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점, ②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도 단순 반복 작업만을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노동력을 사용하여야 하는 업무가 하루 일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게다가 제대로 된 휴일도 없이 2009. 7.경부터 다른 근로자에 비해 많은 일수를 연속적으로 출근하는 과정에서 심한 피로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1. 가. 3)항의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로서 기존 질병이 망인의 업무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물론, 피고가 제출한 을 제4, 5호증의 각 일부 기재와 이 법원의 ○○○○에 대한 각 일부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의 규정과 ○○○협회의 작업시간 규정에 따라 오후 5시까지만 일을 하고 연장·야간근무를 하지 않아 이에 대한 수당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고, 망인의 작업 내용은 보통 건설 장비 옆에서 이를 보조하는 정도의 업무에 불과할 뿐 특별히 무거운 물건을 옮긴다거나 체력을 많이 요하는 작업은 없었다는 등의 내용으로서 앞서 본 결론에 반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의 현장대리인인 위 소외2은 안전관리 등의 용건이 있을 때만 이 사건 작업현장을 순시하였을 뿐, 피고와의 문답 당시(을 제5호증)에는 이 사건 작업현장을 실제로 감독한 시공참여자 소외3이 제출한 각종 서류를 주요 자료로 하여 답변을 한 것이어서 망인의 구체적인 작업 형태나 실제 작업 강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위 소외2이 작성한 ○○○○의 각 사실조회 답변서의 내용도 마찬가지인 점, ② 위 소외3이 이 사건 작업현장의 장비를 직접 운용하는 관계로 ○○○협회의 작업시간 종료 시점인 오후 5시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점, ③ 반면, 망인의 동료 근로자인 증인 소외5의 증언이나 각종 사실확인서는 소외5이 망인과 함께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장기간 일을 하였다는 점에서 구체성이 있고, 비록 망인과 몇 달 동안 함께 일을 하였던 사이이기는 하나 그 이상의 친분이나 인척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오히려 위 시공참여자 소외3과 친척 관계에 있다), 원고를 위하여 굳이 위증죄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허위의 증언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비록 위 소외5이 피고와의 문답 당시(을 제4호증)에는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진술을 하였으나, 망인의 작업이 힘든 작업이 아니라고 한 것은 이 사건 재해 당시 망인이 한 작업만을 지칭하여 한 진술로 보이고,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연장·야간근무가 없었다고 한 것은 먼저 현장대리인인 소외2이 그러한 취지로 피고에게 답변을 마치자 망인의 산재 인정 여부와 크게 관련이 없을 것 같아서 소외2과 마찬가지로 답변한 것일 뿐이라는 소외5의 변명을 믿지 못할 바는 아닌 점, ⑤ 위 시공참여자 소외3은 망인의 구체적인 작업 형태에 대해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은 하지 않은 점, ⑥ 반면, 이 사건 재해와 이해관계가 없는 위 '○○○○' 음식점 주인인 소외4는 원고의 주장과 부합되는 진술을 한 점, ⑦ 이 사건 작업현장이 ○○○○의 직접 건설현장이 아니라 시공참여약정을 통해 진행된 현장이어서 위 소외3의 필요에 의하여 연장·야간근로가 없었다고 보고가 되었다면, ○○○○ 역시 이에 따라 연장·야간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될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위 각 증거들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할 것이고, 을 제3, 6, 9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앞서 본 결론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재해는 망인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재판장 판사1 판사 판사1 판사 판사2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07.07.